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 첫 학교, 첫 결혼 생활. 기대에 부풀어 첫발을 내디디던 그때와 달리 사명감이 무뎌지고 마는 건 인간의 나약함 때문일까. ‘3년차 증후군’이라는 시쳇말처럼 어느 길이든 꼭 3년째면 “여긴 내 길이 아니야”라며 중도 하차하는 사람이 있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직무사제직을 살아내는 본당 신부들은 어떨까. 자신 보다 사람들을 돌보며 ‘내어주는’ 삶을 살아가는3년차 본당 사제 이준혁 신부(바오로·서울 이문동본당 부주임)의 하루를 통해 알아봤다. ■ 성당이 곧 집 “이번 주는 유독 경황이 없네요.” 4월 12일 서울 이문동성당 사제관. 낮 묵상 중이던 이준혁 신부가 쑥스러운 웃음으로 기자를 맞았다. 오늘은 새벽미사를 주례하고 사제관에 돌아와 사무를 마치고 미용실을 다녀왔더니 오전이 훌쩍 지나갔다. 이 신부는 “인터뷰를 마치면 곧장 한 신자와 상담 약속이 있어 나가 봐야 한다”며 벽에 걸린 사목계획표를 가리키며 웃었다. 매일 최소 1대씩 있는 미사 집전, 본당 단체 회합 참석을 비롯해 신자 개개인과의 사목 상담 및 만남이 나날이 일과로 주어지는 본당 신부 생활. 이번 주는 특히 일이 많다. 어제도 새벽미사 주례 후 짐 정리를 마치자 그나마 개인 시간이 주어지는 낮에도 여유 없이 보냈다. 신임 교구 보좌주교 서품식에 참례했기 때문이다. 5시가 넘어 사제관으로 돌아와, 6시 혼배 면담 및 성사, 7시30분 본당 미사, 8시30분 중고등부 회합까지 일정이 이어졌다. 또 이번 달부터는 평일 저녁에 첫영성체 학생들의 부모 면담이 있다. 면담은 오전에도 종종 잡혀 개인 시간을 갖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성당이 곧 집이니까요.” 직장과 삶이 구분된 ‘워라밸’을 중시하는 현대인들…. “그러한 직업 생활과 철저히 다른 것이 사목자의 삶”이라고 이 신부는 말했다. 성당이 출퇴근하는 직장이 아니라 먹고 자고 생활하는 집 자체가 되어 본당 공동체를 온 삶으로 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목적 고민도 생활 내내 계속된다. 6명뿐인 교리교사로 증가 추세인 초·중·고등부 학생들을 어떻게 돌볼 수 있을지, 새로 들어온 청년들과 기존 청년들 사이를 어떻게 중재하고 사이좋게 묶어줄 수 있을지 그저 기도 속에서 답을 구한다. 주임신부와의 식사 시간은 그냥 밥을 먹기보다 그러한 고민을 나누고 조언을 얻는 자리다. “자기 의견을 제시하기보다 사람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 신부의 역할”이라며 이 신부는 “최대한 경청하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로 평일 저녁에 열리는 공동체 회합, 주일 청년 미사, 성가대 모임에는 꼭 참석한다. 또 먼저 나서서 청년들과 만남의 자리를 열기도 한다. ■ 가슴 뛰게 하는 것 “우리와 함께해 주시는 신부님 덕분에 주말이면 성당을 찾게 돼요.” 4월 13일, 견학차 서울 아현동 한국정교회 성 니콜라스 대성당을 찾은 본당 청년들이 잔뜩 들뜬 목소리로 입을 모았다. 청년들이 전례 공부 겸 신앙 안에서 친교를 다지고 주님과 온전히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게 해주고자 이 신부가 마련한 행사다. 본당 대학생 및 청년 사목 담당 사제로서 이 신부도 “청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큰 기쁨”이라고 말한다. 자기 단체에만 충실하기 쉬운 청년들이 사제의 노력을 통해 다른 청년 단체와 교류하게 되고, 교리교사 등 본당 활동에 나서기는 어려워하는 청년들이 공동체와 거리감을 느끼지 않고 함께할 때 사목자로서 가장 뿌듯하다는 것이다. 사제의 길을 걷길 잘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은 이렇듯 예수님이 필요한 이웃에게 예수님을 전하는 기쁨이다. 이 신부는 “특히 봉성체를 다닐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고백헀다. 주택가인 이문동, 도로변이 아닌 집을 들르려면 차를 탔다가도 굽이굽이 골목길을 직접 걷기도 해야 하지만 걸음에는 힘이 차오른다. 이 신부는 “이 보잘것없는 사람한테도 ‘신부님이 잊지 않고 찾아와 주니 너무 감사하다’며 글썽이는 노인들의 뭉클한 진심이 전해져서”라고 말했다. “신부님 덕분에 그 할머님이 얼마나 평안하게 가셨는지 몰라요.” 한 선종 신자의 냉담했던 자녀가 이 신부의 봉성체 활동으로 다시 미사에 나오기 시작했다는 희소식은 지금도 이 신부를 가슴 뛰게 한다. 이 신부는 “위로이신 예수님을 사람들에게 선사해 주려고 내가 부르심을 받았구나" 하는 벅찬 감동에 오히려 제가 힘을 받는다”며 웃었다. ■ 사제의 삶이 처음이라 “신자들이 저 때문에 상처받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삶에는 예행연습이 없다. 이 신부도 사목자는 처음이라 많은 것이 힘겨울 때가 있다. 끊임없이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제의 삶이기에, 가장 힘겨운 것도 사람들과의 관계다. “그저 경청해야 하기에 가끔은 너무 많은 말을 듣게 되고,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른지 식별이 어려워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지 못할 때가 있다”고 이 신부는 토로했다. 잘해 주려던 진심이 오해로 돌아올 때 무겁게 짓누르는 속상함은 동료 사제들도 공감하는 사목자의 시련이다. 한때는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며 종일 침대에 눕고만 싶기도 했지만, 이 신부는 그때마다 서품받을 때의 첫 마음으로 돌아간다. 자신을 죽이려 했던 사람까지도 용서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선종일인 2005년 4월 2일을 되새기며, 가장 낮은 자세로 사람들과 함께하려는 의지를 다지는 것이다. “젊은이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루카 7,14) 성사와 기도를 중심으로 하는 사제 생활의 본분대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원동력도 늘 말씀에서 얻는다. 힘들 때마다 첫 마음으로 돌아가듯, 늘 원천에서 계시면서 끊임없이 격려하시는 주님께 의탁하며 지혜를 구하는 것이다. 성당을 거닐며 바치는 묵주기도 속에 생각이 정리되기도 한다. 또 아무도 없는 성당에서 오롯이 고독을 마주하며 바치는 묵상기도는 예수님이 이 신부 내면으로 말씀을 거시는 창구가 된다. “사제가 아닌 길을 걸었다면” 하는 회의감도 어느새 가라앉는다. 사람들의 어긋난 신체를 맞춰 주는 물리치료사도 한때 꿈꿨지만, 예수님과 하나가 되어 사람들 내면을 아물게 하는 영적 치료사로서의 기쁨이 더 크게 차오른다. 그런 이 신부의 꿈은 여느 사제와 다르지 않다. 인간관계에 지칠 때 조용히 마음의 문을 닫기보다 더욱 주님을 믿고 따르는 사제다운 사제를 향해 나아갈 뿐이다. “마음의 문을 닫기보다 예수님처럼 기다릴 줄 아는 사제로 소임하고 싶습니다.”

가톨릭신문사(사장 최성준 이냐시오 신부)가 제정·운영하고, 우리은행(은행장 조병규)이 후원하는 제27회 한국가톨릭문학상 본상 수상작에 김탁환 소설가의 「사랑과 혁명 1·2·3」(2023, 해냄)이, 작품상 수상작에 김재홍(요한 사도) 시인의 「돼지촌의 당당한 돼지가 되어」(2022, 여우난골)가 선정됐다.시상식은 5월 9일 오후 4시 서울 명동 로얄호텔 3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시상식은 가톨릭신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된다. 한국가톨릭문학상은 한국교회에서 처음 마련된 문학상으로 그간 가톨릭정신과 인류 보편적 진리를 문학으로 승화한 작품을 발굴해 왔다. 본상 수상자 김탁환 소설가를 만나 수상 소감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인터뷰 - 본상 수상자 김탁환 작가 본질적인 것 공들여 쓰려는 마음, 문학상으로 격려받았습니다 광주대교구 곡성성당은 1827년 발생한 정해박해 진원지 옥터성지에 세워졌다. 박해 중 곡성은 물론 전라도 전역, 경상도 상주, 충청도와 서울 지역 등지에서 500명 정도 신자가 체포됐다. 심문 과정에서 다른 도에 거주하는 신자들 이름이 밝혀짐에 따라 규모가 커졌는데, 지독하게 고문한 것으로도 악명 높았던 박해다. 광주대교구는 박해 당시 감옥이었던 자리에 제대를 봉헌하고 1958년 본당을 설립했다. 김탁환 작가의 집은 곡성성당 뒷마당과 이웃하고 있다. 철망이 경계일 뿐이어서 고양이들이 집의 텃밭과 성당 마당을 수시로 오간다. 박해 당시에는 김 작가 집을 포함한 성당 일대가 객사와 감옥터였다. 「사랑과 혁명」은 그가 실제 소설 속 공간에서 구상하고 집필한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4년 동안 원고지 약 6000매 분량에 전 3권으로 구성된 대작이다. 김 작가는 작품 속 주인공들이 모진 고문 속에 고통스럽게 지냈던 터에서 성당 종소리를 들으며 기르고 숨고 흐르는 마음을 매일 문장으로 옮겼다. “소설을 쓰면서 ‘영성과 노동’이 중요한 두 개의 키워드였습니다. 이를 독자들과 함께 충분히, 좀 깊게 나누고 싶었습니다. 어떤 것은 짧고 가볍게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또 어떤 것은 불편하더라도 길게 설명해야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정해박해는 후자입니다. 제대로 서술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는 “한국가톨릭문학상 본상 수상이 이런 본질적인 것을 공들여 쓰고자 하는 마음을 격려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곡성과의 인연은 2018년에 닿았다. 사회파 소설을 쓰며 안전과 생태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 농촌으로 내려갈 마음을 굳혔던 그는 그런 배경에서 그해 곡성에 내려간 기회에 성당과 더불어 옹기교우촌이 있던 당고개 덕실마을을 둘러보게 됐다. 이는 「열녀문의 비밀」과 「대소설의 시대」 등 이전 작품에서 18세기 정조 시절 천주교 신자들 모습을 다루며, ‘언젠가 18세기 신자들 활동이 19세기에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가’를 쓰려던 김 작가 마음을 움직였다. 곡성은 생태적인 삶을 살면서 19세기 천주교 신자들을 그리는 최적의 마을이었다. 이후 곡성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소설의 틀을 마련했고, 2020년 집필에 착수했다. 그리고 2021년 1월 1일 곡성으로 내려와 자리를 잡았다. 곡성에서, 그것도 감옥 터였던 성당 옆집을 우연히 구해 글을 쓰게 된 것을 그는 “‘신의 의지’인 것 같다”고 했다. 한양에서 가장 먼 곳이라 할 수 있는 곡성에 복음이 전해진 것은 1815년 경이다. 박해를 피해 강원도와 경상도 등에서 남으로 내려온 신자들이 덕실마을(현 승법리)과 미륵골(현 미산리) 일대에 정착했다. 신앙을 유지하고 생계를 위해 가마터를 열고 옹기를 구워 팔며 은거했다. 낯설고 물선 곳까지 간 사람들은 어떻게 은밀히 마을을 꾸리고 일용할 양식을 마련하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을까. 특별히 신유박해부터 정해박해까지 26년 동안 교인들이 이뤘던 공동체 생활에 관심을 돌렸던 김 작가는 “직업도 집도 가족도 다 버리고 떠나 공동체를 만들었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했다. 그는 작품의 핵심을 ‘변화’로 짚는다. 신앙으로 이전에 불가능했던 삶이 바뀌는 변화다. 그것은 자신과 공동체가 변하는 혁명으로 이어진다. “정해박해 때 붙잡힌 곡성의 신자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난 후 가장 낮은 자인 옹기꾼이 되었고, 낯선 곡성에서 마을을 이뤘습니다. 제자들도 가진 것을 다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지만, 실제로 그렇게 한다는 건 참으로 힘들고 대단한 용기와 믿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개신교 신자인 김 작가는 유년 시절 주일학교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나자렛 예수의 삶이 늘 화두였다. 소설 속 인물 짱구나 길종문이 던지는 물음은 그의 질문이기도 하다. “4년 동안 작품을 쓰며 태어나면서부터 지녔던 신앙을 더 깊고 진하게 고민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김 작가는 “네 권의 복음서를 정말 자세히 읽고 묵상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사랑과 혁명」에 등장하는 신자들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살아 있는 생명을 보호하고 때로는 원수 같은 사람을 사랑하며 갈등을 평화롭게 극복하려 한다. 인간답게 살기 위한 다른 길을 찾아 걸었던 그들을 통해 김 작가는 믿음과 희망, 사랑, 바로 신망애의 궁극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들의 태도는 특정 종교 특정 시대에 갇히지 않는다. 이 작품이 종교 소설이지만 사실 생태 소설이기도 하고, 1800년대 역사소설이되 지금을 이야기하는 소설인 이유다. 그는 이번 책이 “작가로서 세 번째 시기를 시작하는 소설 같다”고 말했다. 교단에서 가르치며 글을 쓰던 시기를 거쳐 전업 작가로 사회파 소설 등을 쓰던 도시 소설가에서, 이제는 ‘섬진강 대학교 4학년’ 마을 소설가로서 말이다. “영성과 노동을 두 날개처럼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사랑과 혁명」은 그런 삶의 첫 열매”라는 김 작가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천주교에 대한 소설을 또 쓰고 싶다”고 했다. ◆ 김탁환 작가는 1968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난 김탁환 작가는 서울대 국어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해군사관학교에서 해양문학을 가르치며 첫 장편 「열두 마리 고래의 사랑 이야기」와 첫 역사소설 「불멸의 이순신」을 썼다. 건양대, 한남대,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를 거치며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소설들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31편의 장편소설과 3권의 단편집, 3편의 장편 동화를 냈다. 「불멸의 이순신」과 「나, 황진이」, 「허균, 최후의 19일」이 드라마로 제작됐으며 「열녀문의 비밀」과 「노서아 가비」, 「조선마술사」, 「대장 김창수」는 영화로 제작됐다. 요산김정한문학상, 카멜레온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제27회 한국가톨릭문학상 본상 수상작 「사랑과 혁명 1·2·3」은 ‘조선의 암흑기’라 불리던 19세기 초 다른 세상을 꿈꾸며 천주를 믿었던 사람들의 사랑과 소망 그리고 기다림을 담고 있다. 27년간 역사소설과 사회파 소설을 오가며 치열하게 창작 활동을 해온 김탁환 작가의 서른한 번째 장편소설로서, 원고지 약 6000매 분량 전 3권으로 구성된 대작이다. 1827년 정해박해로 시선을 돌린 작품은 땅만을 섬기던 농부 들녘이 하늘만을 믿던 아가다를 만나 세상이 금하는 신을 믿어가는 과정과 그 신을 믿기 위해 목숨 건 교우들과 이들을 추적하고 탄압하는 무리의 팽팽한 갈등을 그리고 있다. 순교자들의 행적을 기록한 ‘치명록’ 형식을 차용해 액자식 구성을 띤 책은 정해박해 전후에 발생한 천주교 박해를 배경으로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는 신자들 시간을 따라간다. 1권에서는 곡성 교우촌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옹기를 만들며 사랑을 빚는 시간을, 2권에서는 천주교인과 첩자 군관이 숨고 달아나고 쫓고 쫓는 추적의 시간을, 3권에서는 옥 안팎에서 다시 사제를 모셔 오기 위한 움직임과 기다림이 펼쳐진다. 등장인물들은 인간 존엄을 지키고 살아 있는 생명을 보호하고 때로는 원수 같은 사람을 사랑하며 갈등을 평화롭게 극복하려 한다. 그들의 이런 태도는 특정 종교에 갇히지 않고, 특정 시대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 책이 ‘종교소설이되 종교소설이 아니고 역사소설이되 역사소설이 아닌’ 이유다. 최근 사회 내 소외된 존재들에 대한 관심과 생태환경 문제에 천착해 온 작가 세계의 확장을 품고 있기도 하다. 종교와 상관없이 억압된 사회에서 인간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에게 묵묵한 수호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책이다. ◆ 제27회 한국가톨릭문학상 본상 심사평 "정해박해 통해 ‘인간다운 삶’ 성찰하는 작품 「사랑과 혁명 1·2·3」은 1827년 전남 곡성에서 일어난 천주교 박해 옥사인 정해박해를 다루며 사랑으로 혁명을 이룰 가능성과 그 열망에의 서사다. 그리고 고난과 좌절, ‘깊은 고통’의 이야기다. 들녘의 사람들이 하늘의 뜻과 소통하며 정녕 인간다운 삶의 지평을 열고자 하는 자연발생적 소망을 무도한 정권은 혹독하게 억압하고 치죄한다. 500여 명 교인이 체포되고 16명이 치명해 순교하는 정해박해 사건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 신분과 성별의 차이, 경제적 질곡 등으로 고난받아야 하는 현실을 배경으로 삼는다. 그런 상황의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들녘’이나 ‘짱구’ 같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변화의 가능성을 탐문하고 십자가의 길로 접어든다. 빛과 어둠, 열망과 좌절이 혼돈처럼 어우러진 그 이야기를 작가는 매우 촘촘하게 그려낸다. 많은 자료를 성실하게 고증하고, 그 사실들을 넘나들며 상상의 빛을 쏘아 매우 고통스러웠던 천주교회사의 한 장면을 형상화했다. 이 소설은 단지 정해박해 사건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천주교 순교사에서 머물지 않는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인간이 사랑 없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이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독자를 오래 성찰하게 하기 때문이다. 고전 산문의 율격과 현대 산문의 리듬 사이를 가로지르며 독특한 소설 문장의 숨결을 형성한 것도 인상적이다. 그 숨결로 빚어진 문장들은 작중 옹기촌에서 신자들이 구운 ‘잘 빚어진 항아리’처럼 빛난다. 역사소설로 오랜 세월 내공을 쌓은 작가의 능란한 솜씨가 빛나는 역작이다. 생태주의적 색채가 진하게 깔린 모습 또한 볼 수 있다. < 심사위원 - 김산춘 신부, 구중서 평론가, 신달자 시인, 구자명 소설가, 우찬제 평론가 >

“세월호 희생자들에게는 하늘나라에서의 영원한 안식을, 10년을 100년처럼 가슴앓이한 유가족들은 당신께 모든 것을 의지하고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위로와 힘을 주소서.” 세월호 10주기를 하루 앞둔 4월 15일 광주대교구 산정동 준대성전에 세월호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기도가 울려 퍼졌다. 세월호가 수년째 거치돼 있는 목포신항을 내려다보는 자리에서 봉헌된 미사에서는 세월호 희생자 304명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호명하며 ‘기억’을 다짐하고 ‘연대’를 약속하는 뜻깊은 시간도 마련됐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김선태 요한 사도 주교)는 이날 김선태 주교 주례로 ‘세월호 참사 10주기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는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 위원장 문창우(비오) 주교, 덕원자치수도원구 자치구장 서리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 등과 광주, 대전, 마산, 부산, 서울, 수원, 안동, 인천, 의정부, 전주교구 소속 정의평화위원회 사제단, 신자 등 900여 명이 참례했다.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고(故) 김웅기(제준 이냐시오) 학생의 어머니 윤옥희(데레사)씨와 고(故) 이태민 학생의 어머니 문연옥씨도 미사에 함께 했다. 성당을 가득 메운 참례자들은 참사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앞으로 세월호와 같은 사회적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는 안전한 나라,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데 한뜻으로 함께할 것을 다짐했다. 주교단과 사제단, 신자들은 미사 후 위령기도를 바치며 세월호 희생자들이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길 기도했다. 김선태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존엄하고 소중한 존재인 세월호 희생자 한 분 한 분을 기리고 정성껏 기억하기 위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발표한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의 담화에 희생자 304명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담았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그분들의 소중한 이름을 정성껏 부르는 것은 유가족들의 슬픔과 고통에 진심으로 함께 연대하고, 비극적인 참사의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강론에 이어 사회주교위원회 위원장 문창우 주교는 ‘세월호 참사 10주기’ 담화를 낭독했다. 이어 미사를 공동집전한 주교들은 번갈아 제대 앞에 서서 단원고 학생과 교사 등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참례자들과 함께 불렀다. 참례자들은 북받치는 감정에 눈시울을 훔치면서도 희생자들의 이름을 끝까지 호명하며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영성체 후 유가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전한 윤옥희씨는 “왜 참사가 일어났고 왜 진상규명이 안 되고 있는지 밝히기 위해 사회적 참사를 겪은 피해자 연대인 ‘재난참사피해자연대’를 꾸려 활동하고 있다”며 “또 다른 참사로 더 이상의 피해자와 유가족이 나오지 않도록 생명을 존중하는 안전사회를 만드는 일에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부족한 부모와 함께해 준 이냐시오에게 이 자리에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며 “지금 이날까지 힘이 되어 주신 모든 분들의 안녕과 평화를 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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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촌 주교, 2024년 ‘장애인의 날’ 담화 발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유경촌(티모테오) 주교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하는 이웃이 됩시다’라는 제목으로 담화를 발표하고 한국 사회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다시금 돌아봤다. 유경촌 주교는 담화에서 지난 몇 년 동안 50대 지체장애인이 고독사 후 두 달 만에 발견된 사건, 거동이 불편한 70대 장애인과 80대 시각장애인이 함께 생활하다 탈진해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 등을 언급한 뒤 “여전히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돌봄 문제를 오롯이 그 가족들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실을 반증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장애를 동반한 이웃을 향해 출생부터 삶의 모든 순간에 편견과 차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면서 “장애를 가진 부모, 형제와 함께하는 가족들은 평생을 가족 구성원의 돌봄에 헌신하며 직장을 잃거나 심리·정서적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또한 “2024년부터는 중증장애인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돼 장애인 가정에서 의료비에 대한 부담이 조금은 줄어들게 됐다”면서도 “우리 모두는 고령화돼 가고 있는 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위한 실질적인 서비스 지원을 통해 복지 확충과 지속가능성의 균형이 가능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그리스도께서는 교회를 통해 우리에게 ‘선한 이웃’으로 살아갈 사명을 주셨기에(루카 10,29-37) 장애가 더 이상 개인과 그 가족의 무거운 멍에가 되지 않도록 국가의 노력과 더불어 교회의 노력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유 주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 속에서 장애인들의 벗이 돼 주는 일”이라며 “현재의 여러 어려움을 한꺼번에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신앙공동체와 신앙인 개개인이 편견과 차별 없이 장애인과 지속해서 살아갈 때에만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밝혔다.

장애인도 모든 권리 지닌 동등한 주체…편견 버리고 인식 개선해야

한국사회에서 장애인들은 노동의 권리를 온전하게 누리고 있을까?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법정 기념일로 정한 날이다. 장애인의 날 제정 이유인 장애인 재활 의욕 향상에는 장애인의 일할 권리가 당연히 포함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장애인들은 고용과 근로 조건에서 비장애인에 비해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 중요한 원인은 장애인 노동권을 고유한 권리가 아닌 시혜적인 성격으로 보는 국민 인식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 노동권은 법적, 제도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 우선, 가톨릭교회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서 장애인들을 돌보고 지원해야 하는 신자들의 의무를 언급하면서도 “취업과 직업은 남자와 여자, 심신이 건강한 사람과 장애인, 원주민과 이주민에게 모두 한결같이 부당한 차별 없이 허용되어야 한다”(제2433항)고 언급한다. 장애인들이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지원 대상이 아니라 차별 없이 일할 동등한 노동의 주체임을 명시한 것이다. 「간추린 사회교리」 역시 “장애인들도 모든 권리를 가진 주체이기 때문에, 그들은 자기 능력에 따라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 최대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한다.(148항) 국가 법체계에 의해서도 장애인들의 노동권은 보장되고 있다. 헌법 제34조 5항은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선언하면서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입법 의무를 국가에 지우고 있다. 헌법 제34조를 근거로 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대표적 법률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법률 제1만8754호, 이하 장애인고용법)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법률 제1만8334호, 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다. 장애인고용법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두고 있고, 민간 기업에도 같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국가 및 지자체의 장애인 고용 의무는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2024년 이후에는 전체 정원의 1000분의 38(3.8%) 이상을 고용해야 한다.(제27조) 민간 기업의 경우 상시 5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근로자 총수의 100분의 5(5%) 범위에서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신체적, 정신적, 기능적 손상을 이유로 장애인들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포괄적 규정(제2조, 제6조)과 함께 차별행위의 종류(제4조)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면서 장애인 차별을 막아야 하는 국가 및 지자체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제8조) 또한 장애인은 근로를 제공함에 있어 정당한 편의와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지니고(제11조, 제20조), 장애여성은 근로 제공에 있어서는 물론, 임신과 출산, 육아에 있어 보다 두터운 권리 보호를 받도록 별도 규정을 마련해 놓았다.(제33조) 아울러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들이 노동권을 부당하게 침해받았을 경우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과 절차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제4장 장애인차별시정기구 및 권리구제 등) 그러나 장애인 노동자 중 상당수가 특수한 업무를 이유로 최저임금제 적용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장애인 시민단체들은 개선을 요구하고 있고 국회에서도 논의가 진행 중이다.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산하 한국가톨릭장애인사도직협의회 정중규(베네딕토) 연구위원장은 “장애인들이 일할 권리는 시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법적, 제도적 권리로서 존중돼야 한다”며 “장애인들이 주로 육체노동에만 종사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모든 영역에서 장애인들의 역량 발휘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교회의 사회주교위, 세월호 참사 10주기 담화 발표

주교회의 사회주교위원회(위원장 문창우 비오 주교)는 4월 16일 광주대교구 산정동 준대성전에서 봉헌된 세월호 참사 10주기 미사 중 ‘그 가운데 하나도 하느님께서 잊지 않으신다’(루카 12,6 참조)를 제목으로 세월호 참사 10주기 담화를 발표하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은 그 근본 쇄신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끝낼 수도 없고 끝내서도 안 된다”며 “우리는 정부의 재발 방지 대책 수립으로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염원한다”고 밝혔다. 문창우 주교와 사회주교위원회 위원 정순택(베드로) 대주교, 조규만(바실리오) 주교,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 유경촌(티모테오) 주교,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 공동 명의의 담화에서 사회주교위원회는 “무엇보다 먼저 세월호와 함께 차가운 바닷속에 스러져 간 삼백 네 분의 고귀한 영혼들을 기억하며 이제 따뜻한 하느님의 품에서 영원한 평화를 누리기를 기원한다”며 “아울러 사랑하는 이를 가슴에 품고 피눈물로 십 년을 백 년같이 지냈을 유가족들과 생존자들에게 하느님의 위로와 평화가 가득 내리기를 빈다”고 전했다. 이어 사회주교위원회는 "참사 당시 다시는 유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에 뼈아픈 자성과 환골탈태를 요구했음에도 최근까지 그와 비슷한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을 보면 세월호 참사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며 “이에 우리는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고 국정을 운영하여 주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회주교위원회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이해 교우 여러분에게 ‘사회적 약자를 향한 열린 마음과 연대’를 호소한다”며 “우리가 세월호 참사로 소중한 목숨을 잃은 희생자 유가족들의 깊은 슬픔과 고통을 헤아리며 그들의 손을 잡아 준다면, 그들은 위로받고 용기를 얻으며 세상은 더욱 따뜻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모든 형제들」 186항을 인용해 “세월호 참사로 말미암아 ‘고통받는 사람 곁에 있어 주는 것’과 ‘그러한 고통의 원인이 된 사회적 조건들을 바꾸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의 숭고한 소명”이라며 “세월호 참사 이후를 사는 우리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다짐하고 부활하신 주님의 찬란한 빛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감싸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사회주교위원회는 존엄하고 소중한 존재인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기억하는 의미로 이번 담화에 304명의 사망·실종자 명단을 모두 담고, 이날 미사 중 희생자들의 이름을 모두 불렀다.

살레시오회 한국 진출 70주년, 청소년 복음화 열정 계속된다

살레시오회(관구장 최원철 티모테오 신부)는 4월 13일 서울 신길동 살레시오회 관구관에서 한국 진출 70주년 기념 살레시오 가족 영성의 날 행사를 열었다. ‘꿈에서 꿈으로, 꿈을 사는 살레시오 가족’을 주제로 열린 행사는 온유와 사랑을 바탕으로 청소년 복음화를 꿈꾼 창설자 요한 보스코 성인의 정신을 따라 한국 살레시오 가족이 걸어온 그간 여정과 소명을 확인하고, 어떠한 내일을 함께 살아갈지 전망을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행사에는 살레시오회와 살레시오수녀회,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살레시오협력자회, 돈보스코여자재속회, 살레시오청년운동 등 살레시오 가족들이 저마다 부스를 마련해 사진 및 홍보물 전시로 사도직을 소개하고, 참가자들이 요한 보스코 성인처럼 꿈을 꾸게 하는 다양한 체험 활동을 펼쳤다. 살레시오수녀회 부스에서는 1958년 광주 사레지오여자중학교(현재 살레시오여자중학교) 개교, 1988년 공동생활가정 서울나자렛집 개소 등 한국 청소년들을 위해 힘써온 활동에 대한 퀴즈 맞히기 활동이 펼쳐졌다. 돈보스코여자재속회 부스는 다트판 위 기도 지향을 붙이고 맞히는 ‘화살기도를 쏘세요’ 이벤트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또 살레시오 가족들이 저마다 모여 함께 꿈을 설계하고 나누는 모임 시간도 열렸다. 수도자들은 어떻게 청소년들을 사랑과 교육으로 하느님께 이끌지 각자 소명 한마디를 적은 꽃과 나뭇잎 꼴 쪽지들로 ‘꿈의 나무’를 꾸미고 파견미사 때 봉헌했다. 살레시오협력자회는 신원 의식을 공고히 하는 개인·공동체 차원의 계획을 적고 앞으로 펼쳤으면 하는 캠페인 및 행사에 대해 서로 제안했다. 포럼에서는 요한 보스코 성인을 따라 청소년들의 동반자로서 희망을 그려온 살레시오 가족의 행보, 이제 가족 공동체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전달하는 강의들이 열렸다. 살레시오회 가족위원장 장동현(미카엘) 신부는 강연에서 “저출산, 고령화 등 우려되는 사회 현실에서도 희망과 가능성을 끊임없이 길어 내는 것이 꿈을 꾸는 첫 단계”라며 “요한 보스코 성인의 헌신하는 제자가 되는 부르심에서 누구도 제외되지 않았음을 잊지 말자”고 당부했다. 돈보스코청소년영성사목연구소 소장 윤만근(모세) 신부는 “살레시오회는 청소년 내면의 역량을 전 차원에서 계발하는 ‘돈보스코 예방교육’에 기초한 가톨릭교육 가치를 오랜 세월 전달해 왔다”며 “교육 패러다임 전환이 이 시대 청소년에 응답하고 그들을 복음화로 인내할 가톨릭교육 활동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돈보스코청소년영성사목연구소 이진옥(페트라) 선임연구원은 “평신도 협력자들도 같은 꿈을 꾸는 친구로서 앞으로 100년을 향해 독특한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원철 신부는 개회사를 통해 “한국 살레시오회의 70년 역사를 살펴보며 한국 청소년에 대한 주님의 구원 의지와 사랑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 가족으로서 도움의 손길을 뻗어 일치의 기쁨으로 향해 나아가자”고 역설했다.

종합

환경 지키는 ‘착한 소비’ 본당 카페에서 실천해요

인천 작전2동본당(주임 조용수 베드로 신부)이 마련한 초록가게와 로사(ROSA)카페는 신자들이 창조 질서 보전 활동에 보다 가깝게 느끼고 참여하도록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본당 생태환경분과는 모두의 생태적 회심을 촉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정신에 따라 지난해 12월 가게와 카페를 열었다. 본당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신자들이 공동의 노력으로 해결할 문제로 받아들이도록 이끌기 위해 3년 전 생태환경분과를 신설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쓰이지 않게 된 옛 카페를 지난해 말 친환경 물품 가게를 함께 운영하는 카페로 새롭게 단장했다. 신자들이 친교를 맺는 장소로 쓸 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에 대한 공동체적 관심도 넓히기 위해서다. 본당은 “나날이 뜨거워지는 지구를 위해 본당이 먼저 솔선수범하자”는 마음으로 가게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자그마한 생태적 움직임이더라도 신자들이 공동체를 이뤄 함께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을 다 같이 실천하고자 올해 지역 거버넌스기구가 모집하는 탄소중립 기후시민 공동체로 자발적으로 신청해 선정된 것도 그와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가게에는 신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친근하게 쓸 수 있는 친환경 물품들이 판매된다. 사탕수수 당밀로 만들어진 비닐과 천연 수세미는 생분해되기에 소각 시 탄소나 유해 물질을 적게 배출한다. 섬유유연제를 대신해 쓰이기도 하는 천연 양모는 건조기 작동 시 의류 먼지 제거와 다듬이질에 효과가 있다. 카페 안에 가게를 꾸며 친환경 소비에 대한 신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이더라도 미사에 참례하러 성당에 온 김에 차와 담소도 나누면서 가볍고 자연스럽게 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희영(루치아) 분과장은 “소소한 소비 노력만으로도 생태환경을 지킬 수 있다는 기쁨으로 한 번 구입했던 신자들이 계속 고정적으로 사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직 시작 단계라 어려움도 많다. 저작권과 저촉되지 않는 환경 관련 이미지를 찾기 힘들어 홍보 자료를 만들 때도 골머리를 앓는다. 그래도 천장 조명을 교체해 준 주임사제, “힘들지 않은지” 관심 가져 주는 본당 관계자들의 성원으로 힘을 얻고 있다. 김영일(베드로) 사목회장은 “가게와 카페가 신자들에게 더 널리 알려지도록 사목회에서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단합된 응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임 조용수 신부는 “신자들이 모여 친교를 나누는 동시에 생태적 소비에 함께 관심을 갖게 되는 초록가게와 로사카페는 창조 질서 보전을 어려운 것으로만 오해하는 일반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곧 지역 사회와 연계된 단계별 환경 교육도 펼쳐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평화 위한 기도’…주일학교 청소년들, 구호단체에 기부

서울 풍납동본당(주임 권흥식 바오로 신부) 청소년 주일학교가 사순시기 십자가의 길 기도 봉헌금과 사순 실천 저금통 모금액 등 250만 원을 구호단체에 기부했다. 본당은 4월 9일 유니세프를 통해 가자지구 어린이돕기에 125만 원을, 유엔난민기구를 통해 우크라이나 긴급구호에 125만 원을 전달했다. 청소년 주일학교는 사순 시기 이스라엘-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피해자들을 위한 십자가의 길’을 제작, 성당 로비에 전시했다. 이와 더불어 청소년들은 직접 사순 실천 저금통을 만들어 기도와 함께 모금에 나섰다. 본당 청소년 담당 박성준(프란치스코) 신부는 “미사와 교리 뿐 아니라 전쟁으로 힘겨운 지구촌의 또래 친구들을 살피고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도 그리스도인다운 일”이라며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고 피해자들이 다시 일상을 되찾아 밝게 웃으며 꿈을 키울 수 있기를 기도하며 정성껏 십자가의 길과 사순 실천 저금통을 함께 만들었다”고 밝혔다. 주일학교의 평범한 사진 전시회로 생각했던 본당 신자들도 “전쟁의 비참함을 사진으로 직접 보니 평화를 위해 더욱 기도해야 함을 느낀다”며 주일학교 학생들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봉헌하고 모금에 동참했다. 청소년 주일학교 최선아(미리암) 교감은 “교사들이 함께 오리고 붙이며 만들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많은 분이 십자가의 길 전시물 앞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숙연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주일학교 청소년들 또한 자신들이 직접 만든 사순 실천 저금통에 모은 값진 봉헌금이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전쟁으로 고통받는 지구 반대편 친구들에게 쓰여진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며 부활을 맞이했다.

[새 성당 봉헌 축하합니다] 부산교구 달맞이본당

부산 달맞이본당(주임 전재완 안드레아 신부)은 4월 28일 오전 11시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 117번나길 88 현지에서 교구장 손삼석(요셉) 주교 주례로 새 성당을 봉헌한다. 기존 성당을 증·개축한 새 성당은 연면적 2310㎡에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의 A·B동으로 구성됐다. 1055㎡ 규모의 A동은 교리실, 강당, 사무실, 집무실, 성물판매소 등을 갖췄으며 1255㎡ 규모의 B동에는 성전, 성가대, 사제관 및 주차장 등이 마련됐다. 달맞이본당은 지난 2006년 1월 10일 부산 해운대본당에서 분가해 설립됐다. 설립 당시 지역 특성상 경사가 심한 곳에 위치한데다 낡은 건물이었던 탓에 새 성당 건립은 신자들의 오랜 염원이기도 했다. 설립 약 15년 만인 2020년 11월 28일 새 성당 건축을 위한 첫 삽을 뜰 수 있었고 지난 3월 12일 새 성당이 준공됐다. 새 성당 건축을 추진하던 시기에 닥쳐온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모금 활동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달맞이본당이 새 성당을 건립한다는 소식이 각지에 전해지면서, 본당 신자들의 새 성당 건립 헌금 이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신자들의 성금 봉헌이 잇따랐다. 본당 신자들은 매일 새 성당 건립을 위한 묵주기도와 주모경을 바치고 가정에서 9일 기도를 이어 나갔다. 성당이 신축되는 동안 인근 연수원을 임대해 임시로 미사를 봉헌하는 불편함을 겪기도 했지만 신자들은 기꺼이 감수하며 새 성당 봉헌을 위해 힘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