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서울 삼양동선교본당 ‘수상(水想)한 가게’

서상덕 기자
입력일 2014-03-04 수정일 2014-03-04 발행일 2014-03-09 제 2885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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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이웃 생각하는 유별난 가게예요”
가난한 이들 일자리 창출·자활 위해 2010년 3월 문 열어
직접 재료 채취, 비누·천가방·방향제 등 다양한 제품 제작
환경 소중함 알리고자 EM발효액 배포·환경 강좌 마련도
서울 삼양동선교본당 ‘수상한 가게’ 식구들이 비누를 제작하고 있다.
매주 월~토요일 서울 삼양동에 위치한 삼양동선교본당(주임 이강서 신부) 부근에서는 특별한 가게가 어김없이 문을 연다. 이름도 유별난 ‘수상(水想)한 가게’.

물을 생각하고 살리자는 차원에서 이름 붙여진 ‘수상한 가게’는 가게를 꾸리고 있는 삼양동선교본당 신자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자랑거리다.

가난한 이들의 일자리 창출과 자활을 위해 지난 2010년 3월 문을 연 ‘수상한 가게’에 들어서면 여느 상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함을 만나게 된다. 우선 매주 주문을 받아 특별 제작하는 비누는 가게 식구들만의 자랑이다.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비누들에 비해 모양은 좀 투박해 보이지만 거기에 녹아든 정성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

EM(친환경 유효미생물) 활성액에 올리브, 쌀겨, 귤피, 숯, 함초, 알로에, 어성초, 측백, 녹두 등 갖가지 천연재료를 넣어 만드는 세안비누는 만드는 족족 팔려나가는 인기상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초창기부터 가게일을 도맡아 해오다시피 하고 있는 조상원(소화 데레사·55)씨를 비롯한 실무자들이 재료 선정에서부터 제조 과정에 들이는 공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산야를 누비며 재료를 직접 채취하는가 하면 먼데까지 발품을 팔아가며 재료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고 구해오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일단 만들어진 비누는 두 달 넘게 저온숙성과정을 거치며 사람 몸에도 환경에도 좋은 제품으로 완성된다. 이 때문에 수도권은 물론 대구, 진주, 목포 등 전국 곳곳에 있는 신자들은 물론 비신자들과 병원 등에서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세안용 비누뿐 아니라 EM세탁비누는 물론 활동가들이 직접 만드는 천가방, 아크릴수세미, 방향제 등도 단골들이 꾸준히 찾는 제품들이다. 이 외에도 가게 곳곳에는 환경을 생각하는 일용품들이 빼곡하다. 도농직거래로 가격을 낮춘 유기농 현미와 밀가루, 각종 잼, 꿀, 소금 등 먹거리는 물론 EM을 활용한 치약, 샴푸, 주방세제 등 웬만한 생필품은 거의 망라돼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상한 가게’는 수시로 지역주민들에게 EM발효액을 나눠주는가 하면 환경 강좌를 마련해 환경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그러나 ‘수상한 가게’의 가치는 보이지 않는데서 더 빛난다. 가게가 문을 연 계기도 지역사회의 홀몸노인과 의지할 데 없는 새터민들과 반찬 나눔을 이어가기 위한 것이어서 수익의 대부분은 가난한 이들을 위해 쓰인다.

‘수상한 가게’ 일을 돕고 있는 임인선(베로니카·54)씨는 “이 일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의미뿐 아니라 하느님의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문의 02-981-1890 수상한 가게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