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12호 2010년 09월 0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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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결혼이주여성·입양아 다룬 창작 뮤지컬 러브 인 아시아·웰컴맘

“일곱 색깔 무지개처럼 우리도 함께 어울려요”
발행일 : 2010-08-01 [제2708호, 9면]

# 장면 1

엄격한 유교 가풍이 대문 앞에서부터 물씬 풍긴다. 전라도 고흥군 신곡리의 청기와집. 며느리 셋이 모두 필리핀, 중국 옌볜, 베트남 출신이다. 남편을 배 사고로 잃은 강진댁, “다른 건 필요 없으니 결혼만 해다오”라던 시어머니였다. 하지만 며느리를 맞자 금세 태도가 돌변해 말도 통하지 않고 아들을 못 낳는 며느리들을 구박한다. 며느리들은 시집살이의 고통과 외로움,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짓고 산다.

오늘은 서울로 유학간 딸이 대학교수 신랑감을 데려온다는 날. 며느리들을 닦달해 잔칫상을 차렸는데, 눈앞에 나타난 사윗감은 흑인.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시어머니를 며느리들이 달래고, 그 와중에 막내며느리가 아들을 출산하며 서로의 속내를 풀어내고 화해를 향해 손을 내미는데….

# 장면 2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된 꼬불꼬불 산동네. 힘찬이와 동생들을 친자식처럼 돌보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졸지에 입양아가 된 아이들, 자신들을 키워줄 엄마를 스스로 선택하겠단다.

전 재산을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아이들을 잘 돌봐달라는 할머니의 유언을 집행하기 위해 장학재단에서는 유능한 변호사를 보냈다. 하지만 그녀는 이기심과 물질욕으로 가득찬 이혼전문 변호사. 일을 빨리 마무리 짓기 위해 아이들을 복지시설에 보내려하고, 아이들은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결국 아이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엄마를 고르겠다고 제안한다. 덕분에 유례없는 엄마 찾기 오디션이 시작됐다. 그런데 힘찬이와 아이들을 맡은 양부모는 힘찬이 집 재개발 보상금을 챙겨 도망을 갔다. 부모를 잃고 입양을 가고 돈도 잃은 아이들이지만 순수하고 따스한 마음만큼은 잃지 않았다. 냉정한 변호사도 아이들 덕분에 점차 변해가는데….

여성과 아동.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차별받고 핍박받는 대표적인 이들이다. 사회적 약자들로 밀려난 이들이 공연 무대를 통해 세상 앞에 당당히 섰다. 단순히 예술을 향유하는 데에서 나아가, 창작 뮤지컬을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또 자신의 재능을 발휘한다. 다문화가정 여성의 이야기가 줄거리가 되는, 부모 잃은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뮤지컬이 선보여 재미와 감동을 전할 뿐 아니라 사회적 소통과 통합에 작은 물결도 일으켜 관심을 모은다. 한여름, 가족들과 함께 창작뮤지컬 관람 나들이를 떠나봐도 좋을 듯하다.

창작국악뮤지컬 ‘러브 인 아시아’는 전국 9개 도시를 순회하며 관객들을 맞이한다. 이 뮤지컬은 한국에 시집온 며느리들과 전통을 고수하는 시어머니와의 갈등과 화해를 신명과 감동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양혜란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직접 체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써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처음 무대에 선보인 후, 올해도 7월 30일~8월 22일 춘천, 대구, 서울 등 전국 9개 도시에서 무료 순회공연을 펼친다. 다문화가정과 여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꾸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 덕분이다.

“넌 왜 엄마 얼굴에 갈색을 칠하니, 그건 살색이 아니야….”

극중 큰 며느리의 아이는 미술시간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는 결혼이주여성이 꾸준히 늘어 15만 명을 넘어섰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게다가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받는 차별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이웃들의 눈총에 외롭고, 배울 만큼 배웠지만 단지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서툴다는 이유로 무식쟁이 취급을 받는 서러움. 뮤지컬 ‘러브 인 아시아’는 가족들과의 갈등 외에도 이웃들의 따돌림 문제, 우리 의식 안에 깊이 자리한 인종?민족차별주의를 풀어낸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는 카자흐스탄 출신 결혼이주여성인 마하노바 아셀(안젤라)씨가 마을 아낙 카작댁으로 출연해 더욱 눈길을 끈다. 아셀씨는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성북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곽정남 수녀)에서 한국어와 전통악기 등을 배우다가 주변의 권유로 뮤지컬에 출연하게 됐다. 전라도 사투리와 옛날이야기를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결혼이주여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한국인에 대해 배우고 한국인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더욱 감사하다고 말한다.

진지한 주제이지만 재미와 해학도 놓치지 않는 뮤지컬 ‘러브 인 아시아’ 공연 시간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방도 운영한다. 무료 예매권은 온라인 카페(www.loveinasia)를 통해 받을 수 있다.

- ‘러브 인 아시아’ 공연장면.
창작뮤지컬 ‘웰컴맘(Welcome MOM)도 예술이 사회적 소통과 통합의 징검다리가 되는 모범의 하나다. 웰컴맘은 전문 뮤지컬배우와 함께 그룹홈 어린이들이 직접 배우로 나서 꾸미는 무대다. 그룹홈 아동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펼쳐온 대학교수와 예술가들이 뜻을 모아 제작과 공연지도 등을 총체적으로 지원했다.

- ‘웰컴맘’ 출연진.
아마추어 어린이 배우들이 꾸미는 무대이지만 전문 연출가와 음악감독, 작가, 뮤지컬 배우들의 역할에 힘입어 극의 완성도도 기대해 볼만하다. 처음 노래를 배우고, 연기를 배우러 왔을 때는 정서불안에 경미한 자폐증상까지 보였던 아이들도 지금은 누구보다 밝고 능동적인 모습으로 연습에 참여하고 있다. 갈수록 양극화되는 사회 흐름 안에서 그룹홈 어린이처럼 소외된 계층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넣고, 대중들에게는 입양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던져주는 공연무대로 관심가질만 하다. 수익금 전액은 그룹홈에서 지내는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에 활용된다. 7~15일 성남아트센터 앙상블시어터. ※공연문의 02-543-7352 아츠앤퍼포밍

- ‘웰컴맘’ 출연자들이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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