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33) 함께 산다는 것!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4-04-15 수정일 2014-04-15 발행일 2014-04-20 제 2891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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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코골이 대처법은 ‘참기름’?
얼마 전에 후배 신부님과 수도회에 입회 당시 힘든 경험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후배 신부님은 말하기를,

“수도원에 들어와 처음 살아보는 공동생활은 각자의 생활 습관으로 인해 불편함과 갈등의 요인이었어요. 그 갈등은 좋은 수도자가 되고 이상을 무너뜨리는 시련이 되었어요!”

“교구 신학생이건 수도회 수도자이건 누구나 처음 살아보는 공동생활에 대한 불편함은 시간이 지나서 좋은 추억이 될 때가 있지요.”

나의 이 말을 들은 후배 신부님은 웃음과 함께 박수를 치며,

“맞아요. 갑자가 제 경험 하나가 생각났어요. 제가 처음 수도원에 들어왔을 땐 낯선 환경 때문에 밤에 잠을 잘 못 자겠더라고요. 그런데 같이 방을 썼던 형제는 잠을 너무 잘 잤어요. 심지어 코까지 심하게 골면서. 아시잖아요, 그 형제!”

후배 신부님은 자신과 같이 서품을 받은 동창 신부님을 지칭하고 있었습니다.

“그 신부님, 잘 때 코를 많아 골아요?”

“어유, 말도 마요! 어찌나 코를 심하게 골던지…. 그렇게 고민을 하던 중에, 라디오에선가 어디서, 코를 고는 사람을 대처하는 방법 뭐, 그런 비슷한 내용을 들은 적이 있었어요.”

“코를 심하게 고는 것은 병인데! 그리고 코골면 코 막는 것 박에 방법이 없는데!”

“그 방법이 뭐냐 하면, 코고는 사람의 콧구멍에 참기름을 넣으면 좋다고 하더라고요!” “푸하하하. 아니, 코 고는 사람에게 참기름을 넣는다고!”

“지금 생각해 보면 큰일 날 일인데! 암튼 그 날도 형제는 어김없이 탱크 지나가는 소리를 내며 잠을 자더라고요. 그래서 밤에 수도원 식당으로 내려가 참기름 통을 가지고 방으로 왔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전혀 근거 없는 말로,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했는데, 저는 그게 우스갯소리로 안 들렸던 거지요! 암튼 코를 골고 있는 그 형제 코를 보니 문득, 한 방울은 어림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참기름 병을 잡고 조심스럽게 그 형제 코를 정조준을 해서 쬐끔 넣는다는 것이, 그냥 한 숟가락 정도가 확 쏟아져 들어갔어요.”

“정말 코에 참기름 한 숟가락 정도가 들어갔어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저는 밤 새 효과가 좀 있겠지 싶어, 내 침대로 돌아가 누우려는데 갑자가 ‘커억 커억’하며 탱크 바퀴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형제가 벌떡 일어나는 거예요. 그리고 코와 목을 잡더니 ‘이거 뭐냐!’고 소리치는 거예요. 그래서 나도 그 형제 얼굴을 쳐다봤더니, 그 형제 코에서 노란 참기름을 줄줄 흘러내리는 거예요! 순간 빵 터져버린 거예요.”

“그리고 별일 없었어요?”

“그 형제는 화가 났고, 그렇게 며칠 서로 말 한 마디 안하고 있다가, 제가 먼저 사과를 했고, 나의 어려움을 털어 놓았어요. 그랬더니 그 형제도 내 마음을 받아 주더라고요. 그 후에 서로 조심, 조심하면서 지냈죠, 뭐!”

함께 산다는 것은 탱크가 지나가는 듯 한 형제의 콧소리가 조용한 자장가처럼 들리는 것처럼, 서로가 ‘익숙함’에 대한 기다림을 배우고, 조심함과 더불어 배려하는 마음을 체득하는 과정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