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톨릭신문이 만난 사람] 사진작가 조세현

이주연 편집부장
입력일 2014-04-30 수정일 2014-04-30 발행일 2014-05-04 제 2893호 2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사람 표정을 담는 건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일”
무의탁 복지시설 촬영 봉사 계기로 작품활동 큰 변화
입양아 사진전 11번 열며 사회적 관심 모으는데 기여
소외계층 대상 사진교육 등 펼치는 ‘희망프레임’ 설립
“희망적 미래 여는 문화·예술 교육에 교회도 관심을”
“문화·예술 교육은 미래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강조하는 조세현 사진작가는 사단법인 ‘희망프레임’ 설립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다양한 사진교육·봉사활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 서상덕 기자
사진작가 조세현(56·희망프레임 이사장)씨에게는 통상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 사진작가’, ‘사람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는 스타 사진작가’, ‘스타 사진의 대가’ 등의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인물의 특징을 잘 포착해 사진으로 표현 한다’ 는 평가 속에 ‘많은 연예인들·저명인사들이 그에게 사진을 찍으려 한다’고 알려진다. 그래서 연예인보다 더 유명한 스타 사진가라는 말도 듣는다. 그만큼 30년의 경력 속에 ‘인물’, ‘사람’에 천착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조세현 작가가 촬영한 염수정 추기경. 2012년 서울대교구장 서임 공식사진으로 찍은 모습이라 대주교 복장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대교구
그런 그에게는 한편 ‘천사 촌장’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비, 이병헌, 권상우, 김혜수, 정명훈, 최경주 등 스타 연예인들과 사회 저명인사들이 입양을 고대하는 갓난아이들을 품에 안고 찍은 사진들을 10년째 전시해 오고 있는 탓이다. 2003년부터 시작된, 이름 하여 ‘천사들의 편지’다. 지난 연말 개최된 11번째 전시회는 아이돌 그룹들이 천진난만한 웃음의 아이들을 품에 안고 찍은 사진들로 꾸며졌다. 지난 2일부터는 대구에서 사진전이 열리는 중이다.

요즘 조세현 작가에게는 ‘천사들의 편지’ 전시회로 비롯된 입양아들과의 인연뿐만 아니라 노숙자, 이주여성, 장애인, 미혼모, 위안부 할머니 등 우리 곁에 있으면서도 정작 함께함이 부족한 소외계층들에게 뷰파인더를 맞추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2년 9월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 ‘희망프레임’으로 그 작업들은 더욱 체계적으로 촘촘해지고 있다.

그는 10여 년 전 어느 날, ‘계시’처럼 이뤄졌던 갈 곳 없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오늘의 시간을 살게 하고 있다고 했다.

가톨릭신문이 그를 만난 것은 보다 따뜻한 시선이 필요한, 세상 그늘진 곳에 렌즈를 향하며 이를 다른 이들과 나누려 애쓰는 이야기를 듣고자 함이었다.

한통의 전화

지난 2000년, 조세현 작가는 외삼촌으로부터 뜬금없는 전화를 한통 받았다. “스타들만 찍지 말고 우리 식구들 사진 좀 찍어 달라”는 것이었다. 외삼촌은 당시 무의탁 복지시설 ‘고령 들꽃마을’ 원장으로 있던 대구대교구 배임표 신부(현 대구시립희망원장·대구정신변원장)였다.

한창 상업 사진작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조 작가에게 배 신부의 전화는 신선했다. “변변한 가족사진이 없는 이들에게 사진도 좀 찍어주고, 유명인 많이 알 테니 함께 와서 공연도 해주면 좋겠다”는 배 신부 부탁에 조 작가는 피아니스트 노영심씨와 함께 고령을 찾았다.

전날까지만 해도 ‘전지현’, ‘고소영’을 촬영했던 그에게 들꽃마을 사람들은 그야말로 극과 극의 피사체가 아닐 수 없었다. 처음엔 당일 작업을 하고자 했는데, 하룻밤을 묵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스타 연예인이 아닌, 일반사람 특히 소외계층에게 카메라 렌즈를 고정시킨 것은 처음이었다.

“시설 전체에서 냄새도 좀 나고, 식사와 잠자리 등 모든 것이 편치 않은 상황이었는데 사람들이 친구처럼 느껴졌어요. 스텝들은 힘든 기색이 역력했는데 저는 편하게 같이 먹고 자면서 사진을 찍었죠. 한 가족이 된 것 같았어요.”

조 작가는 서울에 돌아와 사진 인화 작업을 하며 다시 마주한 들꽃마을 사람들 얼굴에서 가슴이 찡했다고 한다. 순박하고 맑게 미소 띤 표정들이 무척 행복해 보였다. 잊고 있었던 ‘사람’을 향한 ‘본성’이 일깨워지는 듯 했다.

이전까지 사람들을 ‘멋지고 아름답게 찍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그에게 고령 들꽃마을에서의 체험은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체득하는 기회였다.

그는 저서 「얼굴」에서 그 장면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해주는 것. 사진의 힘이 거기까지 미친다면 앞으로 내가 한 장의 사진 속에 담아내야 할 것이 얼마나 많단 말인가. 벅찬 마음에 가슴 한구석이 뻐근했다. 사진가로서 또 다른 삶이 시작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2000년 조세현 작가가 고령 들꽃마을 식구들을 촬영한 사진. 당시 들꽃마을 원장이었던 조 작가의 외삼촌 배임표 신부(가운데) 요청으로 시작된 사진작업은 조 작가에게 작품활동의 전환점이 됐다. 사진 배임표 신부

‘천사’들과의 만남

그 이후 사회복지단체들과의 만남이 우연스레 자꾸 이어졌다.

현재 ‘천사들의 편지’ 전시회를 있게 한 단체에서는 입양 갈 아이들 백일 사진을 찍어줄 수 없겠느냐고 연락해 왔고, 한 지적장애인시설에서도 학생들 사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거절의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를 두고 조 작가는 “하늘로부터 누군가가 분명히 시킨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천사들의 편지’ 입양아 사진전은 이렇듯 처음부터 기획된 것은 아니었다. 사진을 찍고 보니, 그냥 두기에 아깝기도 하고 입양 단체의 권유도 있고 해서 인순이·권상우씨 등에게 부탁, 아이를 안고 찍도록 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11번의 전시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진모델이 됐던 아이들은 95% 정도가 입양됐다고 한다.

지금껏 이 전시회에 참여한 연예인들은 100여 명이 넘는다. 박근혜 대통령도 2005년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시절 아기를 안고 촬영했다. 몇 년 전부터 전시회마다 주제를 정하고 있는데, 다음 12회 사진전에는 스포츠 스타들이 참여하는 콘셉트로 준비될 예정이란다. 사진전 연륜이 쌓이면서 이제는 최고의 스타라면 반드시 참여하고 싶은 작업이 되기도 했다. 11회 사진전을 앞두고 이미 몇 차례 사진전에 참여했던 한 유명 여배우는 다시 한 번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아이돌 스타들로 꾸며지는 주제여서 아쉽게 마음을 돌렸다는 후문이다.

조 작가는 ‘천사들의 편지’ 전시회를 비롯한 입양아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인 공로로 2011년 제6회 ‘입양의 날’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희망프레임

배임표 신부와 전화 한 통으로 이어진 사회 내 낮고 그늘진 곳 사람들과의 만남은 이후 다문화가족 및 이주여성, 장애인, 노숙인 그리고 굶주림에 시달리는 아프리카·북한 어린이들로 그 영역이 넓혀졌다.

다문화가족 및 이주여성 고향 방문 가족사진 촬영은 11년에 걸쳐 진행되기도 했다. 런던, 밴쿠버, 베이징 등 장애인올림픽 촬영에도 참가, 사진전을 열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 전환을 환기시켰다. 최근에는 여성가족부 요청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물 사진 작업도 진행 중이다.

조세현 작가는 이러한 활동들에 대해 “ ‘사진’이라는 재능으로 사람들과 공감을 나누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다”면서 “사회와 소외계층을 연결시키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서, 개인적으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사단법인 희망프레임 설립을 통해서는 다문화가족, 저소득층 청소년, 노숙인 등을 대상으로 한 사진교육 및 다양한 봉사활동들을 전개하고 있는 조세현 작가. 2013년 서울 광화문에 문을 연 ‘희망사진관’은 이를 통한 대표적인 노력의 결과다.

그는 특별히 사진을 통한 문화·예술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청소년’ 교육에서는 한층 목소리를 높였다. “희망프레임에서는 소외아동, 다문화가족,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들도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변화를 꿈꿀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업과 기관의 관심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는 “문화·예술 교육은 미래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일로, 긍정적 사회인으로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데 제 격”이라고 했다. 그런 만큼 “가톨릭교회에서도 함께 힘을 보태주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사진은 타인과의 공감

조세현 작가는 자신의 글을 통해서 “내 사진으로 어떤 긍정적인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물음표가 자꾸 늘어난다”고 토로한바 있다.

그런 그에게 사진이란 무얼까. ‘항상 곁에 있는 그림자’라는 답이 돌아왔다.

중학교 때 우연히 길에서 주은 필름 한 장이 사진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고, 결국 사진을 전공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사진 목적을 ‘타인과의 공감’이라면서 “사진을 통한 타인과의 대화가 나의 삶”이라고 했다.

“사람의 표정을 담는 건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는 그의 말이 들꽃마을 사람들, 아기를 안은 스타들, 이주여성들 표정을 담은 사진들 위로 스쳐 지나갔다.

“앞으로 건강할 때까지 좀 더 많은 인물들을 카메라에 담고, 내적으로 영혼에 접근하고 싶다”는 희망사항과 함께.

▲조세현 작가는…

학력

-서울 중동고등학교 졸업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졸업

주요 경력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겸임교수

-삼성 경제연구소 문화예술 부문 강사

-서울특별시 희망서울 홍보대사

-대한 장애인체육회 이사

-입양 아동 홍보대사

-국가 인권위원회 자문위원

주요 수상 경력

-시민봉사상(한국사회복지협의회, 2012)

-대통령 표창장(행정안전부, 2011)

-문화봉사 표창장(보건복지부, 2010)

-장애체육발전 표창장(문화체육관광부, 2010)

-이해선 사진문화상 (대한사진예술가협회, 2009)

이주연 편집부장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