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권위적인 사람만 보면 반항심이 생겨요

김인호 신부 (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입력일 2014-04-15 수정일 2014-04-15 발행일 2014-04-20 제 2891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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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요

저는 50대 초반의 기혼 여성입니다. 언젠가부터 저에게 큰 악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누군가를 험담하는 것입니다. 아랫사람들과는 잘 지내는 편인데 특별히 권위적이거나 지시하는 윗사람들과 마주할 때면 저도 모르게 반항심이 생기면서 그 사람에 대해 좋지 않게 말하는 편입니다. 직장생활에서도 이 문제로 인해서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좋은 의도로 성당 활동을 하면서도 죄를 짓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대답입니다

사람들 가운데 분노를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분노는 자신 안에 어떠한 이상과 바람이 있음을 전제하는 것이고 그것이 무엇인가로부터 방해를 받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주기에 이는 ‘살아있음’의 또다른 표현입니다.

하지만 분노의 표출이 우리 삶 안에서 크고 작은 문제를 자주 일으키곤 합니다. 일반적으로 분노는 자신에게 분노를 일으킨 대상에게 직접적으로 욕을 하거나 따져 묻는 등의 방법과 같은 직접적인 형태와 자신의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출하지 않으면서 우회적으로 자신에게 분노를 일으킨 사람을 험담하고, 빈정거리거나 말을 따르지 않는 등의 수동적인 형태도 있습니다.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웃의 잔치 집에 가서 시무룩한 얼굴로 분위기를 망치는 모습도 수동적 분노의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아마도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것이 큰 대가를 치러야 하기에 수동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수동적인 방법의 분노 표출은 상대에게 직접적인 상처를 주지 않기에 인간관계나 직장 생활을 파괴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 영향은 생각보다 클 수 있습니다. 특별히 직장에서는 직접적으로 공격할 수 없는 윗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렵고 그 관계에서 오는 갈등이 에너지를 생산적인 것에 발휘하지 못할 정도로 무력하게 만들면서 만족감을 느낄 수 없게 만듭니다.

신앙생활에서도 공동체의 윗사람이나 특별히 사제, 수도자와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다보면 자칫 신앙생활 안에서 좋은 지향을 가지고도 엉뚱한 결과로 끝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녀님이 봉사활동을 가자고 하면 자신에게 물어보지 않은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시간이 없다고 하거나 그 날에 다른 일정을 잡기도 합니다.

자매님, 수동적 분노를 지닌 사람들의 내면에는 ‘골난 아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 아이와 대화하는 ‘엄마의 마음’과 ‘지혜로움’이 필요합니다. 우선은 마음속에 있는 ‘골난 아이’에게 “지금 무엇이 못마땅한가?”를 물을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그 불만의 더 깊은 속에 어떤 바람이 있는가를 살피는 것도 중요합니다. 때로는 엄마에게 투정하며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가 진정으로 찾는 것은 장난감이 아니라 엄마의 관심과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수동적 분노 표출의 치유는 자신에게 진정으로 충족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발견하는 작업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진정으로 자신이 바라는 것을 알아야 비로소 그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 직접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골난 아이’는 자신뿐만 아니라 남들에게도 ‘웃음기를 앗아가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자매님, 불평과 불만 그리고 험담을 단순히 피하려고만 하기 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묻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골난 아이’가 내뱉는 말의 진짜 의미를 찾는 시간이 어쩌면 자매님께는 또 하나의 훌륭한 기도시간이 될 것입니다.

김인호 신부 (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