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

부모와 아이를 위한 돈보스코 상담실 (13) 딸아이가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합니다. 어떻게 하죠?

윤명희 수녀 (살레시오수녀회)
입력일 2014-03-05 수정일 2014-03-05 발행일 2014-03-09 제 2885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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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딸아이가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합니다. 어떻게 하죠?

중학생인 저희 딸이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해 걱정입니다. 물어보니 누가 괴롭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합니다. 이유를 말하라면 “그냥”이라고만 대답하는 아이를 어떻게 설득하면 좋을까요?

A. 무조건적인 설득보다 아이의 생각을 수용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어떻게 설득하면 좋을까요?’라는 부모 마음에는 학교를 보내야겠다는 의지가 깊이 담겨있습니다. 기성세대는 아이들은 반드시 학교를 다녀야 한다. 그래야 친구도 얻고, 졸업 후 사회인이 됐을 때 동창생이 있고 친한 친구도 생긴다. 그래서 학교를 다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요즘 보면 친한 친구가 사회생활을 통해서 졸업 후에 만난 사람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검정고시로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해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도 봤고, 이미 대학을 졸업해 원하는 일을 하는 아이도 봤습니다. 얼마 전 만난 중2학생은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이는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것보다 학위는 검정고시를 통해서 얻고, 여가 시간에 기타, 드럼, 책읽기, 과학관 다니기 등 자기가 배우고 싶은 것에 시간을 사용하길 원했습니다. 그렇게 생활도 모범적으로 하고 밝게 살아가는 모습을 봤습니다.

또 어떤 아이는 검정고시로 중학교를 졸업했는데 주변사람들이 너는 머리가 좋으니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학교를 다니라고 권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검정고시로 학위를 받겠다고 했습니다. 아이는 기타치기와 노래하길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보호자는 아이의 의지를 믿어주고 기타를 사주는 등 배려해주었습니다. 아이는 스스로 공부해 6개월 만에 검정고시를 통과했습니다. 보호자도 놀라고 아이 스스로도 놀랐습니다. 다음 해에 아이는 자기가 원하는 지방대학 산업디자인과에 합격해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이가 학교를 다니느냐, 검정고시를 보느냐 이 문제보다 먼저 아이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도와주는 게 필요합니다. 아이가 생활을 잘하다가 어느 날 불현듯 생각지 못한 말이나 행동을 할 때는 반드시 내면의 문제가 있을 때가 많습니다. “학교 안 가고 검정고시 볼래요.” “왜?” “그냥요.” 하지만 ‘그냥’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어떤 말을 할 때는 그 이유가 있습니다. 가족과 대화가 잘 안 될 때는 학교 선생님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청소년의 교육자 요한보스코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들이 갑자기 어떤 것을 “안 하겠다”, “하겠다” 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급하게 답을 주거나 설득하기 보다는 조금 시간적 여유를 가지십시오. 내일 그것에 대해 다시 이야기 하자. 일주일 동안 우리 서로 생각해 보고 다시 이야기하면 어떨까? 하면서 시간적 간격을 줍니다. 어떤 일은 이런 여유 속에서 저절로 해결되기도 합니다. 또 인터벌(interval)을 주면 아이 스스로 해결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진짜 아이에게 별 문제가 없으며 아이가 진실로 검정고시를 원할 때는 무조건 학교를 다니라고 설득하기보다 아이의 생각을 수용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때로는 아이들의 생각이 진로나 미래에 도움이 돼 바람직하고 성공적인 삶을 찾기도 합니다.

윤명희 수녀 (살레시오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