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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프란치스코 효과, 한국교회는… - 가난한 교회를 위한 ‘시작’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4-03-04 수정일 2014-03-04 발행일 2014-03-09 제 2885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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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례·전통에 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으로 쇄신 선도
실천하는 소박함·파격적 언행으로 단호한 교회 개혁 촉구
복음적 원천으로 돌아가는 ‘스스로 가난한 교회’ 모습 강조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후 첫 방문지로 람페두사섬의 난민 수용소를 찾았다. 사진은 2013년 7월 8일 람페두사섬 방문 당시 교황 모습. 【CNS】
교회 안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교황은, 교회 안에 ‘안전하게’ 머무르지 않고 세상 속으로 나아갈 것을 촉구하면서, 복음의 원천으로 돌아갈 것을 요청한다. 그 중심에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예수의 가르침이 놓여있고 이를 위한 쇄신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사람들은 소박하고 유쾌하지만, 파격적이고 단호한 새 교황에 환호했다. ‘프란치스코 효과’의 이유가 흥미로운 ‘캐릭터’에만 있지는 않지만, 우선은 파격적인 개인적 풍모가 앞선다.

프란치스코 교황 탄생은 역동적이다. 베네딕토 16세 교황 사임에 이어 독재와 억압과의 투쟁 경험을 지닌 남미교회 출신, 예수회 소속 교황이 탄생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며 교황명을 ‘프란치스코’로 정했다. 3월 13일 교황으로 선출된 그는 17일 삼종기도를 위해 성 베드로 광장에 나타나 먼저 머리를 조아리고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청했다.

소박함이 우선 호기심을 자극했다. 교황의 빨간색 프라다 구두와 세렝게티 선글라스, 롤렉스 시계 등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아르헨티나 시골 구둣방에서 맞춘 구두와 50불 짜리 스와치 시계에 열광했다. 안락한 침소와 전용 차량, 특권들을 포기하고,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어 걸핏하면 노숙자들을 불러들였다.

취임 후 첫 방문지는 람페두사섬의 난민 수용소였고 소년원에서 세족례를 했다. 밤이면 노숙자들을 만나러 나가곤 한다. 얼굴이 혹으로 뒤덮인 남성에 입 맞추고, 이슬람 왕비에게 먼저 고개를 숙일 때 사람들은 따뜻한 입맞춤과 정중한 겸손을 느낄 수 있었다.

소박함이 감동으로 다가옴은 ‘가난’을 가르쳤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가난했기 때문이다. 미국 테오도르 맥캐릭 추기경은 바티칸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에 관한 일화를 소개했다.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추기경은 베르골료 추기경이 마중나와 가방을 받아들고, 렌트한 차를 손수 몰고 교구청으로 향했다고 회상했다.

“가는 길에 눈길을 끄는 유명한 명소들이 많았는데, 유일한 관광안내는 ‘이 다리 밑에는 최악의 슬럼가가 몰려 있어서 자주 들릅니다’ 뿐이었습니다.”

파격적 언행 역시 인기 비결이다. 형식적 관례들의 타파는 외형에 그치지 않았다. 더 본질적인 파격을 선보였다. 거리낌없는 파격의 더 깊은 이유는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이렇게 설명된다.

“일부 관습들이 복음의 핵심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일부 관습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복음을 전하는 수단이 되지 못합니다.”(43항)

교황은 “‘우리는 늘 이렇게 해 왔습니다’라고 말하는 안이한 태도를 버리라”(33항)고 요구한다. 관례와 전통에 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은 복음의 원천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긴급한 시대적 요청의 표현이다. 예수의 가르침, 복음에 바탕을 두고 교황은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다”(25항)며 단호하게 ‘더는 미룰 수 없는 교회 쇄신’을 촉구한다.

세상을 향해서는 특히 신자유주의, ‘야만적 자본주의’에 대해서 칼날을 들이댄다. ‘배척과 불평등의 경제’는 사람을 죽일 뿐(53, 54항)이다. 절대 자율과 금융 투기의 옹호를 질타(55, 56항)하며, 금융제도의 개혁을 촉구(57, 58항)한다. 결국 교황은 ‘배척’되고 소외되는 가난한 이들에 주목한다. ‘낙수효과’가 유효하지 않고 잔이 차면 물이 넘치지 않고 잔이 커져버리는 야만적인 독재적 경제체제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스스로 가난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것이 복음적이고 사목적인 교회의 전망이고, 원천으로 돌아가는 교회의 모습으로 교황은 보는 것이다.

단호한 비판은 저항을 불러왔다. 마피아의 소문은 둘째 치고, 보수주의자들은 교황을 마르크스주의자로 힐난하기 시작했다. 교황은 이에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라고 응답해야 했다.

그의 어법은 이전 교황들과 다르다. 구체적이고 이른바 ‘돌직구’를 날린다. 어느 교황도 ‘성직자 중심주의’를 그처럼 구체적이고 신랄하게 ‘안 된다’고 부정하지는 않았다. 평신도 신학자인 김근수(요셉)씨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칼럼에서, 교황이 추상적이고 대상을 거명하지 않는 ‘교황식 어법’을 탈피했다고 말한다. 같은 내용이되, 이전 교황들보다 구체적이고, 원인과 해법을 상세하게 다룬다. 그래서 저항이 예상되며, 아직은 우호적이지만 자칫 “분위기는 바뀌고 구조 개혁은 지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주교회의 홍보 담당자였던 존 게링도 NCR(National Catholic Reporter)에 기고한 글에서 모든 가톨릭 지도자들이 교황 노선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며, 교황이 바티칸에서 ‘트러블메이커’가 될 것을 우려했다. 하지만 그는 교황이 예기치 않던 쇄신과 희망의 시기를 가져온 것은 그가 보수 혹은 진보라서가 아니라, 복음의 길을 ‘극단적으로’ 걸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존 케네디 몬시뇰은 바티칸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은 “복음을 더 극단적으로, 더 자유롭고 더 관대하게 따르도록 초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말한다.

“교황이 2013년에 여러 번 우리를 놀라게 했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 내년에는 훨씬 더 많은 놀라운 일들을 보여줄 것입니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