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에게 무의미한가’/주정아 기자
발행일 : 2010-08-01 [제2708호, 23면]
최근 보건복지부는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사회적 합의안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사회적 협의체가 내놓은 이 합의 내용에 관해선 교회도 대체로 윤리적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합의를 이루지 못한 일부 문제들은 여전히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협의체의 위원 일부는 관련 법제화를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면 일선 의료현장에서 협의안이 제대로 적용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또 대리?추정에 의한 치료중단 의사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준들은 모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즈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용어 자체부터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환기할 필요가 있겠다. ‘삶의 질’이라는 표현에는 생산성과 유용성 등을 기준으로 ‘가치가 있는 생명’인지, ‘의미 있는 삶’인지 판단하는 그릇된 의식이 깔려 있다. 이러한 의식이 인공호흡기가, 영양공급튜브가 식물인간에게 과연 합당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에 따라 생명윤리전문가들은 ‘Quality of Life’를 ‘삶의 질’이 아닌 ‘생명의 질’로 번역하는 것이 옳다고 꾸준히 지적한 바 있다.
연명치료 중단은 이른바 ‘삶의 질’을 다했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 아니다. 고통스럽다거나 가족들이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등의 이유로 치료를 포기할 수는 없다. 따라서 성급하게 법제화를 운운하며 ‘어떻게 죽게 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기보다, 죽음의 과정에 있는 환자와 그 가족 등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해져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번에 발표한 사회적 합의안을 이른바 ‘존엄사법’ 제정 심사에 참고토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개념도, 존엄사라는 표현의 문제점도 올바로 인식되지 않았다는 생각은 기우이길 바란다.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사상누각 생명관련법은 이제 그만 사양할 때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