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교부들의 성경주해] (222) 창세기 12,2-3

노성기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총장·한국교부학연구회원)
입력일 2014-03-04 수정일 2014-03-04 발행일 2014-03-09 제 2885호 18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하느님의 엄청난 약속
【 성경본문 : 창세 12,2-3 】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 세상의 모든 종족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 참으로 엄청난 약속입니다. … 훗날 아브라함에게 내리실 영광에 대해 하느님께서 처음부터 어떻게 예언하셨는지 보십시오. … 그래서 유대인들도 이 성조 안에서 자신들의 자존감을 찾으며, “우리는 아브라함의 후손”(요한 8,33)이라는 말로 자신들이 그와 친족임을 입증하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이 알아야 할 것은, 그들이 실상 사악하여 그의 친족이 될 자격이 없으므로 그리스도께서 그들에게 “너희가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면 아브라함이 한 일을 따라 해야 할 것이다”(요한 8,39)라고 말씀하셨다는 사실입니다.

세례 받기를 열망하며 사람들이 요르단 강으로 몰려 왔을 때, 즈카르야의 아들 요한도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독사의 자식들아, 다가오는 진노를 피하라고 누가 너희에게 일러 주더냐?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라. 그리고 ‘우리는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모시고 있다.’고 말할 생각일랑 하지 마라. 내가 너희에게 말하는데, 하느님께서는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녀들을 만드실 수 있다”(마태 3,7-9). 모든 이가 아브라함의 이름을 얼마나 높게 여겼는지 아시겠습니까? …(요한 크리소스토무스 「창세기 강해」31,13).

이 축복에 대한 약속은 앞의 약속보다 더 엄청나고 더 중요합니다. 앞의 약속이 세상과 관련한 약속이라면 이것은 하늘과 관련한 약속입니다. 앞의 약속은 육적 이스라엘이라는 후손을 가리키고, 이 약속은 영적 이스라엘이라는 후손을 가리킵니다. 곧, 앞의 약속은 육에 따라 아브라함에게서 태어난 민족을 가리키고, 이 약속은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받는 세상의 모든 민족이라는 후손을 가리킵니다. 구원받은 이들 가운데는 육에 따라 아브라함에게서 태어난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은 아브라함의 충실한 믿음을 본받고자 한 이들입니다. 이런 이들에게 바오로 사도는 “여러분이 그리스도께 속한다면, 여러분이야말로 아브라함의 후손이며 약속에 따른 상속자입니다”(갈라 3,29)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종족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라는 주님의 말씀은 “세상의 모든 민족들이 너의 후손을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창세 22,18)라는 말과 같습니다.

그리스도를 낳으실 마리아께서는 주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이 말씀을 하실 때 이미 존재하고 계셨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그들[레위의 자손]에 관해 이야기하며 그들이 ‘아브라함의 몸속에 있었다’(히브 7,10 참조)고 한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 하느님의 섭리가 얼마나 놀랍습니까? 교만의 행실을 위해 모였던 많은 무리는 갖가지 언어와 인종으로 갈라졌습니다. … 그러나 주님의 지시에 따라 기꺼이 그 땅을 버리고 떠나간 이는 약속 말씀을 들었습니다. 숱한 지역과 언어로 갈라진 모든 민족들이 자신 안에서 다시 하나가 되리라는 축복을 약속받았습니다(존자 베다 「창세기 처음부터 이사악 탄생까지」3).

노성기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총장·한국교부학연구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