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익명의 부부, 3년간 29명 환자 진료비 부담

이우현 기자
입력일 2010-04-13 수정일 2010-04-13 발행일 2010-04-18 제 2693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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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환우에 ‘희망’ 선물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마태 6,3). 하지만 요즘 세상은 작은 일은 크게, 큰일은 더 크게 부풀린다. 하지만 이런 사람도 있다.

2007년 서울 성모병원에 한 부부가 찾아왔다. 부부는 서울성모병원 건립기금으로 2억 원을 기부하면서, 이중 1억 원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써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3년간 29명의 환자들이 새 생명을 얻었다. 난청을 앓는 2세 아기, 미숙아(저체중아), 골수염과 근육농양으로 고통 받는 11세 장애 환아, 만성신부전으로 신장이식을 받아야 했던 환자 등이 ‘희망’을 선물 받았다. 현재까지 7600여만 원이 사용됐고 남은 2400만 원 또한 도움을 기다리는 다른 환자들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그런데 부부는 한사코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거부했다. 그리고 도움을 받은 이들은 하나같이 받은 도움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베풀고 돌려주는 삶을 살겠다며 감사의 편지를 남겼다.

말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고, 부모 힘 없이는 먹지도 목을 가누지도 못하는 11세 장애아의 아버지는 “이름도 알지 못하는 분의 도움으로 우리 아기가 그나마 어려운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늘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의 부부가 남긴 사랑은 이제 점점 그 부피를 키우고 있었다.

■ 수혜자 편지 중 일부분

- 이 감사한 손길에 한 점 부끄러움 없도록 늘 정직하고 바르게 살며, 사회의 든든한 한 축이 되겠습니다.

- 어르신의 도움으로 자식이 새 생명을 찾았습니다. 삶을 다할 때까지 사랑하고, 깨끗하게 키우고, 봉사하겠습니다.

- 얼굴도 성함도 모르는 분께 고마움을 너무 크게 받았습니다. 나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돌려주는 삶을 살겠습니다.

이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