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주문모 신부 시복식 앞두고 “삶·영성 재조명 필요” 목소리 높아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4-07-22 수정일 2014-07-22 발행일 2014-07-27 제 2905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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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 위해 목숨 바친 ‘착한 목자’ 본보기
쉬지 않고 성사집행에 몰두
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평신도 일꾼 양성에 힘써
“현대 사제들에게 귀감”
8월 새남터성당서 현양미사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출 직후부터 성직자들의 강력한 쇄신을 요청하고 있다. 첫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는 사제들이 살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이러한 가운데 오는 8월 복자 반열에 오르는 ‘하느님의 종’ 주문모 신부의 삶과 영성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하는 사제의 삶과 닮아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의 삶 면면을 통해 드러나는 착한 목자의 상이 재조명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진욱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는 “북경교구 소속이었던 주문모 신부의 순교는 선교 사제들과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며 ”그는 특별히 현대의 사제들에게 착한 목자의 모델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시복식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지금, 착한 목자로서 주 신부의 삶과 영성에 주목해 본다.

양냄새 풍기는 사제, 주문모

올 8월 시복 예정인 ‘하느님의 종’ 주문모 신부. 그의 삶을 통해 드러나는 ‘착한 목자’의 상이 재조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문모 신부는 1794년 조선에 입국했다. 조선 땅에 발을 내딛은 첫 성직자였던 그는 한국교회의 기틀을 마련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신자들에게 다가갔다. 「복음의 기쁨」 26항에서 언급하고 있는 교회 소명에 대한 충실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는 입국 후 그의 행적이 설명해준다. 성사에 목말라하던 신자들을 발 빠르게 찾아 나섰다. 아끼던 신자 지황, 윤유일, 최인길이 순교하던 순간까지도 그는 슬픔을 접어두고 신자들에게 성사를 행했다. 달레 신부의 「한국천주교회사」에 의하면 “일에 지칠 줄 몰랐고 식사 시간과 잠자는 시간 외에는 성사를 집행했으며, 나머지 시간에는 책을 썼다”고 기록돼 있다.

김귀분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는 “주문모 신부가 이렇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 때문”이라며 “「복음의 기쁨」 11항에서 인용한 이사야서의 말씀처럼 살아가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삶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명도회를 통한 교리교육’과 ‘회장제도 구축’이다. 선교 사제로서 계획이 많았을 테지만 주 신부는 “내가 없더라도 이 교회가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며 당시 조선교회에 필요한 부분을 채우는데 집중했다. 그 결과, 신유박해 이후 33년 동안 사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김 수녀는 “초기 한국천주교회의 인프라를 구축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문모 신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큰 뿌리로 보는 것도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착한 목자의 협력자들

양냄새 나는 주 신부의 노력으로 조선교회는 급격하게 성장한다. 주 신부 입국 전에는 4000명이던 신자 수가 1만 명까지 늘어난다. 이 뒤에는 주 신부를 헌신적으로 보필했던 정약종, 강완숙 등 평신도 협력자들이 있었다. 그는 신자들과 소통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회장들을 통해 신자들을 교육했고, 한국교회의 기틀을 다졌다. 사목 일꾼들에게 ‘출발’하려는 끊임없는 열망을 불러일으켰다(「복음의 기쁨」 27항).

한진욱 신부는 “주 신부 주변에는 성실하고 신실한 신자들이 모여들었다”며 “그는 삶으로써 신자들과 좋은 관계성을 어떻게 맺어나가야 하는지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주 신부는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요한 10,11)라는 주님의 말씀을 몸소 실천했다. 자신으로 인해 신자들이 고통 받는다고 생각한 그는 귀국을 결심했다가 ‘나의 양 떼와 운명을 같이해 순교함으로써 모든 불행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발길을 되돌린다.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이었다.

주문모 신부를 기억하라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와 한국순교복자수녀회, 한국순교복자빨마수녀회는 시복식을 전후로 숨겨진 주문모 신부의 삶과 영성을 드러내는 노력을 펼칠 계획이다.

오는 8월 4일 오후 1시30분 서울 용산구 이촌2동 새남터성당에서 ‘주문모 야고보 신부 특강 및 순교자 현양 미사’를 마련한다. 김귀분 수녀의 ‘기억하라’(루카 22,19) 주제 특강이 진행된다. 특강은 ▲파스카에 대한 기억 ▲‘하느님의 말씀을 일러준 여러분의 지도자를 기억하십시오’(히브 13,7)에 촛점을 맞춰 주문모 신부의 삶과 영성을 살펴본다.

시복 미사 이틀 후인 18일 오후 3시 새남터성당에서 주 신부 시복 축하 및 감사 미사를 봉헌한다. 이날 미사에는 중국 출신인 주 신부의 시복을 축하하기 위해 홍콩교구장, 마카오교구장, 대만 주교회의 청소년분과 주교 등이 참석한다. 미사에 앞서 ‘주문모 신부의 조선 사목 활동’ 주제 특강과 흉상 제막식 및 기념관 관람이 준비돼 있다.

김귀분 수녀는 “주문모 신부를 재조명하는 작업은 이제 시작”이라며 “그의 죽음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살아간 행적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해 나가야 하며, 이것이 우리의 과제다”라고 말했다.

※문의 02-744-4702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주문모 신부가 순교한 자리에 세워진 새남터성당.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