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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성물이야기] 22. 대구대교구 가실본당 스테인드글라스

이지연 기자
입력일 2009-10-27 수정일 2009-10-27 발행일 2009-11-01 제 2670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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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드글라스로 빚은 40가지 예수님 삶  
10개 창문에 스테인드글라스 독일 에기노 바이너트씨 제작
칠보로 제작된 ‘감실’ 국내 유일 ‘안나상’ 도 이색적
스테인드글라스 ‘산상 설교’.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루카 24,13~25)를 주제로한 가실본당 감실. 칠보로 제작됐다.
대구대교구 가실(佳室)성당은 ‘아름다운 집’이라는 뜻에 걸맞게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아름다운 전경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권상우, 하지원 주연의 영화 ‘신부수업’ 촬영지라고 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경북 칠곡 왜관 낙동강 가에 위치한 성당은 아름다운 외관뿐 아니라 약 115년에 가까운 역사로도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한국교회에서 11번째로 설립된 성당은 서울의 명동성당과 빼닮아 있다. 설계 당시 여동선 주임 신부가 망치를 두드리며 일일이 확인했다고 하니 성당 벽돌 하나하나에도 본당의 역사가 고스란히 서려있다고 할 수 있다.

오랜 역사와 어우러진 성물들은 2000년에 새롭게 제작됐다. 특히 독일의 유명한 색유리작가 에기노 바이너트(Egino Weinert)씨가 제작한 스테인드글라스는 성당을 감싸며 고유의 색을 뿜어낸다.

10개의 창문에 설치된 작품의 주제는 ‘예수님의 삶’이다. 삼왕의 경배부터 호숫가에 나타나신 예수까지 총 40가지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각 창에는 4가지 주제가 담겨있으며, 작품은 밑에서 위로 보면 된다. 단, 일곱 번째 창문만은 위에서부터 보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다.

각 출입문 위에 있는 반달형 창문에서는 △착한 목자의 비유 △잃었던 아들 비유 △씨 뿌리는 사람 비유 등 ‘예수님의 가르침’을 형상화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에기노 바이너트씨는 또 제대의 감실도 제작했다. 칠보(七寶, 유리질의 유약을 녹여 무늬를 내는 공예)로 만들어진 감실은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루카 24,13~35)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성당 앞쪽에 위치한 ‘성 안나상’에 대한 설명을 빠뜨릴 수 없다. 본당의 주보성인기도 하지만 1924년 이전에 프랑스에서 제작된 한국에서는 유일한 안나상이기 때문이다. 본당의 역사와도 함께 한 작품에는 민족분단의 흔적도 남아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이 병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성당을 급습하면서 발사한 총탄 자국이 왼쪽 어깨에 남아있다.

성당과 구 사제관은 지난 2003년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 등록된 상태다. 현재 유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사제관에서는 공의회 이전에 사용했던 십자가와 감실, 촛대 등을 보존하고 있어, 과거와 현재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