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선출 1주년, ‘구체적인’ 그리스도인 되기

입력일 2014-03-05 수정일 2014-03-05 발행일 2014-03-09 제 2885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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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프란치스코가 우리 곁에 함께 한 지 꼭 1년이 지났다.

지난해 3월 13일 선출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적이고’, ‘파격적이고’, ‘쇄신’과 ‘희망’을 드러내는 말과 행보를 꾸준히 이어왔다. 그 영향력은 세계 곳곳에서 ‘프란치스코 효과’(Francis Effect)라는 새로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적 언론들이 앞 다투어 그의 대중적 인기와 영향력을 인정했다. 여러 지역교회들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들썩이기 시작했다.

반면 한국교회와 사회는 아직 ‘쇄신’에 앞장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에 온전히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 아닌 자기의 이기와 기득권 유지에 마음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덩달아 국내 메이저급 언론들은 ‘프란치스코 효과’와 관련해 그 본질을 언급하기 보다는, 일종의 가십으로서 다루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과 행동이 반향을 일으키는 것은 단순히 그의 어법이 누구에게나 다가가기 쉽기 때문만이 아니다. ‘복음의 기쁨’을 말하는 만큼 이미 자신의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해온 덕분이다. 보수 혹은 진보라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 의연히 복음의 길을 따르는 덕분이다.

무엇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으킨 바람은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와 곧장 맞선다. 그는 인간성을 말살시키고, 인간을 소모품 내지 폐기품으로 전락시키는 신자유주의에 노골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동안 어떤 국가나 종교도 하지 못했던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그리스도인들에게 먼저 전하는 대표적인 권고가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이다. 이 교황권고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절판되고 있다는 소식이 고무적이다. 교황 선출 1주년을 지내며 ‘복음의 기쁨’이 현대사회 안에서 ‘구체적인 그리스도인 되기’의 새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