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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들의 성경주해] (228) 창세기 17,5

노성기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총장·한국교부학연구회원)
입력일 2014-04-15 수정일 2014-04-15 발행일 2014-04-20 제 2891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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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의 뜻
【 성경본문 : 창세 17,5 】

"… 이제 너의 이름은 아브라함이다. …"

아브람의 이름이 ‘아브라함’으로 바뀐 것은 그가 하느님의 계약과 믿음의 표시인 할례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브람의 이름에 한 글자가 더 붙음으로써 이름의 뜻이 ‘쓸모없는 아버지’에서 ‘선택된 아버지’로 바뀌었다.

… 이름이 바뀌기 전인 처음에는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거라”(창세 12,1)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에는 하느님의 계약에 관한 지시도 할례에 관한 지시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가 아직 아브람일 때는, … 하느님의 계약과 할례의 표시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가 고향과 친족을 떠나자’ …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너는 더 이상 아브람이라 불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 너의 이름은 아브라함이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비로소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계약을 받았습니다. 그가 아버지 집에서 육의 관계 속에 있을 때는 물론 아직 아브람으로 불릴 때에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할례를 믿음의 표시로 받아들였습니다(오리게네스 「창세기 강해」 3,3).

하느님께서 아브람의 이름에 한 글자를 더해 이름을 바꾸어 주십니다. 그는 이제 아브람이 아니라 아브라함으로 불립니다. ‘쓸모없는 아버지’(아브람의 뜻) 대신에 ‘훌륭한 아버지’, ‘선택된 아버지’(아브라함의 뜻)로 불립니다. … 그는 하느님을 몰랐기 때문에 쓸모없는 이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알게 되자 선택된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암브로시우스 「아브라함」 1,4,27).

하느님께서 다시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셨다. “너의 아내 사라이를 더 이상 사라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 마라. 사라가 그의 이름이다”(창세 17,15).

… 사라가 위대한 신앙의 동료요 공유자가 되었으니, 합당하게 불러야 하고 … 바르게 믿는 모든 여성의 어머니로 불려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복된 베드로는 다른 민족들 가운데 믿는 여인들에게 겸손과 순결, 정숙의 덕을 훈계할 때, 우리의 어머니 사라를 기억하고 합당한 찬미를 바치며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예컨대 사라도 아브라함을 주인이라고 부르며 그에게 순종하였습니다. 여러분도 선을 행하고 아무리 무서운 일이라도 두려워하지 않으면, 사라의 딸이 되는 것입니다”(1베드 3,6)(존자 베다 「복음서 강해」 1,11).

교부들은, 아들이 태어나리라는 말씀에 아브라함이 웃은 것은 의심했기 때문이 아니라 장차 일어날 일을 놀라워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브라함의 웃음은 불신의 표현이 아니라 기쁨의 표현이다.

아브라함이 웃은 것은 일부 사람들이 상상하듯 그 말씀을 믿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말씀을 믿었기 때문에 기뻐서 그런 것입니다. 복음서에서도, ‘그가 기뻐했다’는 말 대신에 ‘그가 웃었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루카 6,21.25 참조). …(알렉산드리아의 키릴루스 「성경 주해 선집」(창세기) 3,1038).

노성기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총장·한국교부학연구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