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주님 사랑으로 치유된 눈과 마음

안양교도소에서 김완욱(도나도)
입력일 2014-07-22 수정일 2014-07-22 발행일 2014-07-27 제 2905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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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서 바라본 서울의 야경은 참으로 아름다웠으나 한편으로는 야속했습니다. 저 많은 빌딩과 크고 작은 집 가운데 내 집 하나 없었기 때문입니다. 너도 나도 돈을 벌어 허기를 채웁니다. 허기를 채우고 나면 이제 욕심이 생겨납니다. 더 고급스러운 차를 사려하고 작은 집에서 좀 더 큰 집으로 옮기려 하는 것처럼 우리 안에 욕심이란 것이 자라나게 되지요.

저는 수형자입니다. 그 욕심 때문에 아니었나 싶습니다. 술 취해 바라본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 속에서 지독한 고독과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저 많은 집들 중 내 집 한 칸 없는 신세를 한탄하며 세상에 악다구니를 쓰고 벗어나려 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자포자기 하며 법을 어기고 죄를 지었습니다. 죄 지은 대가로 가슴에 하얀 칭호번호가 붙어 있는 푸른색 수의를 입게 되었으니까요. 죄를 지었다는 죄책감과 자책 속에서 오랜 기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한번 자괴감에 빠지게되니 교정시설에 들어와서도 헤어나올 길이 없더군요. 삶에 대한 의욕도 없었고 매사에 무기력했으며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원망만 커져갔습니다. 그러더니 조금은 보이던 한쪽 눈의 시력마저 바로 앞의 사람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한쪽 시력은 뺑소니 교통사고로 완전히 잃었고, 남은 한쪽 눈에 마저 녹내장과 유전적 요인의 여러 가지 합병증 증세로 실명이 예견되어 있었기에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라고 생각하며 실의에 빠져버렸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구건조증과 각막에 상처까지 나면서 급기야 시력은 글씨가 안보일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아졌습니다. 저는 이러한 고통과 괴로움을 신앙을 다시 찾음으로 인해 잊을 수가 있었습니다.

두 손 모아 참회의 기도를 드리고 틈나는 대로 성경을 읽으며 진솔한 신앙생활을 해나갔습니다. 그러면서 차츰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먹고, 마시고, 숨 쉬고, 읽고, 쓰는 일에 감사했고, 살아있다는 것에, 살아간다는 것에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지금 이렇게 깨닫는 것을 이전에는 왜 몰랐을까요? 다행히 법무부와 교도소의 도움으로 지속적인 병원치료를 받게 되어 시력은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일반적으로 한번 나빠진 시력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인데, 그야말로 기적적으로…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을 자비와 사랑으로 기꺼이 치유해 주신 주님, 저는 이제 주님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주님을 알게 될수록, 믿음이 커질수록, 저 스스로 미워했던 많은 시간들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타인까지도 사랑할 수 있게 되었고요. 당연한 것이라 여겼던 하루의 일상이 감사한 존재로 다가와서 불행이란 없었습니다.”

신앙 안에서 깨어 있으니 이해되지 않고 용서되지 않는 일이란 없었으며 타인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워지고 겸손해 졌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오늘 하루 살아 있음에 행복하고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또 내일이 새롭게 열리는 것에도 감사드립니다. 팔, 다리가 없어도 사지가 마비된 사람도 눈이 보이지 않아도… 나와 같이 살지는 않았습니다. 장애가 심하게 있는 그들도 나름의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갑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닮아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정성을 다하고 마음을 다해 살다보면 새로운 세상의 문이 어느새 기적처럼 나에게도 열리게 될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겸손해져서 더 이상 주님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안양교도소에서 김완욱(도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