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세상 책세상] (6) 책 읽는 사람이 행복한 이유

김용은 수녀
입력일 2014-07-23 수정일 2014-07-23 발행일 2014-07-27 제 2905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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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여유’ 만들 때 행복 자란다
TV·게임은 일시적 재미 주지만
점점 더 강한 자극 찾게 만들어
고요함 속에 느리게 오는 행복
느끼기 위해선 ‘잠시 멈춤’ 필요 
1974년 프랑스의 한 지방에서 텔레비전 송신탑이 파괴돼 130만 대나 되는 텔레비전이 거의 1년간 먹통이 되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이 1년이라는 복구 기간 동안 텔레비전 대신 선택한 것은 바로 ‘책’이었다. 책 판매량은 급증했고 더욱 놀라운 것은 우울증 환자가 줄어들고 행복감도 높아졌다고 한다. 결국 “텔레비전을 많이 보는 사람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어느 사회학자의 주장이 옳았음을 보여준 셈이다.

언제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게임이나 스마트폰을 할 때? 배꼽 빠지게 웃게 해주는 개그콘서트를 볼 때? 원하는 취업을 할 수 있어서? 사업이 잘 되어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그래서 “나는 행복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돈, 명예, 사랑, 권력’ 등의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추어졌다면 행복할까?

그렇다면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책을 읽는 그 순간이 행복하다는 말은 아닐 게다. 행복이란 어떤 조건에 의해서 밀려오는 만족감도 아니며 한 순간의 오락이나 게임으로 찾아오는 ‘재미’나 ‘희열’의 감정과도 다르다. 행복은 파도처럼 거대하게 밀려오지도 않으며 빛나는 태양처럼 뜨겁게 내리 쬐지도 않을 것이며 장엄한 교향곡처럼 다가오지도 않을 것이다.

행복은 잔잔하고 고요하게 스쳐 지나가는 미풍과 같아 바쁘고 산만한 사람은 느끼기 어렵다. 삶의 여백에서 꿈틀거리는 미세한 파동과 같다고나 할까? 보이지 않는다. 들을 수도 없다. 그래서 손에 잡을 수도 묶어둘 수도 없어 뭐라고 말할 수도 없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멈춰 여유를 만들어야 느껴지는 그 무엇이다. 이 여유는 물리적인 것이 아니다. 마음의 여유가 만들어낸 영적인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마음에 자리를 내어준다면 여유가 생기고 그 미세한 공간에서 행복이 꿈틀거린다.

평소 무심코 지나치던 풀꽃이 신비롭게 다가오고, 시끄러운 도심의 소리에서 삶의 역동이 전달되고,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바람 한줄기에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 일어나, 신선한 활력이 솟구친다. 피곤에 지쳐 퇴근하여도 가족들과 마주치는 따뜻한 눈빛에서 감사와 사랑의 정이 흘러넘친다.

왜 텔레비전 대신 책을 읽은 그 지역에서 우울증 환자가 줄어들면서 행복감이 늘었을까? ‘행복’에 대한 책을 읽어 이에 대한 깨우침을 얻었기 때문일까? 어떤 책을 읽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책’을 읽기 위해 멈춘 그들의 ‘여유’에 대하여 주목하자. 책을 읽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고 고요히 멈춘 그들의 선택과 태도 말이다.

텔레비전이나 게임을 하면서 순간의 재미와 쾌락의 감정을 쫓다보면 쾌락중추를 자극하게 된다. 그러면 더 강한 재미를 찾게 되면서 웬만큼 재미있지 않으면 만족하기 어렵다. 그러니 이렇게 학습된 우리의 감정이 조용하고 고요하게 찾아오는 행복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미 행복은 내 품에 안겨있는데 그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재미를 쫓는 당신, 행복은 천천히 느리게 오고 고통과 슬픔 속에서 더욱 빛난다는 것을 기억하자.

김용은 제오르지아 수녀(살레시오수녀회)는 미국 뉴욕대(NYU) 대학원에서 미디어생태학(Media Ecology)을 전공하고, 버클리 신학대학원(GTU Graduate Theological Union)의 살레시오영성센터(ISS)에서 살레시오 영성을 수학했다. 현재 부산 ‘살레시오 영성의 집’ 관장을 맡고 있다.

김용은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