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어떤 내용인가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3-12-03 수정일 2013-12-03 발행일 2013-12-08 제 2873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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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세계 새로운 복음화의 꿈 제시
5개장 288항, 총 5만자 분량 문헌에 개혁 ‘밑그림’
교회 내적 성찰 개혁 집중, 신앙이 지닌 사회적 측면 역설
현재 자본주의 경제 체제 ‘근본적으로 불공정’ 규탄
교황 프란치스코는 11월 26일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을 발표하고, 가난한 교회,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황은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근본적으로 불공정’하다고 비판하고, ‘사람을 죽이는’ 폭정으로서 ‘시장 자율’에 대해서 비난했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은 “복음의 기쁨은 예수님과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생활을 가득 채웁니다”라는 말씀으로 시작된다.

‘오늘날의 세상에서 복음 선포’를 주제로, 친숙하고 소박한 문체로, 교황은 ‘새로운 복음화’의 요청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대 가톨릭교회가 어떤 모습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0월에 ‘그리스도 신앙 전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열렸던 세계주교대의원회의 후속 문헌이기는 하지만, ‘복음의 기쁨’은 당시 교부들의 건의안을 바탕으로 했다기보다는 교황 자신의 새로운 복음화에 대한 밑그림을 담고 있다. 5개장 288항, 총 5만자 가량의 문헌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교적이고 관대하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가톨릭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선교적 교회의 꿈, 변화를 두려워 말라

그러한 모습은 자신의 ‘꿈’(dream)이라고 교황은 말한다. “저는 선교적 선택, 즉, 교회의 관습, 관행, 시간과 계획, 언어와 구조 등 모든 것을, 교회의 자기 보존이 아니라 현대 세계의 복음화에 적절하도록 변화시킬 수 있는 선교적 열정을 꿈꿉니다.”

이러한 변화는 반드시 교회의 쇄신을 요구한다. 그리고 쇄신된 교회의 특징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평화의 증진이다. 쇄신을 통한 변화의 요청은 권고의 모든 부분에 스며 있다.

교황은 “자신의 안위만을 신경 쓰느라 폐쇄적인 교회보다는 거리로 나와 다치고 상처 받고 더럽혀진 교회”를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교회는 쇄신과 변화 때문에 ‘길을 잃을까봐’ 걱정하지 말고, “잘못된 안도감을 주는 구조 안에, 가혹하게 남을 판단하게 만드는 규율들 안에, 그리고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습관들 안에 갇혀 있는 것을 더 두려워해야 한다”고 교황은 단호하게 말한다.

복음화의 사회적 측면, 교회 쇄신의 방향성

그러면 교황이 제시하는 교회 개혁과 쇄신의 요청은 어디로 향하는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속의 조류를 경계하지만, 교회 내적 성찰에 더 집중하고, 신앙이 갖고 있는 사회적 측면을 강조한다. 사실 ‘복음의 기쁨’의 전체가 ‘복음화의 사회적 측면’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교황은 복음화의 사회적 측면이 적절하게 구현되지 않는다면, “복음화 사명의 참되고 총체적인 의미가 왜곡될 지속적인 위험성이 있다”고 단언한다.

개혁에 대한 교황의 구체적인 방향성은 교황직 수행의 전환을 포함한다. 교황의 권위가 고도의 중앙집권적 행사로부터 ‘건실한 분권화’로 나아가며, 특별히 지역교회의 주교회의에 ‘참된 교의적 권위를 포함해…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성사들의 문’이 닫혀서는 안 되고, 특히 성찬례는 “나약한 이들을 위한 양식”이기에 단순한 한 가지 이유로 누구에게든 거부되어서는 안 된다. 교황은 교회의 사목 일꾼들이 겪는 개인주의, 실용주의, 패배주의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특정한 가톨릭 양식에 완고하게 집착’하거나, ‘화려한 전례와 교리 또는 교회의 특권에 집착’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우려한다. 교황은 그래서 “껍데기 뿐인 영성이나 사목으로 치장한 세속적인 교회”에서 벗어나기를 촉구한다. ‘지나친 성직주의’ 때문에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밀려나 있는 평신도들과 여성들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인다. 하지만 교황은 여성 사제나 낙태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 변화의 가능성을 배제한다.

선교적 교회는 무엇보다도 가난한 이들과의 연대와 평화의 증진이다. 교황은 현재의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근본적으로 불공정’하다고 규탄한다. ‘적자생존’의 경제는 사람을 죽이며, ‘일회용’ 문화는 ‘쫓겨난 사람들’, 즉 ‘잉여인간’을 양산한다. ‘시장 자율’이라는 폭정 속에서 고통받는 가난한 사람들을, 교회는 최우선적으로 선택하고 돌봐야 한다고 교황은 강조한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