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간 김수환’ 마지막 3년간의 기록, 다큐멘터리 ‘그 사람 추기경’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4-07-22 수정일 2014-07-22 발행일 2014-07-27 제 2905호 15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8월 7일 개봉 전국 시사회서 후원금 모금도
다큐멘터리 ‘ 그 사람 추기경’ 한 장면.
8남매 중 막내, 개띠, 키 170cm, 혈액형 AB형, 왼쪽 귀가 거의 안 들리고, 콧바람이 매우 크다. 편지를 받으면 꼭 답장을 하고 평생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살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의 모습이다. 오는 8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인간 김수환’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종교인의 표본으로만 기억했던 김수환 추기경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5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제작된 다큐멘터리 ‘그 사람 추기경’(감독 전성우/제작 평화방송)이 8월 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선종 직전 3년간의 삶을 동행 취재한 영상과 그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주변인들에게서 듣는 김 추기경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았다. 왜곡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담담하게 풀어냈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하나 모르겠어, 어렵게 평을 하나?”

김 추기경이 영화 제작진에게 던진 질문이다.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영화는 그와 가장 가까웠던 벗들을 찾아가, 인간 김수환을 듣는다. “보고 싶어요. 대단한 양반이었어요.” “천당에서 아주 큰 빽을 제가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막연하게 의지되는 분이에요.” 등의 이야기는 이제 다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그에 대한 벗들의 그리움을 짐작하게 한다. 인간적인 고민과 사랑, 비전을 고백하는 김수환 추기경의 모습에서, 그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인간 김수환을 만날 수 있도록 이끈다.

영화는 과연 그를 얼마만큼 이해하고 알고 있었는지 관객들에게 질문한다. 더불어 점점 희미해지는 김수환 추기경을 다시금 추억하게 만든다.

전성우 감독은 “김수환 추기경을 처음 뵌 것은 2003년이었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말을 건네셨다”며 “하지만 사제의 삶을 살고 있는 이상 내 몸은 내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말씀하시며 돌아가실 때의 모습까지도 공개될 것을 아시면서도 묵묵히 촬영에 임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을 할 때부터 ‘그 분이 이런 사람이다’라는 단정을 짓기는 싫어, 단지 내가 보았던 것, 들은 것 그대로만 영화에 담으려고 했다”고 영화 취지를 설명하며,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판단은 관객들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영화는 지난 6월 30일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김수환 추기경과의 동행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약 5주간 진행되는 펀딩은 한평생 나눔의 길을 실천하며 생을 마감한 김수환 추기경의 뜻을 이어받아 아름다운 사랑의 길에 동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미 시사회를 가진 대구·부산에 이어 광주(28일), 대전(29일), 서울(30일)에서 열리는 대규모 전국 시사회에 동행 프로젝트 후원자들을 초청한다. ‘그 사람 추기경’ 동행프로젝트 크라우드 펀딩은 굿펀딩 사이트(www.goodfunding.net)에서 참여할 수 있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