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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교회의 가르침] (25) ‘현대의 사제양성’ ②

한영수 신부
입력일 2014-07-22 수정일 2014-07-22 발행일 2014-07-27 제 2905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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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영성 갖춘 ‘참된 목자’ 양성에 초점
신학생 교육 실천적 방향 제시
인품·정서적 성숙 추구하며 하느님과 친교 이루도록 당부
체계적으로 신학 역량 키우고 ‘스승 예수’ 모범 따르도록 권고
성품 은총 꾸준히 유지하도록 ‘사제 계속 교육’ 중요성 강조
성화·쇄신 위한 주요지침 소개
「현대의 사제양성」에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은 “어떻게 해야지만 이 시대를 진정으로 감당할 수 있는, 그리하여 오늘의 세계를 복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제들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인가?”(10항)이다. 이를 위해서 교황님께서는 교회의 오랜 전통과 경험에 비추어 ‘사제가 되기 전 신학생에 대한 양성’과 ‘사제서품 후 사제들을 위한 계속 양성’을 구분하여 실천적인 방향들을 제시하고 있다.

‘사제가 되기 전 신학생에 대한 양성’과 관련된 제5장에서는 사제 지망자들을 양성하는데 핵심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영역들 즉 인성, 영성, 지성, 사목 분야에서 다루어져야할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제6장은 ‘사제의 계속 양성’과 관련한 부분인데, 여기서는 사제들의 성화와 쇄신을 위한 지속적인 양성의 주요한 지침들이 제시된다. 이제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신학교에서 사제지망자들을 위해서 이루어져야할 양성의 여러 영역들 중에서 가장 먼저 주목하는 분야는 ‘인성’ 즉 인간적 품성과 정서적 성숙함과 관련된 교육이다. 그 이유는 이 영역이 다른 영역들(지성, 영성, 사목)의 교육의 기초가 되고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사제양성을 할 때 인간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제양성의 전 과정은 마치 밑 빠진 독과 같은 것이 되어 버릴 것”이라는 시노드 교부들의 견해(시노드 건의안 21항)를 교황님께서도 전적으로 받아들이신다. 사실, 사제 직무 자체가 본질적으로 한 인간으로서 다른 사람들과 맺는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기에, 이 인성분야의 양성이 가장 우선적으로 중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을 구속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와 만나는 데 사제의 인격이 다른 사람들에게 장애물이 되지 않고 하나의 다리가 될 수 있도록 신학생들을 교육하라고 교황님은 요구하신다.

이를 위해서 각 신학교는 신학생들이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정신으로나 사랑의 관계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공동체 안에서 자유와 책임과 양심에 대한 엄격한 훈련과 함께 타인을 위해 헌신하게끔 교육하도록 당부하신다.

두 번째로 지목되는 ‘영성 교육’은 사제양성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서 하느님과 관계를 맺고 친교를 이루어 내는 일과 관련되는 영역이다.

이 교육은 사제지망자가 성령의 주도권 아래에서 사제로서 살아가야할 자신의 존재와 행동을 통일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혀진다. 이것은 한 인간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작업이기에, 앞선 ‘인성 교육’의 연장선 안에서 또 그 완성을 이루는 교육이다. 이를 위해서 교황님께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사제양성에 관한 교령」을 참고하여, “그리스도를 찾고 그분과 밀접하게 일치된 삶”을 살도록 신학생들을 양성할 것을 권고하시면서 다음의 세 가지 실천적 방법을 구체적으로 실시할 것을 제시하신다. ‘하느님의 말씀을 충실하게 묵상하며 기도하는 교육(Lectio Divina)’, ‘예수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에 깊이 참여하는 전례교육(미사를 비롯한 모든 성사와 성무일도)’ 그리고 ‘순명과 독신과 가난을 살아가면서 사람들 안에 그리스도를 찾으면서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도록 하는 교육’.

그리고 세 번째 분야는 하느님을 알고 따르는 지혜를 얻게끔 도움을 주는 ‘지적인 교육’이다.

이 영역은 앞의 ‘인성 교육’과 ‘영성 교육’이 더욱 효과적으로 열매 맺도록 도와주는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기에 신학교에서 아주 중요하게 여겨야 할 부분이다. 더군다나 오늘날 다원주의가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신앙을 옹호하고 설명해 줄 수 있는 역량이 사제들에게 더욱 요구되어지기에 아주 수준 높은 지적 교육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더욱 필요하다.

그래서 구원의 신비와 진리에로 나아갈 토대가 되는 철학은 물론이고 인문과학과 실증적 학문의 도움도 받아야 하며, 또 신앙진리들을 깊이 이해하기 위한 학문들(성경과 교부들, 교회의 가르침, 전례와 역사, 교의신학과 윤리신학, 영성신학과 교회법, 사목신학과 기초신학, 타종교에 관한 학문 등)을 통합적으로 배울 수 있는 체계적인 신학 교육이 모든 신학교에서 충실히 실시되어야 함을 교황님께서는 특별히 강조하신다.

마지막 네 번째 분야는 ‘사목 교육’인데, 이는 신학생들에게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의 지향점이 되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사제지망자들이 받는 모든 교육들의 목적은 결국 “스승이시요, 사제이시며, 목자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영혼들을 돌보는 참된 목자”가 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사목 현장과 보다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이 교육도 앞서 다루어진 다른 영역의 교육들과 함께 체계적이고 객관적으로 이루어져 신학생들이 교회의 ‘신비’와 ‘친교’와 ‘선교’의 차원에 깊게 참여하게 되기를 교황님께서는 당부하신다.

성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도적 권고 「현대의 사제양성」에서는 신학생 양성을 위한 인성·영성·지성·사목분야에 대해 다루면서 사제들의 성화·쇄신을 위한 지속적 양성 지침도 제시하고 있다. 사진은 주교회의 성직주교위원회와 전국신학교총학장회가 지난해 6월 마련한 ‘제2차 전국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신임 양성자 워크숍’ 장면.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이상과 같이 인성, 영성, 지성, 사목 영역에서 체계적으로 또 통합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신학교 교육공동체 모습을 제시하신 교황님께서는 이어지는 6장에서 ‘사제의 계속 교육’ 문제를 언급하신다. 이것은 교회문헌 안에서 ‘사제의 계속 교육’ 문제가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다루어진 것이다. 여기에서 교황님은 사제서품 자체를 통해 모든 사제는 계속 교육을 받도록 부름을 받았다는 사실에 먼저 주목하면서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강조한다.

사제들은 본래의 신선함과 아름다움이 조금도 퇴색되지 않도록 하느님께 받은 성품의 은총을 유지해야할 필요가 있다. 세상의 인간적인 모든 일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계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듯이 사제직도 그러하다. 더군다나 하느님의 끊임없는 부르심을 끝까지 충실히 따르기 위해서는 사제의 계속 교육은 더 더욱 필요한 것이다. 사제직에 임하는 목자로서 끝까지 ‘충실하기 위해서’ 또 개인적으로 ‘끊임없는 회개의 과정’을 위해서는 이 계속 교육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목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히 임할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태도이다.

사제들의 계속 교육은 신학교 교육을 더 완성시켜 나가면서도 현실적 적용과 변화를 추구하면서 진행되어야 한다.

사제의 계속 교육에서는 사제가 사람들과 더 깊이 교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간적인 측면’,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복음을 더욱 근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영성적인 측면’, 현대사회 안에서 그리스도교의 진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도록 도와주는 ‘지적인 측면’, 더욱 착한 목자가 되도록 도와주는 ‘사목적인 측면’ 등이 체계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계속 양성의 당위성과 방향을 제시하신 교황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을 하신다. “사제는 교회 안에서 계속 교육을 받음으로써 주교와 일치를 이루며 자신이 속한 사제단 안에서 또한 자신이 속한 사제단과 함께 성숙해져야 합니다.”(74항) “계속 교육은 정말로 계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제가 어떤 연령층에 속하든, 어떤 처지에 있든, 또한 교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책임을 맡고 있든 늘 사제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76항)

지금까지 알아본 사도적 권고서 「현대의 사제 양성」 안에서,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내 마음에 드는 목자들을 세워주겠다”(에레 3,15)는 하느님의 약속이 실현되는 현장이 바로 사제의 ‘계속 교육’과 신학생들의 ‘사제직을 향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현장이라고 여기고 계심을 볼 수 있었다. 신학생들과 사제들 안에서 훌륭한 일을 시작하신 하느님께서 그 일을 완성하실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해 하느님께 협력하도록 노력하자는 것이 교황님께서 우리에게 던지시는 메시지이다. 이제 우리가 이 메시지에 응답할 차례이다.

한영수 신부는 대구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1990년 사제로 서품됐다. 파리가톨릭대학교에서 교리교육을 전공했으며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교리교육학 교수로 봉직하고 있다.

한영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