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복음생각 (883) 감사해 / 김동일 신부

김동일 신부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
입력일 2014-07-29 수정일 2014-07-29 발행일 2014-08-03 제 2906호 18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연중 제18주일(마태오 14,13-21)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무엇을 하십니까? 잠들기 직전에 무엇을 마지막으로 하십니까? 저는 예수님께 오늘 하루를 주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손에 빵과 물고기를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십니다. 하느님께 감사드리십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양으로 보면 보잘것없습니다만, 예수님의 마음을 생각해 봅시다. 하느님 앞에 빵과 물고기를 내놓고, 이것을 우리에게 주신 것에 감사하고, 함께 나눌 수 있게 해 주신 것에 감사하고, 이 자리에 모여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것에 감사하는 그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을까요? 보잘것없어 보이던 빵과 물고기에서 시작된 감사의 마음 안에 얼마나 많은 생각과 사랑이 들어있는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감사의 마음이 어떤 기적을 일으키는지 분명히 봅니다. 감사의 마음으로 우리가 얼마나 풍성하게 되는지, 충만하게 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나와 이웃이 배불리 먹었습니다. 그리고도 남았습니다. 다시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루를 돌아볼 때, 감사할 일들이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감사할 일들을 꼽다가 너무 기분이 좋아서 잠이 달아나버린 경험을 해 보셨습니까?

어떤 일에 우리는 감사합니까? 오천 명이 배불리 먹은 일에 감사합니까? 남은 것이 열두 광주리에 가득한 사실에 감사합니까?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까? 우리의 감사에 대한 감각이 어떤지 성찰해 보세요. 큰일에 대해서는 감사하지만, 소소한 일들은 지나쳐버리지 않습니까?

놀라울 정도로 감사하지 못한 채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실 것입니다. 하루를 마감하면서 어떤 일이 있었나? 감사할 일이 뭐가 있었지? 누가 나에게 도움을 주었나? 큼지막한 일들을 떠올려보지만 감사의 마음이 잘 올라오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우리는 감사하는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자녀의 시험 합격이나 큰 병의 완쾌와 같은 일은 감사할 일이지만, 아침 출근길에 만난 이웃이 건넨 미소와 아침 인사에 대해서 우리는 감사합니까? 그 미소와 인사가 하루를 시작하면서 우리를 얼마나 기분 좋게 했습니까? 나도 만나는 동료에게 비슷한 미소와 인사를 건넬 수 있었습니다. 이웃 때문에, 길가를 걷는데, 앞에서 걸어가며 재잘대는 유치원 아이들의 모습, 걷는 것이 불편한 장애우의 동반자가 되어 같이 걸어가 주는 학생,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는 어르신의 짐을 들어주는 청년. 이 모든 우리 삶의 장면들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우리 입가에 미소를, 우리 마음에 따뜻함을 선물해주었습니다. 감사할 일들과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천천히 걷기만 하면 이 모든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다 볼 수 있습니다. 마음에 담고 감사할 수 있습니다.

오늘 밤 감사할 일들을 떠올려봅니다. 몇 가지를 겨우 찾았습니다. 딱 1분이 걸렸네요. 약간 서글퍼집니다. 감사할 사람과 일이 이렇게 없나! 심호흡을 하고 다시 떠올려봅니다. 한두 가지 더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눈을 감고 더 천천히 깊게 숨을 쉬면 스쳐 지나갔던 작은 일이 감사함으로 다가옵니다. 우리가 깊은 호흡으로 천천히 걷고, 천천히 생각하면 감사할 것들을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감사하면서 살 수 있게 됩니다.

오천 명 앞에 서 계신 예수님을 보세요. 얼마나 여유로워 보이십니까! 감사하는 마음이 여유를 만들고, 여유로운 삶에서 감사를 실천하며 살 수 있습니다. 감사와 여유로운 삶은 충만하고 풍성하게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감사하세요. 또 감사하세요. 감사할 일들과 사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동일 신부는 2003년 예수회 입회,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필리핀 마닐라 LST(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1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으로 활동 중이다.

김동일 신부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