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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프란치스코 효과, 한국교회는… - 한국교회 사회 반응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4-03-04 수정일 2014-03-04 발행일 2014-03-09 제 2885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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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시기상조’ … 점진적 ‘교황 효과’ 드러날 듯
상대적으로 관심 덜하고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지 않아
교황 언행 듣는 차원 넘어 배우고 익히며 삶에 적용을
사회교리적 연구 필요 … 강론 등 통한 가르침 전파도 중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의 사회 참여를 지상 과제로 부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2013년 7월 15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밀양 송전탑 강제 건설 사태의 평화적 해결과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 및 원직 복직을 위한 미사’ 장면.
교황의 인기는 한국에서도 뚜렷하다. 하지만 좀 더 진지한 물음을 던질 때가 온 듯하다. 한국사회와 교회에 있어서 ‘프란치스코 효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다가오는 그 ‘효과’를 감지하고 있는가? 이러한 물음들에 대해 일단은 회의적인 것으로 보인다.

차동엽 신부(미래사목연구소 소장)는 “한국교회에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것으로 보인다”며 “신자들에게 이 효과가 전달되거나 반응을 찾기는 힘들고,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말했다. 주원준 박사(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서도 교황님의 언행이 큰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낀다”면서도 “교회 안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아직은 시기상조인 듯 보이지만 적지 않은 이들은 좀 더 깊은 성찰과 수용의 단계를 거쳐 ‘효과’가 한국에도 나타날 것을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 전원 신부는 “한국교회는 아직 교황의 가르침을 접하는데 그치고 실천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없다”면서도 “교황의 사목 방향, 비전, 영성을 삶 안으로 적용해 구체적 지침과 방향을 모색한다면 분명히 개혁과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항섭 교수(한신대학교 종교학과)는 “모든 사목 현장에는 항상 쇄신의 요구가 있어왔다”며 “장기적인 맥락에서 볼 때, 이러한 교회내의 쇄신 욕구가 지속적으로 커져왔기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통해 그것이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함으로써 쇄신의 요구는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어떤 면에서는 한국에서 교황의 ‘복음’, ‘자비’, 사회적 가르침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 시국 문제와 관련해 교황의 가르침과 사목 방향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차동엽 신부가 지적하듯, “한국에서는 교황의 언행과 가르침을 아전인수격으로 끌어다 활용”하는 우가 자주 나타난다. 똑같은 교황의 말씀과 문헌을 두고서도 한쪽에서는 사회 문제에 대한 적극적 발언과 참여를 권고하는 것으로, 다른 쪽에서는 규탄과 개입을 삼가고 기도로 도와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한다. 이에 따라 종종 보수와 진보의 획일화된 잣대로 교황과 교황의 가르침을 재단하려는 시도가 발생한다.

전 신부는 이와 관련해 “교황은 이데올로기를 기준으로 구분해서 규정할 만한 분은 아니다”며 “철저히 복음적 입장을 대변, 반복음적인 사회 흐름에 대해 교회의 태도를 분명하게 지적하시고 개혁과 변화를 추구하시는 분”으로 이해한다. 전 신부는 특히 “악이 뚜렷했던 군사독재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악이 선을 가장해서 사회를 지배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본과 힘의 논리들이 마치 선한 가치처럼 현실을 왜곡, 독재보다 더 위험한 시대”라고 말했다. 교회는 이러한 사회 속에서 복음의 논리를 바탕으로 분명한 태도를 취해야 하며, “교황이 그 대표적인 자리에 있다”고 말했다.

주 박사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한 칼럼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높은 경지’에 감탄한다고 말했다. 성서학자인 주 박사는 교황의 언어 구사에서 사회과학적 용어가 거의 없고, 성경의 언어, 교회 전통의 영성적 언어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복음적이고 전통적인 표현’만으로 더 큰 울림의 ‘지극히 사회적인 메시지’를 교황은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교회의 사회 참여를 지상 과제로 부여하는 교황은, 민감한 시국 문제들을 둘러싸고 싸우고 있는 ‘정의 평화 세력’에 더 힘을 실어줄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더 교회적’이 되라는, 다시 말해서, ‘극단적으로 복음적’인 교황 프란치스코의 ‘더 교회적이고 더 사회적이며 더 개혁적인’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주 박사는 이로써,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에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은 제도교회 뿐만이 아니라, 제도교회를 비판하는 ‘정의 평화 세력’도 마찬가지이며, 교황 프란치스코는 양측을 모두 당신의 길로 초대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묻고 있다.

이제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한 듯하다. 파격적이고 흥미로운 프란치스코 교황의 언행을 듣고, 보고, 즐기는 것을 넘어서 배우고 익히며, 삶의 현장에 적용해야 하는 과제가 그것이다.

김항섭 교수는 결국 “한국교회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 교황으로 인한 쇄신의 바람이 불지 안불지는 오롯이 한국교회에 달려 있고, 우리 신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김혜경(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씨는 단순한 문헌 연구를 넘어 사회교리적 측면에서의 지속적인 학술적 연구가 필요하며, 동시에 이러한 가르침들을 현장 사목에 접목시킬 다양한 모색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차동엽 신부는 한국교회의 특성을 잘 살려 교회 안에 큰 바람을 일으키고, 특히 사제들의 강론 등을 통해 교황의 가르침을 폭넓게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원준 박사는 사회교리적 측면 뿐만 아니라, 성직자들의 가난의 영성, 평신도들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인식 등에 대한 측면도 좀 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