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복음생각 (882) 몽땅 내놓으면 ‘하늘나라’ / 김동일 신부

김동일 신부(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
입력일 2014-07-22 수정일 2014-07-22 발행일 2014-07-27 제 2905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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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7주일(마태오 13,44-52)
하늘나라를 얼마에 살 수 있을까요? 내가 가진 것을 다 팔면 살 수 있을까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다 팔면 얼마쯤 손에 쥘 수 있습니까? 그것으로 하늘나라를 살 수 있습니까?

하늘나라를 사고 싶으세요? 얼마 전 새사제 첫미사에 참석했습니다. 한 분께서 식사 중에 자랑을 하셨습니다. 당신께서 새사제 아버지의 대부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새사제 아버지가 당신에게 첫 대자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이제 하늘나라로 직행할 수 있는 표를 산 것과 다름없다며 좋아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얼마 안 주고 하늘나라행 표를 구입하신 것 같습니다. 도대체 하늘나라는 어떤 곳일까요?

하늘나라는 이승이 아니고 저승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늘나라는 죽어서 가는 하늘에 있는 어떤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이승에서 열심히 바르게 신앙생활하면서 살면 하늘나라에 가서 하느님과 편히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밭에 숨겨진 보물 같다고 했습니다. 어떤 이가 그것을 샀습니다. 그 사람은 하늘나라를 이승에서 얻었습니다. 좋은 진주를 찾아서 산 상인과 같다고 했습니다. 하늘나라가 저승에서 찾아봐야 하는 그런 곳이 아니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하늘나라는 숨겨진 보물이고 진주를 찾는 상인이라는 말씀에서 지금 우리가 무엇을 찾고 있으며, 어떤 자세로 임하는지를 성찰하게 됩니다.

밭에 숨겨진 보물인 하늘나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숨겨진 보물을 찾아 여기 저기 돌아다녀 봅니다. 이 밭, 저 밭을 파봅니다. 그런데 찾기가 어렵습니다. 보물이 숨겨진 그 밭이 혹시 내 밭은 아닐까요? 내 밭에 보물이 숨겨져 있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밭에 상추, 고추, 파만 심고 그것들만 열심히 키운 것은 아닙니까? 바로 옆에 조금만 더 팠으면 큼지막한 보물이 있는데, 못 보고 지나치지는 않았습니까? 보고도 뭔지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어렸을 때 소풍을 가면 보물찾기를 했습니다. 보물은 어디 깊숙한 곳에 있기보다는 눈에 쉽게 뜨이는 곳에서 찾을 수 있었고, 기뻤습니다. 하늘나라도 이와 비슷합니다. 내 밭, 내 집, 내가 머무는 눈에 잘 뜨이는 곳에 하늘 나라가 있습니다.

가진 것을 다 팔면 살 수 있는 하늘나라. 보물도 그렇고 진주도 그렇고 두 사람 모두 집으로 돌아가서 가진 것 모두를 팔았습니다. 그리고 하늘나라를 샀습니다. 하늘나라가 얼마 안 비싼 것입니까? 아니면, 그들이 정말 부자여서 엄청난 값으로 하늘나라를 산 것입니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가진 것을 다 팔면 하늘나라를 살 수 있다. 이거 해볼 만한데. 그래 내가 얼마 없는데 이것과 하늘나라를 맞바꾼다면 손해 나는 장사는 아니다.’ 부자든 안 부자든 내 것을 다 내놓으면 하늘나라를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진 게 없을수록 하늘나라를 사기가 더 쉽게 느껴집니다. 가진 것을 꽉 쥐고 있는 것은 부자가 더 그렇지 않습니까!

하늘나라는 정말 값진 것입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과 바꿀만한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평생 동안 모은 많은 것들이 얼마나 소중합니까! 얼마나 많은 추억이 담겨 있습니까! 기쁨, 슬픔, 웃음, 울음, 상처, 위로, 용서, 나눔, 이 모든 것이 그 안에 담겨 있습니다. 이 모든 것과 같은 값을 가진 하늘나라입니다. 하늘나라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 그대로 들어있는 곳입니다. 장소이기도 하고 상태이기도 합니다. 손에 쥘 수 있는 보물이기도 하고, 다 팔아서 진주를 사려는 상인의 마음 상태가 바로 하늘나라입니다.

내가 가진 것을 몽땅 내놓아 하늘나라를 사려는 마음을 먹을 때, 내 옆에 있던 하늘나라를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이 열립니다. 이제 몽땅 내놓고 하늘나라에서 모든 것을 하느님과 함께 누리면 됩니다.

김동일 신부는 2003년 예수회 입회,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필리핀 마닐라 LST(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1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으로 활동 중이다.

김동일 신부(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