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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한 특집 D-11] 국내 교황 맞이 움직임 - ‘한국교회사 집대성’ 사상 최대 전시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4-07-29 수정일 2014-07-29 발행일 2014-08-03 제 2906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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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지 ‘서소문’·선교 교두보 ‘동소문’ 한눈에
‘서소문·동소문 별곡’전, 서울역사박물관서 8월 9일 개막
서울대교구·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등 공동 주최
교황청 민속박물관 등 국내외기관 소장 유물 300여 점 공개  
▼‘서소문·동소문 별곡’전에 전시 예정인 천주실의(위)와 주교요지(아래).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앞두고 복음의 기쁨을 살아간 한국교회 신앙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여정이 시작된다.

한국 천주교회 역사를 집대성한 ‘서소문·동소문 별곡’전이 8월 8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막된다. 공개되는 유물만 300여 점에 달하는 교회 역사상 최대 규모 전시다. 절두산 순교성지와 한국교회사연구소, 중림동 약현본당 순교성지 기념전시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유물뿐 아니라 교황청 민속박물관 ‘황사영 백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신미년 서한’, 성 베네딕도회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의 유물 등 국내외 30여 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유물과 자료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서소문과 동소문은 교회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장소다.

태종 16년(1416년)부터 조선왕조 공식 처형지였던 서소문은 한국교회 최대 순교지이다. 103위 성인 가운데 가장 많은 44위를 배출했으며 오는 16일 시복식을 통해 복자 반열에 오르는 124위 중 27위가 이곳에서 순교했다. 그밖에 수많은 무명의 순교자들이 서소문에서 신앙을 증거하며, 자유와 평등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20세기 초 한국교회 최초의 남자 수도원인 성 베네딕도회 백동수도원이 자리했던 동소문 인근은 복음전파와 인재양성의 메카였다. 현재는 가톨릭대 신학대학과 혜화동성당 동성중고등학교가 동소문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서울대교구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성 베네딕도회 상트 오틸리엔, 서울역사박물관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전시에서는 두 장소의 역사적 중요성이 잘 드러난다.

18~19세기 종교와 사상의 갈등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서소문 밖의 역사성을 조명한 서소문 별곡은 ▲서소문 밖으로의 역사 여행▲한양, 1800 ▲변화를 꿈꾸는 조선사회 ▲조선 천주교회의 탄생 ▲박해시대, 1801~1874 ▲조선,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이다 ▲신앙의 터전에 세운 천주교회 ▲뮈텔 주교가 기록한 서울, 1900 ▲순교자의 꽃을 피워라 ▲다시 살아나는 서소문 등 총 10개 마당으로 구성된다.

전시 유물로는 「천주실의」 「주교요지」「황사영 백서」를 비롯 정선의 ‘소의문망도성도’, ‘경성부명세신지도’, 문학진 화백의 ‘한국 103위 순교성인화’, 1925년 시복식 걸개그림 ‘서소문 순교자 3인’ 등이 있다. 이밖에도 현대 작가들이 제작한 작품들도 함께 전시된다.

동소문 별곡은 ▲동소문 전사(前史) ▲동소문 옆 백동수도원(1909~1927) ▲백동수도원 이전(1927~1950) ▲백동수도원 이후 혜화동 ▲백동수도원이 남긴 것 ▲추모의 공간 ▲오늘날의 오틸리엔과 왜관 등 7개 마당으로 꾸며진다. 이곳에서는 근대의 천주교 역사는 물론 한국사회의 발전상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서소문순교성지 조성위원회 사무국장 원종현 신부는 “신앙선조들의 순교 역사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맥을 달리 하지 않는다”며 “교회 미래인 청소년을 비롯 모든 교우들에게 신앙의 뿌리를 알려주는 뜻 깊은 전시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10월 31일까지 80일 간 진행된다. 무료 관람이며, 전시 이후 상당수의 유물들은 2017년 개관 예정인 서소문 역사공원 내 박물관에 영구 전시된다. 이와 함께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회는 교황 방한 1주년을 기념해 내년 9~10월 바티칸 박물관에서 이번 전시를 개최하자는 주 바티칸 한국대사관의 제안을 검토 중에 있다.

한편, KBS 1TV는 오는 12일 오후 10시50분 ‘다큐 공감’을 통해 ‘순교자의 문, 서소문에서 잃어버린 100년의 역사를 보다’(가제)를 방송한다.

※문의 02-724-0274 서울역사박물관

■ 서소문 순교성지 조성위원회 사무국장 원종현 신부

“신앙 뿌리 찾는 성찰·교육 공간될 것”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서소문순교성지 조성위원회 사무국장 원종현 신부는 8일 개막하는 ‘서소문·동소문 별곡’전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권고 「복음의 기쁨」을 통해 감동을 주는 것처럼 이번 전시는 신앙적 성찰과 교회의 역사를 집약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서울대교구와 성 베네딕도 왜관수도원, 성 베네딕도회 상트 오틸리엔, 서울역사박물관이 공동주최하는 전시는 전문성과 규모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내외 기관 30여 곳 300여 개의 유물과 자료가 공개된다. 하지만 전시의 의미는 숫자에 한정되지 않는다. 모든 전시품에서 현대 신앙인들의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원 신부는 “신앙선조들은 자기희생을 통해 우리에게 자유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며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 누리는 자유와 평화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과 시복식을 앞두고 열리는 전시가 교회뿐 아니라 현대사회와 소통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선 후기 100년 간 이어진 박해 역사는 곧 우리민족의 역사이며, 발자취이기 때문이다.

원 신부는 10월 3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가 일반 신자들에게는 성찰의 계기가 되고, 청소년·청년들에게는 교육의 장소가 되길 희망했다. 과거 유물과 더불어 현대 작가들의 새로운 작품들도 선보이는 자리에서 뿌리를 확인하고, 신앙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교황 방한과 함께 전시가 진행되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젊은 신앙인들에게 우리네 교회사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신자들에게는 순교 영성의 함양이라는 뜻 깊은 목적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