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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구 강의선 신부, 인천가대에 5억 원 쾌척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4-07-22 수정일 2014-07-22 발행일 2014-07-27 제 2905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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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값 아껴 모은 평생 재산 장학금으로
신학교 시절 받은 지원 감사하며
후학 양성 위해 ‘의선장학회’ 설립
강의선 신부(인천교구 원로사목자·81·사진)가 최근 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 사제 양성을 위해 써 달라며 장학금 5억 원을 기탁했다.

인천교구 첫 한국인 사제인 강의선 신부는 2012년 10월 답동주교좌성당에서 사제 수품 50주년 금경축 미사를 봉헌하는 자리에서 ‘의선장학회’를 설립해 후학을 양성하겠다고 공언했고 1년 8개월 만에 그 약속을 지켰다. 장학회 설립을 약속하면서 목표했던 금액이 5억 원이었고 지난달 목표 금액을 정확히 채웠다.

17일 인천 부개동 은퇴 사제관에서 만난 강 신부는 “홀가분하고 후련하다”고 말했다. 2003년 1월 사목 일선에서 은퇴한 후에도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니는 등 최소한의 생활비만 쓰고 매월 100만 원씩 장학금으로 적립한 끝에 오랜 짐을 덜었기 때문이다.

강 신부가 5억 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신부가 어떻게 그런 큰 돈을 모았느냐?’고 의아해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에 대해 강 신부는 “‘호랑이 신부’, ‘깍쟁이 신부’라고 불리며 사제 생활 51년 동안 헛되이 쓰는 돈 없이 꾸준히 모았다”고 답했다.

1956년 대신학교에 입학한 강 신부는 누구나 가난하던 시절 교황청의 주선으로 어린 6남매를 키우던 미국인 짐 레바나반 부부의 후원을 받으며 신학교를 다녔고 ‘나도 이 은혜를 꼭 갚겠다’고 다짐했다. 1962년 12월 사제품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당시 인천교구장이던 나길모 주교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참석하는 관계로 해를 넘겨 이듬해 2월 인천교구 제1호 한국인 사제가 된 강 신부가 받은 월 생활비는 3100원이었다. 자장면 한 그릇이 60~70원 하던 시절이었다.

강 신부는 박문여고에 주 2회 출강하면서 돈을 아끼려 점심을 굶었고 버스비까지 절약하고자 먼 거리를 걸어다니기 일쑤였다.

1968년 답동본당 주임으로 부임한 후 신용협동조합을 설립해 통장을 개설하면서 신자들이 “신부님, 식사비로 쓰세요”, “교통비로 쓰세요”라며 건네준 돈과 영명축일에 받은 물적예물을 통장에 넣기 시작했다. 강 신부는 본당 사목자로 있는 동안 영명축일 행사를 한사코 사양했지만 신자들이 전달한 물적예물은 장학금으로 적립했던 것이다.

강 신부는 자신이 인천가대 신학대에 기탁한 장학금이 미얀마나 중국 같은 가난한 나라 출신으로 한국에 유학 온 신학생들에게 쓰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소수일지라도 ‘의선장학회’의 정신을 이어갈 신학생들에게 장학금이 지원된다면 한국교회가 더욱 힘차게 자라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드러냈다.

박지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