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제사와 연미사 어떤 것이 좋은 것일까요?

김인호 신부 (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입력일 2014-07-29 수정일 2014-07-29 발행일 2014-08-03 제 2906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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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요

저는 50대 초반의 여성입니다. 어릴 때부터 천주교 신앙을 살아오던 저에게 당시 종교가 없었던 시댁에 들어와서 가장 낯설었던 것은 제사문제입니다. 현재는 시댁 식구들도 거의 신자가 되었지만 여전히 제사를 고집합니다. 하지만 한 해에도 몇 번씩이나 치러야 하는 제사는 모두가 저의 몫입니다. 얼마 전부터는 남편에게 연미사를 봉헌하자고 설득하는 중이긴 한데 잘 되지 않습니다. 기도하다 보면 이런 제 모습이 신앙 때문인지 아니면 제가 편하려고만 하는 마음 때문인지 혼란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제가 잘못하고 있는 것인가요?

대답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제사’ 치르는지 먼저 살피세요

한 조사에 의하면 며느리들이 제사 때에 느끼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남자들의 군입대전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그것을 매해마다 반복하고 아무리 주방일이 편해진다고 하더라도 주부들이 체험하는 스트레스의 강도는 쉽사리 줄어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또한 명절 후 고해 성사실 앞에 길게 늘어선 성사자들의 모습은 그것이 죄책감과도 연결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저는 우선 자매님께서 말씀하신 “연미사로 제사를 대체하자는 것이 신앙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이 편하려고만 하는 마음 때문인지 모르겠다”는 말씀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사실 연미사를 봉헌하는 것도, 제사를 드리는 것도 모두가 선한 행동입니다. 일반적으로 선한 행동을 겉으로 드러난 행동으로 판단하는 경향들이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외적으로 드러난 선함’과 ‘진정한 선함’을 구분해야 합니다. 외적으로는 그럴듯한 행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는 진정한 선함이 없을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쓰레기를 줍는 선한 행동 뒤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얻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선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결국 그 행동을 하는 동기가 중요한데, 크게 ‘자신을 위해서’ 행동하는지 아니면 ‘자신을 넘어서는 가치 때문’에 행동하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행하는 양심성찰은 보통 외적인 행동의 선함과 악함만을 성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신앙의 선배들은 외적인 행동보다 ‘내적인 동기의 진정성’을 성찰하고자 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자매님의 경우를 보면, 연미사를 봉헌하는 것이 개인의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에서 동기화된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선한 행동, 복음적 행동이 될 수는 없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이 정도로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히려 속으로는 다른 속셈이 있어도 겉으로는 그럴싸하게 포장시켜서 합리화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행동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자신만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지 타인들은 모두 다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자매님은 적어도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그 둘 사이의 긴장을 무시하거나 회피하려 하지 않고 그것 때문에 혼란스러움을 느끼시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고 축하드릴 일입니다.

탈무드를 보면 우리 안에는 선한 마음과 악한 마음이 각각의 꽃 화분처럼 존재하는데 하루하루 어떤 꽃에 물을 주느냐에 따라서 그 화분이 성장한다고 가르칩니다. ‘진정한 선’과 ‘드러난 선’의 차원 역시 이와 같은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의 편안함이나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서 선한 행동을 하다 보면 우리는 점점 자기 합리화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자매님, 제사냐 아니면 연미사냐의 문제보다는 어떤 마음으로 치르고 있느냐를 살피면서 그 마음들을 정화시켜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신앙생활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제사를 치르는 데 있어서 다른 가족들과 함께 준비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신앙인이 되었으니 제사에 좀 더 신앙의 요소들(미사, 연도, 성가)을 포함시켜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러다 보면 제사가 조금씩 미사처럼 되어갈 것입니다. 그러한 자매님의 선한 동기와 행동에 하느님께서 틀림없이 축복해 주실 것입니다.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 을 통해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김인호 신부 (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