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의 창

[방주의 창] 아름다운 말이 많아야 행복한 사회 / 허영엽 신부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입력일 2014-03-05 수정일 2014-03-05 발행일 2014-03-09 제 2885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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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께서 선종하신지 벌써 5년이 지났다. 김 추기경께서는 우리에게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마지막 말씀을 남기셨다. 나는 처음에 유언으로는 너무 일상적인 말씀이 아닌가했다. 그런데 곱씹어 볼수록 맛있는 말씀이다. 감사와 사랑만큼 더 훈훈하고 감동적인 말이 또 있을까. 하루에 우리는“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를 몇 번이나 말하고 있을까?

사람의 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엄청난 힘을 갖는다. 실제로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보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말, 희망과 격려하는 말을 한다. 반대로 실패한 사람들은 원망하는 말, 포기하고 핑계 대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좋은 옷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좋은 말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격려나 위로 또는 칭찬하는 말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킨다.“사람은 칭찬하는 그대로 된다”는 말도 있다. 우리가 긍정적이고 좋은 말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말 한마디가 어두운 마음에 한줄기 밝은 빛과 같은 희망을 주고 세상을 살맛나게 해주기도 한다.

반대로 무의식중에 툭 내뱉은 부주의한 말 한마디, 잔인한 말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준다. 남의 일을 나쁘게 말하거나 저주하는 험담이나 남의 흠을 들춰내는 말은 듣는 사람의 마음에 증오를 불타오르게 하고 앙갚음을 하도록 하는 힘이 있다. 요즘에는 인터넷이나 소셜 네트위크에서 근거 없는 악성댓글로 인신공격을 당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실제로 이 악성댓글의 고통에 시달려 안타깝게 목숨을 끊은 이도 있다.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서 악성댓글을 올린 이들을 찾아내면 대부분 순진한 얼굴을 한 어린 청소년들이나 멀쩡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재미로 했다며 피해의 심각성에는 의외로 둔하다. 악성댓글은 우리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가야 할 큰 숙제라 할 수 있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가장 잘 표현한다. 사람은 누구나 말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한다. 사람과 사람을 맺어주는 일차적인 끈도 역시 말이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말을 통해서 자신의 품위를 드러내고 다른 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우리는 인격을 갈고 닦아 수양하듯이 말도 끊임없이 갈고 닦는 훈련을 해야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격언은 말버릇에 가장 잘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한 번 몸이나 마음에 배어버린 것은 고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러므로 처음 배울 때부터 올바르게 배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만약 자녀들이 예의 없고 바르지 못한 말버릇을 지니고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부모의 책임이다. 왜냐하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말을 배우는 것은 자신의 부모로 부터이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가 무엇보다 자녀들에게 올바른 말을 하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훌륭한 자녀교육을 시키는 첩경이 된다. 말은 자신도 모르게 형성되는 버릇과 습관이다. 따라서 거친 말, 나쁜 말을 자주 입에 올리게 되면 처음에는 어색해도 자꾸 반복하면 습관화되어 아무렇지도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혀로써 죄를 범하게 되고 자신의 말로 인생을 망치게 된다.

말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형체를 지니고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그러므로 인간은 늘 자신의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국민의 행복을 책임지는 정치 지도자들의 말은 일반 사람들의 말과는 전적으로 다르다. 왜냐하면 지도자들의 말이 일반 국민들에게 주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말에는 책임감이 뒤따른다. 실제로 얼마 전 한 장관은 말실수를 반복해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적어도 지도자들의 말이 국민들에게 고통과 좌절을 안겨주어서는 안 된다.

말을 하는 것은 마치 밭에 씨앗을 뿌리는 것에 비유된다. 좋은 말, 사랑스러운 말의 씨앗을 뿌린 사람은 당연히 좋은 열매를 맺는다. 험담과 악담의 씨앗을 뿌린 이는 결국에는 자신에게 해가 되고 고통과 어려움의 열매를 따야 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말을 하고 그리고 듣는다. 우리는 어떤 말을 많이 하고 있는가 늘 깊이 묵상해볼 일이다. 말처럼 쉬운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쉽지만은 않다. 우리가 아름다운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그만큼 우리 사회는 더 따듯하고 행복한 곳이 된다는 생각은 지나친 것일까?

허영엽(마티아) 신부는 1984년에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본당사목과 성서못자리, 교구 문화 홍보국장을 거쳐 현재 서울대교구 교구장 수석비서로 교구 대변인 역할도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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