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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들의 성경주해] (243) 창세기 32,31-32

노성기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총장·한국교부학연구회원)
입력일 2014-07-29 수정일 2014-07-29 발행일 2014-08-03 제 2906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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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의 엉덩이뼈
【 성경본문 : 창세 32,31-32】"야곱은 ‘내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하느님을 뵈었는데도 내 목숨을 건졌구나’ 하면서, … 엉덩이뼈 때문에 절뚝거렸다."

우리의 한계를 헤아려 주시는 주님

…야곱의 이 말은…얼굴을 맞대고 하느님을 뵙는 특권을 누렸기에 “내가 목숨을 건졌구나”라는 뜻입니다.…주님께서는 하시는 모든 일에서나 당신의 특징인 사랑의 증거를 보여 주실 때에 인간의 한계를 얼마나 깊이 헤아려 주시는지 알아보시겠습니까?…아브라함이 참나무 곁에 앉아 있을 때, 하느님께서는 천사들과 함께 사람의 모습으로 오시어 그 선한 사람의 손님이 되셨습니다. 이로써 언젠가 당신께서 이 방법으로 모든 인간 본성을 악마의 폭정에서 해방시켜 우리를 구원으로 인도하실 것이라는, 높은 곳으로부터의 예고를 처음부터 우리에게 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그때는 아주 이른 시기라, 몸소 환영의 모습으로 각 사람에게 나타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영감 받은 저자를 통해 “…내가 환시를 많이 보여 주고 예언자들을 통하여 비유로 말하리라”(호세 12,10)라고 하신 대로입니다(요한 크리소스토무스 「창세기 강해」 58,11-12).

…야곱이 천사에게 이긴 동시에 또 졌습니다.…천사가 그의 엉덩이뼈를 쳐서 관절이 어긋났다는 점에서 그는 약했습니다. 그러나 천사가 “나를 놓아다오”라고 한 점에서 그는 강했습니다. [천사가] 그에게 “동이 트려고 하니 나를 놓아다오”(27절)라고 한 것은 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씨름했는지 알려 주려는 말입니다. 그러자 야곱은 그들이 서로를 붙들고 놓지 않은 것은 사랑에서 그런 것임을 알리기 위해 그에게 축복해 달라고 청합니다.…(시리아인 에프렘 「창세기 주해」 30,3).

…천사는 싸움의 승자인 야곱의 엉덩이뼈를 건드려 그가 절뚝거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동일한 인물 야곱이 축복받은 사람이자 절뚝발이가 된 것입니다. 같은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 안에서는 축복받았고, 믿지 않는 이들 안에서는 절뚝발이인 것입니다.

‘엉덩이뼈’는 많은 후손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그의 후손 가운데에는 “그들은 절뚝거리며 그들의 길에서 멀어져 갔습니다”(시편 17,45 칠십인역)라는 예언적 경고에 해당하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아우구스티누스 「신국론」 16,39).

야곱의 엉덩이뼈는 믿음의 은총에 대한 무감각

야곱은 엉덩이뼈 때문에 절뚝거렸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자손들은 오늘날까지도 짐승의 엉덩이뼈에 있는 허벅지 힘줄을 먹지 않는다.”…(암브로시우스 「야곱과 행복한 삶」 7,31).

…하느님의 호의를 잊어버리는 그들의 배은망덕을 잘 아시는 그분께서는 당신께서 베푸신 호의를 잊지 않도록 그 일을 떠올리게 하는 방법을 생각해 내셨고, 그리하여 이 관습을 지키게 하셨습니다.…이러한 호의를 입고도 습관처럼 배은망덕의 증거를 보여 주는 그들이니, 이런 [관습]이라도 없었더라면, 그들은 하느님께서 해 주신 모든 일을 싹 잊어버렸을 것입니다(요한 크리소스토무스 「창세기 강해」 58,14).

노성기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총장·한국교부학연구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