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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속의 그리스도인 - 세계교회사 인물 100選] (18) 사도와 성서저술가 (4) 마태오 복음사가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4-05-23 수정일 2004-05-23 발행일 2004-05-23 제 2399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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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세리
순종 인내 용기 미덕 지녀
순교 자연사 주장 엇갈려
『어찌하여 당신네 선생은 세리와 죄인들과 어울려 음식을 나누는 것이오?』(마태 9, 11).

성서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많은 세금 징수인들, 즉 세리들과 죄인들로 알려진 사람들이 참석한 만찬에서 제자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본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충격을 받아 한 말을 전해준다.

예수께서는 이 말을 듣고 가당치않다는 듯이 말씀하신다.

『성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자에게는 필요하다. 너희는 가서 내가 바라는 것은 동물을 잡아 나에게 바치는 제사가 아니라 이웃에게 베푸는 자선이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가를 배워라. 나는 선한 사람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왔다』(마태 9, 12~13).

고혈을 빠는 세리

세리들은 로마 사람들을 대신해 유다인 동족들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이는 일을 했다. 그래서 이들은 동족들로부터 반역자로 미움을 받았고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그들을 「죄인」으로 취급했다.

복음서를 저술한 것으로 전해지는 마태오는 이처럼 동족들로부터 고혈을 빠는 세리의 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는 죄인으로 취급받는 세리가 예수와 그 제자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예수는 이렇게 사도의 거룩한 소명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사람을 자신을 따르라며 제자로 발탁하셨다.

마태오가 예수로부터 부름을 받는 장면은 마태오복음서 9장 9절에서 나타난다. 마태오는 세관에 앉아 있다가 예수로부터 『나를 따라오너라』 하는 말씀에 모든 것을 버리고 그를 따라 나선다.

이 상황은 다른 복음서들에서는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마르코복음 2장 14절에서는 『알패오의 아들 레위를 부르셨다』고만 언급된다. 또 루가복음 5장 27절에는 『레위라는 세리가 부름을 받았다』고 돼 있다.

이 때문에 성서학자들은 마태오와 「레위」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세 가지 주장이 나타나는데, 첫째는, 레위와 마태오가 동일 인물이고 예수의 부름을 받은 후에 마태오라는 이름을 받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마태오에 의해 「알패오의 아들 레위」 또는 「레위라는 세리」로 바뀌었다는 것이고 세 번째는 루가 복음사가가 마르코 복음에서 「알패오의 아들」이라는 말을 빼고 레위만을 인용했고 마태오 복음사가는 레위를 마태오로 바꾸었다는 것이다.

어떤 주장이 정확한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알고 있듯이 마태오가 곧 레위라면 가파르나움 인근의 세관원이었을 것이고 다마스커스와 아크레(Acre)를 잇는 도로를 통해 수송되는 상품들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이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는 이미 가파르나움에서 설교하던 예수에 대해 접촉할 기회를 여러 차례 가질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예수가 『나를 따르라』고 불렀을 때, 주저 없이 따라 나섰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예수는 베드로에게 시몬이라는 이름을 준 것처럼, 히브리어 「마티야」에서 유래된 말로 「야훼의 선물」이라는 뜻을 지닌 「마태오」라는 이름을 받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마태오에 대해서 신약성서는 거의 아무런 일화를 전해주지 않으며 그에 대해 알고 있는 대부분의 내용들은 전승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그는 모든 고난을 예수와 함께 했고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은 뒤 다른 제자들과 함께 그의 부활과 승천에 대한 증인이 됐으며 9년 동안 유다 지방에 머물며 전교를 했다.

또 복음서를 저술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여기서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 있다. 잘 알고 있듯이 초대 교회에서는 마태오가 마태오복음서를 저술한 것으로 믿는다.

이러한 주장을 처음으로 내세운 사람은 히에라폴리스의 주교 파피아스였다. 『마태오가 히브리어로 말씀들을 편찬했는데, 제각기 힘닿는대로 그것들을 번역했다』라는 주장이 에우세비오의 「교회사」에 수록돼 있는데, 이러한 파피아스의 주장을 리용의 주교 이레네오가 「반이단론」에서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파피아스와 이레네오의 증언에 따라 예수의 열 두 제자 가운데 하나인 마태오가 히브리어 또는 아람어로 복음서를 집필했고 후대에 누군가에 의해 그리스어로 번역됐다는 학설이 생겨났는데, 전통적으로 이러한 주장이 인정되어왔다.

하지만 연구에 의하면 마태오 복음서는 히브리어 또는 아람어에서 번역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어로 쓰여진 「예수 어록」과 「마르코 복음서」를 참고로 해서 직접 그리스어로 집필한 것이 틀림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따라서 예수의 직제자 마태오가 복음서를 집필했다는 설을 인정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가 어디에서 선교했는지에 대해서도 전승에 따라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죽음에 대해서도 자연사했다는 주장과 창, 칼, 또는 도끼에 의해 순교했다는 전승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어쨌든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충실한 사도로서 순종과 용기의 인물이며 참을 수 없는 모욕까지도 견디어내는 인내의 인물이었다. 붉은 색 바탕에 은색 돈주머니 3개가 역삼각형 형태로 그려져 있는 그의 문장은 탐욕의 죄를 범해 부정한 재산을 모았던 세리 마태오가 비록 죄인이었지만 자신의 죄를 기꺼이 속죄하고 예수의 부르심에 응답함으로써 오히려 더욱 큰 은총을 받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승에 따르면 마태오는 모든 고난을 예수와 함께 했고 예수님이 죽은 뒤 다른 제자들과 함께 부활과 승천에 대한 증인이 됐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