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태어나 죽을 때까지 세 부담 / 김정현

김정현(스텔라·북한개혁방송 아나운서)
입력일 2014-03-05 수정일 2014-03-05 발행일 2014-03-09 제 2885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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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는 남녀, 구분이 없이 일단은 어제든 오늘이든 태어만 나면 그 세대가 내야 할 부담에 그 애의 몫까지 계산에 들어간다.

식량사정 뿐 아니라 경제가 나빠질대로 나빠진 북한에서는 집과 마을을 꾸리고 거리를 청소하는 도시미화에서부터 도로건설, 댐 건설, 나무심기, 철도지원, 군대지원, 퇴비생산 등 국가가 계획하고 시행하는 모든 일이 세 부담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세 부담’이라는 것은 도로 건설을 한다고 하면 한 세대에 몇 미터씩 나누어 준다던가 동원될 노력이 없으면 대신 돈이든 자재든 그에 상응하는 물질을 징수하는 방법을 말한다.

북한은 금방 태어난 아기부터 거동이 어려운 노인들까지 식구 숫자에 포함 시켜 한 사람이 얼마씩이라는 식으로 집집마다 분담을 한다. 또,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직장에서 같은 분담을 받고 당이나 여맹, 근로단체별 조직에서도 분담을 주는데 이렇게 되다보니 북한주민들은 거의가 이중 삼중의 부담을 안고 죽지못해 살아간다.

이러다보니 구리 몇 그램이 집에 있으면 소학교에 다니는 애부터 엄마, 아빠, 할아버지가 조금씩 쪼개서 내든가, 아니면 서로가 자기가 내야 한다고 우기면서 싸움까지 나는 일이 많다.

내라고 하는 가짓수 또한 사람이 먹고 입고 쓰고 사는 모든 것이 다 포함되는데 심지어 시멘트, 기와, 벽돌, 휘발유 등 건설자재에 토끼 가죽, 개 가죽에 퇴비와 송이버섯, 금, 은, 구리에 이르기까지 가짓수도 수 백 가지가 넘는다.

더욱이 그것을 가져오기까지의 공정은 전혀 관계없이 결과만 따지다보니 거름더미 하나를 놓고도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욕을 안 먹으려면 도둑질을 해야 살 수 있다. 한마디로 김일성체제가 국민전체를 도적질의 도사로 만들었다.

더 한심한 것은 나라를 지키는 국방의 의무를 담당한 군인들에게도 이런 세 분담이 안겨진다는 것인데 군인들은 군에서 요구하는 물자를 내겠다고 하면 휴가도 주고 당에도 입당시켜준다. 안 그래도 군대가 많은 지역에는 영양실조로 먹을 것을 찾아 도둑질에 나선 군인들 때문에 집짐승 한 마리 없고 김치 움에도 열쇠를 채우고 사는데 이런 군인들에게 세 분담을 주니 군부대주변 주민들은 매일 아우성이다.

북한의 세 분담정치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전혀 볼 수가 없는 희한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북한의 시장에는 쌀을 담았던 쌀 마대를 파는 코너, 개 가죽이며 토끼 가죽을 파는 코너, 헌 옷으로 만든 벙어리장갑을 파는 코너, 그리고 시멘트, 생석회, 나무각자와 판자, 휘발유, 도색 재료 등 이상한 것을 전문으로 파는 곳이 생겨났는데 이곳들은 모두 세 분담을 해결하기 위한 사람들이 찾는다. 그리고 퇴비를 얼마 냈다는 협동농장의 확인서도 시장에서 돈으로 살 수 있다.

한 마디로 북한 주민들은 하루를 살아가는데서 절반이상의 시간이나 노력을 세 분담을 해결 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이처럼 지금 북한은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을 김일성왕족이 언제든 쓸 수 있는 노력으로, 자재로, 원료로 만들어 버렸다.

김정현(스텔라·북한개혁방송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