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윤민구 신부 ‘「성교요지」 위작 주장’ 관련 연구발표회 해설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4-07-22 수정일 2014-07-22 발행일 2014-07-27 제 2905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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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용어 문제 ‘의견일치’
시복 추진 견해는 ‘심사숙고’
이벽 생존연대 고려할 때  개신교 성경 참고한 ‘위작’
참석 연구자들 동의 얻어 
이미 오랜 시간 진행됐던  위작 논란 결론짓는 계기
“한국교회 오랜 숙원 해결”

이벽·이승훈 등 시복 추진 합당한지에 대해 갑론을박
“위작 여부와 시복은 별개”
“추후 법적 문제 고려해야”
지난 19일 오후 2시 서울 저동 한국교회사연구소 회의실에서 열린 「초기 한국천주교회사의 쟁점 연구 - 성교요지/십계명가/만천유고/이벽전/유한당언행실록은 사기다-」 연구발표회는 윤민구 신부(수원교구 손골성지 전담)가 최근 발표한 동명의 저서에서 주장한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마련됐다.

「성교요지」등 위작 주장 동의

특히 초기 한국천주교회 평신도 지도자로 한국교회의 초석을 놓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 되는 이벽(요한 세례자, 1754~1785)의 「성교요지」가 위작이라는 윤 신부의 주장은 교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날 연구발표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양업교회사연구소 소장 차기진(루카) 박사와 전주대 서종태(스테파노) 교수, 한국교회사연구소 고문 조광(이냐시오) 교수, 영남대 김정숙(소화데레사) 교수 등은 윤 신부의 견해에 ‘일치된 동의’를 표시했다. 윤 신부 주장의 핵심은 이벽의 생존연대를 고려할 때, 「성교요지」에 등장하는 개신교회 용어가 ‘위작’의 움직일 수 없는 증거라는 점이다. 이벽은 중국에 개신교 성경이 번역되기 전에 선종했다. 「십계명가」, 「만천유고」 등도 용어와 내용 분석을 해보면 위작임이 백일하에 드러난다고 했다.

윤 신부는 “책 제목을 「초기 한국천주교회사의 쟁점 연구」라고 정했지만 사실 한국교회 신자들이 미사의 성경말씀과 성가 가사만 눈여겨봤어도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았을 문제였다”고 말했다.

윤민구 신부 “논증하지 않은 허위, 진실 오인 위험”

지정 토론자로 나선 차기진 박사는 “윤 신부님의 객관적이고 철저한 검증과 결론에는 꼬집어낼 만한 오류가 발견되지 않는다”면서 “사실상 「성교요지」, 「십계명가」 등에 대해 상당수 연구자들이 이미 위작이라는 의심을 품고 그 내용을 인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차 박사는 지난 2003년 경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에서 한국기독교박물관 소장 자료들을 검토하고 「성교요지」와 「이벽전」 등 윤 신부 저서에서 거론된 모든 자료들을 위작이라고 결론내린 사실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차 박사는 이어 “윤 신부님의 「초기 한국천주교회사의 쟁점 연구」는 초기 가톨릭 자료에 대한 비판을 객관화하고 진일보 시켰다는 데서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종태 교수도 토론에서 “윤 신부님이 「성교요지」등이 위작이라는 분명한 주장을 함으로써 한국교회의 숙원이 해결됐다”고 말해 위작 논란이 한국교회 내에서 오랜 세월 진행되면서도 속 시원한 결론을 낼 연구자가 없었던 상황을 시사했다.

조광 교수는 “1970년 숭실대 기독교박물관에 근무하는 절친한 지인의 도움으로 고 김양선 목사(1907~1970)가 기증한 자료들을 상세히 볼 수 있었고 위작임을 발견해 연구자료로 일절 사용하지 않았지만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윤 신부는 「성교요지」등의 위작 여부에 대한 검토가 교회 내에서 이뤄져 왔다는 지적에 대해 “허위임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는 것은 암암리에 허위를 진실처럼 용인하는 행위”라고 반성을 촉구했다.

이벽, 이승훈 ‘시복’ 찬반 대립

이날 토론회에서 윤 신부는 “「성교요지」등과 관련된 교회 내 활동은 지금 바로 중단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세계사를 배울 때 가톨릭교회의 어두운 이면을 접하고 충격을 받는다고 하는데 한국교회사의 진 면모가 젊은 세대에 어떻게 전달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성교요지」등의 위작 문제와는 별개로 이벽, 이승훈 등에 대한 시복 추진이 합당한지에 대해서도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다.

차 박사는 윤 신부에게 이벽의 작품 「성교요지」등이 위작이라고 해서 이벽에 대한 시복 추진에 장애가 생겼다고 봐야 하는지 질문했다. 이에 대해 윤 신부는 “시복 추진에는 객관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시복시성은 최후에 ‘법적인 문제’로 귀착되기에 시복을 적당히 넘어가듯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이벽에 대한 시복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승훈에 대해서도 그의 죽음은 종교적 순교가 아니라는 이유로 시복을 반대했다.

그러나 김정숙 교수는 “이벽은 그의 저서가 위작이라 하더라도 초기 한국교회에 끼친 공로가 큰 점을 감안하면 시복 추진에 장애가 없다고 본다”고 윤 신부와는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박지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