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현대 그리스도교 미술 산책] (1) 멀고도 가까운 현대 그리스도교미술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4-01-07 수정일 2014-01-07 발행일 2014-01-12 제 2878호 1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변화 포용하며 교회정신 형상화 작업
… 현대 그리스도교미술은 계속 창조 중

1930년대 ‘성미술운동’ 교회미술 쇄신·부흥 ‘물꼬’
조르주 루오, 폴 클레, 앙리 마티스 등 작가 디딤돌 역할
‘그리스도교미술’은 믿음과 예술이 만나 영근 열매다. 문화의 세기, 신심을 고양시키고 영적 묵상으로 이끄는 그리스도교미술의 가치 또한 새롭게 환기되는 때다.

새로 시작하는 기획 ‘현대 그리스도교미술 산책’에서는 미술사학자들의 안내에 따라, 현대 그리스도교미술사의 면면을 쌓아온 거장들과 그 대표작, 그들이 제시한 그리스도교미술의 새로운 방향성을 만나볼 수 있다. 기획 연재에 앞서 이번호에서는 간략한 그리스도교미술사와 현대 그리스도교미술의 흐름 등에 대해 살펴본다.

■ 삶과 신앙의 일치가 표현된 그리스도교미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면 18세기 이전의 유명 미술작품 대부분 주제가 종교와 관련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대부분의 삶과 구조적인 연관을 맺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나타난 결과다.

실제 그리스도교미술사는 그 자체로 서양미술사라고 불릴 만큼 서양사 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특히 중세 미술가들은 하느님을 찬미하기 위해 재능을 한껏 발휘했고, 대중들은 그 작품들을 통해 하느님과의 영적 교류에 힘을 더하고자 했다. 성경은 근대사회로 들어오기 전까지 서양미술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화두였다.

교회 안팎의 미술사학자들은 이러한 흐름에 대해 “미술 자체가 교회를 위해 존재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라며 “근대사회 이전 위대한 교회미술은 위대한 서양미술이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19세기 초부터 갖가지 ‘이즘’(ism)들이 탄생하고, 20세기 들어 추상이 대두되면서 그리스도교미술은 현대미술에서 거의 제외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앙리 마티스는 1948년부터 1951년까지 프랑스 니스의 방스(Vence)성당 실내장식을 맡아 완성했다. 방스성당은 단순미·간결미가 중심이 된 마티스 예술의 진수가 잘 드러난 공간으로 알려진다.

■ 현대미술과 그리스도교미술과의 결별

산업혁명 이후 실생활에서 종교가 쇠퇴하면서 그리스도교미술도 그 중요성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19세기 초부터 회화 안에서는 ‘이야기’를 제거하는 흐름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성경, 신화 등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것에서 멀어져, 미술은 순수한 아름다움 자체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성경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전달하는 기법이나 양식이 아닌 색채와 형태의 구성과 조화 등 회화의 형식을 더욱 중요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20세기 미술사의 장을 연 선구자적인 미술가들도 그리스도교미술에는 관심이 없었다. 예술이 종교로부터 멀어지자, 미술가들도 자연히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현대 미술가들이 ‘종교화’를 그리더라도 성경이나 교리 내용을 전달하거나 신앙적 감동을 표현하거나 제공하기 위해, 혹은 교회에 봉사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단지 회화를 위한 주제의 하나로 성경을 선택했을 뿐이었다.

게다가 교회는 현대미술을 이해하지 못했고 전통적인 그리스도교미술에 안주, 그리스도교미술은 현대미술사에서 더욱 밀려나게 됐다.

■ 그리스도교미술의 쇄신

앙리 마티스가 직접 그린 성모와 예수.
하지만 교회도 언제까지나 그리스도교미술의 쇠퇴를 외면하지만은 않았다. 단순한 성상 제작이나 교회 장식에서 벗어나 참 그리스도교 적이면서도 동시에 예술성이 높은 그리스도교미술 세계를 추구하게 됐다.

그리스도교미술의 쇄신과 부흥의 물꼬를 튼 대표적인 움직임은 프랑스 성도미니코수도회가 1930년경 일으킨 ‘성미술운동’(L’Art Sacre)이다.

‘성미술운동’을 이끈 사제들은 추상미술에서 추구하는 심오한 정신성은 종교의 정신성과도 같은 맥락을 갖는다고 밝혔다. 정신을 재현한다는 점에서 구상미술보다 추상미술이 교회의 가르침에 더 가깝게 접근하며, 성경 이야기를 멋지게 형상화하는 것보다 종교의 정신적인 성스러움을 표현하는 것이 보다 더 그리스도교미술다운 것이라는 설명이다.

20세기 미술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은 추상미술의 창조로 일컬어진다. 반면 추상미술은 성경의 내용을 형상화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스도교미술로는 부적합하다는 인식이 만연했고, 추상미술이 발전할수록 그리스도교미술은 상대적으로 쇠퇴하는 흐름을 이어온 것이 사실이다. ‘성미술운동’은 이 추상미술을 그리스도교미술에 과감히 적용했으며, 그리스도교미술이 과거 양식을 모방하는데서 벗어나 시대 변화를 받아들일 것을 주장했다.

■ 현대 그리스도교미술

단순히 종교를 주제로 한 작품이라고 해서 그리스도교미술이 될 수는 없다. 그리스도교미술가들과 미술사학자들도 “작품 그 자체가 하나의 시각적 교회로 인식되고, 이 세상에 믿음과 사랑을 심어 성부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 행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현대미술사에서 그리스도교미술의 움직임이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리스도교적 영감 안에서 완성되는 작품들은 끊임없이 창조되고 있으며, 각 작품들은 현대 그리스도교미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동시에 현대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술사적으로는 야수주의운동에 참여해 20세기 미술의 방향을 제시한 실험적인 화가이지만, 자신의 존재 자체를 하느님께 바치길 원했던 진정한 그리스도교미술가 조르주 루오, 20세기 가장 전위적인 모더니스트 미술가로 꼽히지만, 동시에 영혼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어 했던 폴 클레, 종교적인 신비와 초월적인 성스러움을 드러내진 않지만 편안하고 경쾌하고 순수한 색채와 이미지를 통해 대중의 마음에서 자연스러운 신앙심을 이끌어낸 앙리 마티스 등 많은 작가들이 현대 그리스도교미술의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왔다.

급격히 변화하는 현대미술사 안에서도 그 변화를 포용하면서 불변의 교회정신을 형상화하는 예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성을 더한다.

도움말 주신 분 : 김현화(베로니카) 숙명여대 교수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