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세상살이 복음살이] 알바는 괴로워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12-09-04 수정일 2012-09-04 발행일 2012-09-09 제 2811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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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에 비친 세상
교회정신에 입각한 ‘맞춤형 노동교육’ 절실하다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임금 체불·인권 침해 등 심각
교회와 사회 적극 나서 보호할 때 사회적 평화 달성
지난 8월 22일 충남 서산 피자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대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용주의 성폭행과 협박에 못 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고용주는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알바생을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횡포를 일삼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바생은 소리 한 번 낼 수 없었다. 알바생이라는 비루한 처지 때문이었다.

■ 부당한 대우 받는 알바생

이번 사건이 이슈화 되면서 사각지대에 놓인 아르바이트생(이하 알바생)들의 인권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2011년 말 기준 청소년들 중 15~30%가 아르바이트를 경험하고 있을 정도로 청소년 아르바이트는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살레시오회 돈보스코청소년영성사목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교회 청소년 인권실태 및 의식조사’ 결과에 의하면 아르바이트나 노동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19.4%이지만, 노동권 침해에 대한 보호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대학생은 물론 졸업자, 40~50대 장년층까지 아르바이트 구직에 뛰어들어 알바 인구는 점차 증가하고 있어 알바생들의 인권보호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청소년 상담센터 ‘공개상담실’을 비롯해 관련 사이트에는 아르바이트 피해 상담을 요청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피해 사례도 가지가지다. 임금 체불은 가장 많은 상담주제이기도 하다. 갖가지 이유를 들어 알바생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고 있는 사업장이 많기 때문이다. 주유소 아르바이트 경력이 있는 고등학생 박 모군은 “부모님 허락을 받고 방학 동안에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지금까지 사장님이 월급을 안 준다”면서 “다른 사람을 구할 때까지 하지 않으면 월급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도 많다. 올해 법정 최저 임금은 4580원이지만 일부 알바생들은 이마저도 못 받고 있음은 물론 2000원도 채 되지 않는 시급을 받고 근무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편의점의 경우 지난해만해도 두 곳 중 한 곳이 최저임금 규정을 어겼을 정도로 사업주들의 횡포가 심각한 상태다. 또한 ‘학비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로 가장해 대학생들을 판매원으로 모집하는 불법다단계도 성행하고 있다. 불법다단계 업체들은 학생들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받아 물건을 사게 하는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알바생들을 울리고 있다.

청소년 알바생들의 피해는 더욱 크다. 고용주들은 온갖 현란한 문구로 청소년들을 현혹한다. 하지만 막상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 경제관념과 법적 제도에 무지한 청소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곳이 너무 많다. 식당에서 처음 아르바이트를 해봤다는 조 모양은 “사장님이 시급 3900원이라고 했는데 알아보니 기본 시급이 4580원이었다”면서 “그 사실을 사장님께 말씀드리니까 수습기간 동안은 시급을 3900원 주고, 그 이상하면 4200원을 주지만 그 이상으로 시급이 올라가지는 않는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고용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한 청소년 알바생들도 적지 않다.

충남 서산 피자가게 알바생 사건처럼 성폭행, 성추행 등의 사건들이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담당기관이 없다. 이 때문에 알바생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대응 방법을 몰라 참거나 혹은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 알바의 권익을 위하여

아르바이트 피해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근로자 보호 강화를 위해 다양한 캠페인과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006년부터 ‘1318(13~18세 연소근로자)알자알자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전국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은 ‘1318알자알자 청소년리더’를 모집해 청소년 근로기준법을 홍보하기도 했다.

교회도 사회교리와 교황 레오 13세의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를 통해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시대의 사회적 약자인 알바생들도 여기에 해당된다. 「새로운 사태」는 또 무엇보다도 노동자의 양도할 수 없는 존엄성을 옹호하는 동시에 재산권, 사회 계층 간 협력 원칙, 약자와 가난한 이들의 권리, 노동자와 고용주의 의무와 단체 결성권의 중요성을 다룬다.(「간추린 사회 교리」 268항) 예수 그리스도 역시 “일꾼이 품삯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루카 10,7)이라며 노동자의 권익을 언급했다.

하지만 정작 알바생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교회의 활동은 미약하다. 지난해 돈보스코청소년영성사목연구소가 실시한 ‘교회 청소년 인권실태 및 의식조사’에 아르바이트와 노동권 등 관련 질문을 포함시킨 것 외에는 활동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돈보스코청소년영성사목연구소 소장 백광현 신부는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보면 노동권 침해로부터 보호받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41.5%가 ‘아니요’라고 답했을 정도로 아르바이트생들의 인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따라서 그리스도교 정신에 입각한 경제, 노동교육이 필요하지만 일괄적인 교육이 아니라 대상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마련해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간추린 사회 교리」는 “노동자들에게 만족스러운 수준의 고용을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는 윤리에 합당하다고 인정할 수 없으며 사회적 평화를 달성할 수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무참히 짓밟히고 있는 알바생들의 인권을 사회와 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보호할 때 우리사회는 사회적 평화를 달성할 수 있다.

“보십시오, 그대들의 밭에서 곡식을 벤 일꾼들에게 주지 않고 가로챈 품삯이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곡식을 거두어들인 일꾼들의 아우성이 만군의 주님 귀에 들어갔습니다.”(야고 5,4)

◆ 알바, 이것만은 알고 시작하자

1. 근로계약서 작성은 필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야한다. 올해부터는 근로계약서 작성이 의무화 되어 근로자가 요구하지 않더라도 사업주가 교부해야 한다. 이는 18세 미만의 청소년 근로자에게도 해당된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근로계약서는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해야 하며, 만약 사업주가 거부할 경우에는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e-고객센터 ‘기타진정신고서’를 작성, 신고할 수 있다.

2.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아르바이트생들의 피해사례를 종합해보면 임금 체불과 최저임금 위반 사례가 가장 많다. 이 경우에도 해결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임금 체불과 관한 피해를 당했을 경우, 고용노동부를 통해 밀린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요구하거나, 사용자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진정서를 접수하면 고용노동부에서 사업주와 근로자 간 합의를 시도한다. 실패할 경우에는 소송으로 이어지지만 근로자는 근로감독관과 상담을 통해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진정서 접수 시에는 사업자 정보를 입력해야하는데, 전화번호로도 신분 조회가 가능하다.

3. 부당대우를 받으면

최근에는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폭언, 폭행, 성희롱 등 부당대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 경우에는 고용노동부를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 온라인 접수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국번 없이 1350)에서 상담 받을 수 있다.

4. 청소년 알바들이 알아야 할 것들

아르바이트 관련 법규를 모르는 청소년 알바생들은 성인 알바생들보다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만 15세 이상이 되어야 하지만 중학교 재학 중이거나 만 13~14세 청소년들은 고용노동부 취직 인허증을 받아 일할 수 있다.

청소년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하며, 청소년 중 15~17세는 하루 7시간, 18세 이상은 하루 8시간 근무 초과 시 50% 할증된 연장근로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일하다 다친 경우 산재보험법 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국번 없이 1388) 혹은 고용노동부에서 상담 가능하다. (제공: 알바인)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