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복음생각 (862) 기도합시다 / 김동일 신부

김동일 신부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
입력일 2014-03-04 수정일 2014-03-04 발행일 2014-03-09 제 2885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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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1주일(마태오 4,1-11)
악마의 본성은 무엇입니까? 우리를 죄짓게 하는 것입니다. 어렸을 적 만화 영화에서 악마는 시뻘겋거나 꺼멓고 꼬리가 있었고, 삼지창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었습니다. 누가 봐도 나쁜 놈처럼 생겼습니다. 그런데 악마가 정말 그렇게 튀게 생겼을까요? 그럼 금방 우리에게 들통나서 그들이 하고자 하는 계략이 먹혀 들지 않을 텐데요. 우리를 죄짓게 하려는 그들의 일이 얼마나 교묘하고 달콤합니까! 알아채기 힘들죠!

또 다른 것은 무엇이 있겠습니까?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결정을 미루게 하고, 갈등하게 합니다. 왜 우리가 그런 혼란, 갈등 상황을 박차고 나가지 못하게 할까요? 우리가 악마의 술책에서 벗어나 하느님께 나가려는 우리의 의지를 약화시킵니다. ‘지금 내가 그걸 할 수 있을까? 해서 뭐해? 뭔 이득이야?’ 이렇게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소신 있게 의견을 내야 할 때, 내가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며 주춤거립니다.

우리는 이렇게 혼란, 복잡, 주춤, 갈등 속에 살기 때문에 기도를 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사십일을 단식하고 기도하셨습니다. 단식과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일치된 순간에도 악마는 찾아옵니다. 예수님께서 악마의 유혹을 받으십니다. 이것이 악마의 본성입니다. 언제, 어느 때나 하느님께로부터 멀어져 죄 짓게 하는 모든 수단을 악마는 씁니다.

사순 제 1주일을 맞으며 우리는 결심합니다. 사순절 동안 육적인 희생을 최소 한가지는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형제님들께서는 담배, 술을 끊으시겠다고 합니다. 자매님들께서는 저녁에 드라마 안 보기, 간식 끊기, 수다 안 떨고, 남 흉 안 보기 등등. 우리 학생 친구들은 게임 시간 줄이고 공부하기로 마음을 모읍니다. 이런 희생이 예수님의 유혹, 수난, 고통, 죽음에 동참하는 우리들의 작은 행동입니다. 우리의 이 마음과 행동이 예수님께 위로가 될까요? 우리 자신에게 영적 성장에 도움이 될까요? 우리의 의지를 시험해 보는 시간은 될 수 있겠습니다. 몸이 더 건강해지고, 성적이 좀 오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삶, 특히 영성적인 삶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우리는 기도를 해야 합니다. 우리들에게 주어진 사십일이 얼마나 복된 시간입니까? 예수님께서 단식과 기도로 보내신 그 기간을 우리도 예수님을 따라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를 하면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바쁜 시대에 기도할 시간이 어디 있냐고요? 그럼, 이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인터넷, 스마트폰 할 시간은 있고요! 이런 제안은 어떨까요? 주님의 기도를 한번 외워봅시다. 조금 천천히 했을 때, 30초 걸립니다. 정말 많이 느리게 했을 때 1분 걸릴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를 예수님께 올립니다. 마음이 편해지거나 맑아지거나 순해지거나, 또는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주님의 기도를 한 번 한 것에 만족합시다. 내일은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을 해보는 것입니다. 모레는 묵주기도 한 단, 그 다음은 묵주기도 두 단. 이렇게 조금씩 늘려서 묵주기도 다섯 단, 환희의 신비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생활에서 어떤 것을 포기하고 기도시간을 만들지 마셔요. 오늘, 내일은 주님의 기도만 해보는 것입니다. 이번 주는 주님의 기도만 한번 해보는 것입니다. 기도가 어떻게 우리의 하루를 재조정하는지, 마음이 어떻게 순해지고, 정돈되는지 살펴보고, 기다려봅니다. 이렇게 기도를 조금씩 하다 보면 우리는 예수님과 친해지고, 그분께 물들어 악마가 내 삶에서, 우리 공동체에서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보게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물리칠 수 있는지도 알게 되겠지요.

인터넷도 하고, 텔레비전도 보고, 스마트폰도 하고 다 하셔요. 그리고 기도도 하셔요. 이 모든 활동 속에 움직이는 악마와 우리를 사랑하시는 예수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기도를 더 풍요롭게 하는 것은 바로 성경 읽기입니다. 예수님께서 악마를 물리치실 때 성경 구절을 말씀하십니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성경을 읽고, 기도합시다. 그러면 우리는 유혹을 이겨냅니다.

김동일 신부는 2003년 예수회 입회,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필리핀 마닐라 LST(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1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으로 활동 중이다.

김동일 신부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