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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프란치스코 효과, 한국교회는… - 인터뷰 / 전 주교황청 대사 성염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4-03-04 수정일 2014-03-04 발행일 2014-03-09 제 2885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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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교회’ 가르침 성찰 수용해야
“20세기 가톨릭교회가 공산주의와 싸웠다면, 21세기의 교회는 신자유주의와의 다툼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교황 프란치스코는 이제 막 그것을 시작한 것으로 봅니다.”

교황청 주재 한국대사를 지낸 성염 전대사는 다소 비장한 어조로 ‘프란치스코 효과’의 주인공인 교황이 ‘착취와 억압’의 상태를 넘어 ‘사회 밖으로 쫓겨’나고 ‘배척’된 사람들을 포함한 인류의 운명에 대해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교황이 결국 사람들과 교회가 가난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아가면 사람들은 교회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성 전대사는 아직 한국 사회와 교회에서 ‘프란치스코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들은 교황을 단지 해외토픽감으로 여기지 그 참 메시지를 전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며 “이 현상을 통해 나타나는 교황의 메시지는 교회와 신앙의 사회적 차원, 사회교리적 가르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성 전대사는 사회교리와 관련해 그 최종적 장애물은 성과 속, 영과 육을 가르는 이원론이라고 지적하고, 트렌트공의회 이후 5백년간 종교와 신앙생활을 지배했던 이원론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와 내년 연이어 ‘가정’을 주제로 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가 열리는데, 조당 등 시급한 현실적 신앙생활 문제들이 주로 다뤄질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이원론을 극복하기 위한 논의로 이어질 것입니다.”

성 전대사는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 한국어판이 출간되자마자 절판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성직자들은 물론 평신도들이 모두 교황권고에 담긴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프란치스코 효과’의 반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저항, 긴장과 갈등이 있을 수 있고, 이에 따라 교황의 가르침을 덮거나 가리려는 시도도 예상된다.

하지만 성 전대사는 이미 전임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과 관련해, 미시적 의미의 자선에서 벗어나 ‘거시적’ 자선을 논함으로써 프란치스코 교황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즉, 교회의 최고 지도층에서 이미 미래교회의 사목적 방향성을 확고하게 정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프란치스코 효과’는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교회 역시 이러한 교황의 가르침을 성찰하고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성 전대사는 말한다. 특히 사제들은 가난에 대한 ‘보편화된 무관심’을 벗어나게 해줄 강론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하며, 신자들은 고정된 자기의 관념이나 이념을 접고 신앙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