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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해 기획-사제의 사제] 1. 아르스의 성자 성 비안네 신부 ⑥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9-07-29 수정일 2009-07-29 발행일 2009-08-02 제 2659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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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자의 마음 읽는 능력 가져
초자연적 신비 체험한 뛰어난 영성가
신자들에게 “성체 자주 모셔라” 권고
비안네 신부는 보이지 않는 현상에 무감각한 세태에 대해 늘 아쉬워했다.
비안네 신부 선종 후 1861년, 파리에서 비안네 신부의 전기가 출간된다. 비안네 신부를 늘 옆에서 지켜보았던 몬냉 신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많은 관련자 증언 및 자료들을 모은 방대한 책이다. 비안네 신부의 삶과 영성은 이 책을 통해 전 유럽과 세계로 퍼져나갔다.

몬냉 신부의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비안네 성인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알고 있어도 너무 단편적 내용들만 알고 있었다. 비안네는 단순히 ‘고해성사의 달인’이 아니었다.

초자연적 신비를 체험한 성인

비안네 신부는 뛰어난 영성가였다. 매일 밤 사탄의 목소리를 듣고, 피나는 영적 싸움을 했다. 몬냉 신부의 책에 의하면 그래서 비안네 신부는 보이지 않는 현상에 무감각한 세태에 대해 늘 아쉬워했다고 한다. 비안네가 살던 당시는 계몽주의가 유행한 시기였다. 18세기 유럽에선 신앙이 폐기되었으며 그 대안으로 이성이 대두되고 있었다.

비안네 신부는 그래서 보이지 않는 현상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닫아버리는 신학자들을 볼 때마다 탄식했다. “열심히, 착하게 잘 살기만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신앙인들에게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초자연적 현상들을 매일 접하다 보니, 초자연적 현상을 믿지 않는 이들이 안타까워 보였던 것이다. 비안네는 자주 이렇게 말하곤 했다.

“초자연적 사건에 대해서 감수성이 너무 무뎌져서, 우리는 막상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했을 때 이를 믿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예수의 기적을 직접 접했던 유대인들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았던 것처럼, 우리도 기적을 매일 체험하면서도 막상 마음이 닫혀 그 기적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안네의 신앙은 강한 체험에 바탕하고 있었다.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고, 귀로 듣는 체험이 강렬하다 보니 신앙도 그만큼 강해졌고, 그 강한 신앙이 삶으로 배어나온 것이다.

그래서 비안네 신부는 평소 강론시간에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탄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다. 그는 특히 “사탄은 아주 영리합니다”라고 자주 말하곤 했다. 이런 말도 했다. “그러나 사탄은 강하지 않습니다. 성호 한 번만 그으면 도망갑니다.”

신앙 체험이 강렬해지면서 비안네 신부의 기이한 영적 능력도 함께 나타났다. 성인들에게서만 보이는 놀라운 능력이 그에게서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비안네 신부는 고해자의 말을 다 듣지 않고도 그들의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기적이라고 불렀고, 이는 비안네 신부가 훗날 성인이 되는데 결정적 증거 자료가 된다. 어느 날 한 젊은 청년이 비안네 신부를 시험하기 위해 회개하지도 않고 거짓 고해를 했다. 눈물 연기도 동반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고해를 듣던 비안네 신부가 등을 돌렸다. 그리고 말했다. “회개하고 다시 찾아오세요.” 비안네 신부는 청년의 마음을 읽었던 것이다. 놀란 청년이 그 자리에서 회개하고, 비안네 신부 앞에 무릎 꿇고 제대로 된 고해성사를 보았음은 물론이다.

자연과 가난을 사랑한 성인

비안네 신부는 여유가 생길 때마다(하루 10시간 이상의 고해성사와 새벽 2시까지 이어지는 강론 준비 등으로 여유가 있었는지도 의심스럽지만) 묵주를 들고 혼자 산책하면서 기도했다. 그는 그 산책 시간을 사랑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자연을 사랑했다.

비안네 신부의 자연사랑은 오늘날 우리들이 자연을 사랑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오늘날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연의 싱그러움을 사랑한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행복해 한다. 하지만 비안네 신부는 소음 가득한 도시에서 탈출할 때 느끼는 그런 해방감으로 자연을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눈만 뜨면 보이는, 어쩌면 식상할 수도 있는 그 자연 속에서 하느님의 창조물인 자연을 사랑한 것이다. 비안네 신부는 그래서 신자들에게 자주 대자연에 대한 자신만의 명상을 전했다.

비안네 신부는 또한 철저히 가난을 몸으로 살았다. 2~3일 동안 아무런 음식을 먹지 않을 때도 많았다. 편안한 잠자리를 거부하고 침대 속의 짚을 일부러 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회개와 성체성사를 강조한 성인

비안네 신부는 신자들에게 성체를 자주 모시라고 권고했다. “성체를 모십시오. 내 형제들이여 예수님께로 가십시오. 여러분이 예수님을 위한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우리도 그분 덕택에 살고 있습니다. 너무 바쁘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신성한 구세주께서는 ‘내게로 오너라. 수고하고 지친 자들아 내게로 오너라. 내 너희를 쉬게 하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초대를 거절하지 마십시오. 죄가 너무 커서 초대에 응할 수 없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사실대로 말하자면 여러분은 합당치 않습니다. 물론 우리는 죄인입니다. 하지만 죄가 너무 많아서 주님께 나아갈 용기가 없다고 말해선 안 됩니다. 몸이 아픈데 치료를 거부하거나 의사를 부르지 않겠다고 말할 수 없지 않습니까?”

비안네 신부는 또 이렇게 말했다. “어떤 사람이 큰 장작더미를 차곡차곡 쌓으며 ‘나를 태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우리는 죄를 범하며 이런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우리를 지옥에 내던지시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스스로 그렇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한 성인

비안네 성인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모든 것을 사랑하는 하느님께 바쳐야 합니다. 일, 걸음걸이, 잠 등 그 밖의 모든 것을 그분께 봉헌하지 않으면 잃어버리게 됩니다. 하느님과 함께 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입니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 일입니까. 그분이 모든 것을 지켜보시고 모든 것을 용서하신다고 생각하며, 아침마다 이렇게 기도합시다. ‘모든 일이 당신 마음에 드시도록 제가 하는 모든 일에 당신이 함께해 주십시오.’ 우리들의 영혼에게 하느님은 얼마나 많은 위로를 줍니까. 영혼과 하느님 둘은 절친한 친구와 같습니다.”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