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나의 독후감] 「아름다운 노래, 아가」를 읽고

이종복(베르나르도)
입력일 2014-03-04 수정일 2014-03-04 발행일 2014-03-09 제 2885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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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듯 무엇보다 강한 사랑
사랑은 그리스도인의 의무이기 이전에 인간의 본성입니다.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살구씨는 얼었다가 터지면서 싹이 나온다고 합니다. 터질 듯이 내 안에서 밀려오는 사랑의 목소리를 들어 보십시오.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들 특히 어린 시절에 가정에서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인간에게는 사랑을 받고 싶은 욕망이 있고 그것이 채워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랑해야 할 필요나 욕구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주어야 할 사랑이 자기에게 있는데 그것을 꺼내 놓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개는 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서 그렇습니다. 참 추워 보입니다. 남들은 그런 사람들을 보고 흔히 사랑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고여 있는 사랑을 어떻게 움터 나오게 할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사랑받지 못한 사람만큼이나 병들어 있습니다.

아가는 “나의 연인은 내게 몰약 주머니”라고 했습니다. 시신을 방부 처리하는 데 사용했던 몰약은 죽음을 물리치는 생명을 상징하고, 몰약 주머니는 부적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고 합니다. 사랑을 하면 죽을 것 같지만 사실은 바로 그 사랑이 죽음에서 나를 지켜주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해 줍니다. 사랑은 약하고 어리석게 보이면서도 무엇보다 강합니다.

십자가의 지혜에 대해 “하느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더 지혜롭고 하느님의 약함이 사람보다 더 강하기 때문”이라고 바오로 사도는 말했습니다. 모든 사랑이 죽음을 감수해야 하고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여 죽음을 감수할 수 있게 한다면, 그런 사랑의 힘이 남김없이 드러나는 자리가 바로 십자가의 어리석음이기 때문입니다.

아가는 창세기 2장에 연결됩니다. 죄로 인하여 아담과 하와의 관계가 손상되기 전, 티 없는 인간의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달리 말해, 아가는 남녀의 순수한 사랑이 인간에게 원죄 이전의 상태를 체험하게 합니다.

이종복(베르나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