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3월 28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정책 질의서’(이하 질의서)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녹색정의당의 답변을 발표했다. 노동, 민족화해, 사회복지, 생명윤리, 생태환경, 여성, 정의평화, 청소년 등 8개 분야 43개 객관식 5지 선다 문항에 대한 정당 답변에 따르면, 사형제도 폐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 탈핵 관련 현안,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등에 대해 각 정당의 정책적인 의견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형제도 폐지’ 동의 여부를 묻는 질의에 녹색정의당은 ‘매우 동의’, 더불어민주당은 ‘동의’라고 답한 반면 국민의힘은 ‘사형제도 존폐 관련 사회의 성숙한 합의가 필요함’이라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탈핵을 위한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 반대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이 ‘매우 동의’한다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매우 동의 안 함’이라고 답했다. 국내 어민과 국민 먹거리 안전을 위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은 ‘매우 동의’한다고 답했지만 국민의 힘은 ‘이미 방류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방류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음’이라고 답했다. 이어 ‘국제적 기준에 맞춰 안전하게 배출하는지 모니터링하고 주요해역과 수산물 방사능 안전 검사와 검증 강화가 필요함’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란봉투법, 즉 ‘사용자 범위 확대 및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가압류 제한 등에 관한 노조법 제2,3조’ 개정 재입법 추진에 대해서도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은 ‘매우 동의’했지만, 국민의 힘은 ‘동의 안 함’이라고 답변했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에 대해서도 녹색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매우 동의’ ‘동의’ 등으로 답했지만 국민의 힘은 ‘동의 안 함’이라고 답해 현안에 대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주교회의는 신자들이 복음의 가치에 따라서 올바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 위해 여러 사회 현안에 대한 각 정당의 정책과 견해를 묻는 질의서를 지난 2월 29일과 3월 6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개혁신당, 녹색정의당 등 4개 정당에 발송했다.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국민의힘(제출 순)은 마감 시한인 3월 27일까지 답변을 보내온 반면 개혁신당은 제출하지 않았다. 5지 선다형 질의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은 객관식으로 답변했고(‘핵무기 금지 조약’에 대해 녹색정의당은 서술형으로 답변), 국민의힘은 21개 문항에 대해 서술형으로 답했다. 주교회의 사무처는 각 정당에서 받은 결과를 각 교구에 보내 교구장 재량에 따라, 지역구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들의 정책 검증에 활용할 예정이다. 각 정당의 답변서는 주교회의 홈페이지(https://cbck.or.kr)에서도 내려 받을 수 있다. 가톨릭교회는 평신도들이 ‘정치’ 참여를 결코 거절하지 말아야 하며 경제, 사회, 입법, 행정, 문화 등 수없이 많은 여러 분야에서 조직적이고 제도적으로 공동선을 증진시켜야 한다고 가르쳐왔다(『평신도 그리스도인』42항 참조). 주교회의는 가톨릭 신자 유권자들이, 국민을 대표해 법안을 입법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책임을 지닌 국회의원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교회 가르침에 비춰 판단하고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정책 질의서에 대한 답변서를 발표했다.

인천 모래내본당 최고령 신자 이종옥(도미니카·97) 할머니는 올해도 주님 부활 대축일을 앞두고 손뜨개질을 하느라 바쁘다. 할머니는 지난해부터 부활·성탄마다 손뜨개질로 만든 수세미를 500개씩 떠서 본당 전 신자에게 선물하고 있다. 망백(望百)을 앞둔 몸으로 1년 내내 수세미 1000개를 뜨는 강행군이지만 이 할머니는 오히려 “나누는 기쁨이 더 커서 오히려 뜨면 뜰수록 힘이 차오른다”며 웃었다. 소소한 선물이지만 바늘코마다 순수한 선의만이 깃들었다. 특별한 이유보다는 알 수 없는 이끌림에서 시작된 이 할머니의 나눔이기 때문이다. 46세 무렵, 누군가에게 권유를 받지 않았는데도 문득 “성당에 가야겠다”며 신앙을 갖게 됐듯 “인간의 뜻보다 하느님의 부르심에서 이유를 찾는다”는 그의 고백대로다. 소학교(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좋아해서 시작한 뜨개질은 이 할머니가 사랑을 표현하는 가장 오랜 방법이다. 젊어서도 조끼, 스웨터, 치마 등을 떠서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했다. “손의 움직임에 몰두하는 순간 잡념도 어느새 사라질뿐더러, 선물을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한 코 한 코 기도도 같이 해줄 수 있다”는 할머니만의 기쁨도 있다. 알고 지내는 신자들에게만 장갑, 목도리 등 큰 선물을 할 수 있지만 수세미를 뜨기로 했다. “작은 선물이더라도 최대한 많은 신자와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미사에 참례하는 교우가 450명이라 500개씩 뜨고 있어요. 오랜만에 성당에 나온 교우나 이웃 본당 교우들과도 나누고 싶어서 50개씩 더 뜨고 있답니다. 특히 주님 부활 대축일과 주님 성탄 대축일에 수세미를 나누는 것도 많은 교우가 성당에 오는 날이기 때문이에요.” 수세미를 받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볼 때 이 할머니는 “날아갈 것처럼 기쁘다”고 표현했다. 특히 “할머니 팔 아프신데 그만 떠 주시고 쉬셔요”라며 이 할머니의 수고에 공감해 주는 사람들을 만날 때는 “내 마음을 알아주니 오히려 힘이 안 든다”고 미소 지었다. 옷 뜨개질보다는 손이 덜 가도 수세미를 뜨는 일이 수월하지만은 않다. 이 할머니는 “기분 좋은 날에는 하루 20개씩을 뜰 때도 있지만 컨디션이 나쁘면 하루 한 개도 뜨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척추와 고관절에 병이 있어 하반신도 잘 쓸 수 없는데 다리는 만지기만 해도 아프다. 앉아서 뜨개질에 집중하다가 침대에 눕기를 되풀이하는 투혼은 필수다. 하지만 이 할머니는 부활과 성탄의 신비를 묵상하며 열두 달 내내 뜨개질을 한다. “되살아남으로써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시고, ‘나누어 지시기' 위해 세상에 오신 예수님처럼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힘의 원천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나눔은 뜨개질뿐이지만 그로써 사람들에게 작은 기쁨이 되고 싶다”는 이 할머니. 그는 “보잘것없어도 부엌 한편에 늘 있는 수세미처럼 사람들이 기억하고 기도해 줬으면 한다”는 유일한 작은 바람과 함께 “힘닿는 데까지 매년 선물을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작은 선물에도 고마워해 주시니 제가 오히려 더 고맙고 힘이 납니다. 나중에 주님 부활 대축일, 주님 성탄 대축일에 ‘수세미 할머니 생각난다’며 위령기도나 한번 해주셔요~!” 이종옥 할머니는 “작은 사랑을 많은 사람과 나누는 기쁨으로 오늘 하루도 수세미를 뜨고 있다”면서 “작은 바람이 있다면 사람들이 기억하고 기도해 줬으면 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가톨릭신문은 독자들의 선교 후원을 통해 매주 아시아와 미주, 아프리카와 서아시아 등 전 세계 40여개국 한인본당과 공동체, 선교사제들에게 가톨릭신문을 발송하고 있다. 창간 97주년을 맞아 25년째 가톨릭신문을 받아보고 있는 노르웨이 오슬로 공동체를 소개하고, 독자들의 후원을 통해 전해지는 가톨릭신문이 해외공동체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조명해본다. ■ “그 먼 노르웨이에 정말 가톨릭신문이 가나요?” “오늘은 가톨릭신문에 대모 아버님 기사가 실려 다시 한번 읽어 보았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거리의 남부 해안가 도시 산데피요르드(Sandefjord)에 사는 지승룡(크리스티노·66)씨가 한국의 딸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열흘 전 외손녀 대모의 아버지가 소개됐다는 소식에 인터넷으로 기사를 보긴 했지만 2주 만에 바다를 건너 도착한 신문을 직접 펼쳐 읽는 느낌은 또 남다르다. 지씨는 신문을 펼쳐 넣고 스마트폰으로 찍어 메시지와 함께 딸에게 보냈다. 한국과는 9시간의 시차가 나는 북유럽 노르웨이. 한국에서는 유럽 거점 공항을 한두 차례 경유해 17시간 이상 날아야 닿을 수 있다. “그 낯설고 먼 노르웨이에 정말 가톨릭신문이 가나요?”라는 질문이 당연히 나올법하지만, 그렇다. 가톨릭신문은 25년째 노르웨이, 정확히 독일 함부르크 한인본당 소속 노르웨이 오슬로 공동체에 매주 신문을 발송하고 있다. ■ 1년에 세 차례 모임 갖고 미사 봉헌, 모아둔 가톨릭신문 나눔 노르웨이는 한반도의 1.3배 크기지만 가톨릭 성당은 단 37곳뿐이다. 지씨에 따르면 “집 가까이에 성당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은총”이다. 가톨릭신자는 전체 인구의 3% 내외인 20여만 명 정도. 가톨릭교회가 소수 종교나 다름없는 노르웨이에 한인 공동체가 만들어진 것은 1980년대 초반이다. 노르웨이 이민자와 유학 온 신자들을 중심으로 모임이 시작됐고 당시에는 벨기에 유학 한국인 신부를 초대해 미사를 봉헌했다. 독일 함부르크 한인본당 소속 공동체로 거듭난 것은 1996년이다. 함부르크 한인본당 주임신부는 부활과 성탄을 앞둔 사순과 대림 시기 등 1년에 세 번 오슬로를 찾아 공동체 신자들에게 판공성사를 주고 미사를 봉헌한다. 현재 공동체 신자는 22명이다. 국토가 남북으로 길고 겨울에는 날씨도 좋지 않을뿐더러 교통편도 원활치 않아 공동체 모임에 함께 하고 싶어도 참석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작은 공동체에는 성당도, 모임 공간도 없다. 이런 이유로 가톨릭신문은 2004년 노르웨이에 이민 와 20년째 거주하며 공동체를 이끄는 지씨가 받고 있다. 그는 매주 혹은 격주로 해외우편을 통해 도착한 신문을 빠짐없이 모아뒀다가 공동체 모임에서 나눈다. ■ 한글 빼곡한 가톨릭신문, 스마트폰 앱·유튜브와는 또 다른 설렘 “몇 개월 묵은 신문이지만 펼치면 고향, 한국의 향기가 배어 있는 것 같아요. 기사뿐 아니라 지면 곳곳 광고도 살펴보며 한국교회가 어떻게 발전해 가고 변화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어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를 접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매일미사는 스마트폰 앱으로, 다양한 신앙 관련 정보와 신부·수녀들의 강의는 유튜브에 넘쳐나지만 1~2주에 한 번 그것도 발행일보다 2주나 늦게 도착하는 가톨릭신문은 이처럼 또 다른 설렘으로 다가온다. 7~8년 전에야 한국 라면이 들어왔을 정도인 노르웨이에서 한글이 빼곡한 가톨릭신문은 타향살이에 외로운 공동체 신자들에게 그만큼 소중하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매일미사」와 몇몇 교계 잡지가 가톨릭신문과 함께 지씨의 집 우체통을 채웠지만 팬데믹 때 모든 우편물이 끊겼다. 팬데믹 이후에도 공동체에 전해지는 한국교회 우편물은 가톨릭신문이 유일하다. ■ “공동체 마음 모아 주님의 은총이 후원자분들 곁에 머물길 희망합니다.” 지씨는 “가톨릭신문 취재에 응하면서 ‘아~ 우리가 이렇게 당연한 듯 신문을 받아보고 있었지만 한 부 한 부가 한국 후원자들의 정성으로 보내지고 있음을 알게 됐다”며 “올해 여름에 있을 모임에서는 공동체의 마음을 모아 신문이 꼭 필요한 곳에 전하는 방안을 논의하려 한다”고 했다. “한국 사람 한 명 없는 곳에서 생활하다가 우연히 한국말이 들려오면 느끼는 격한 감정처럼 가톨릭신문과의 첫 만남도 그랬습니다. 이 감정을 오랫동안 간직하게 해준 분들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인사로 가늠하기 충분치 않지만, 주님 은총이 항상 후원자분 곁에 머무르길 공동체 모두 한마음로 기도로써 희망합니다.” ◆ 전 세계 40개 나라에 가톨릭신문을 전합니다 가톨릭신문은 전 세계 40개국에 해외 선교용으로 매주 발송되고 있다. 가까운 중국과 일본 외에도 이슬람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네시아, 불교국가인 스리랑카, 아프리카 케냐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아메리카 칠레와 볼리비아 등의 한인본당과 공동체, 선교를 위해 파견된 사제들도 가톨릭신문을 매주 혹은 격주로 받아보고 있다. 해외 선교용 가톨릭신문은 ‘선교용 신문 보내기’ 후원 중 해외선교를 택한 구독자들의 정성을 모아 보내진다. 노르웨이 오슬로 한인공동체와 같은 해외 본당과 공동체에 가톨릭신문을 보내주실 분들은 구독신청 시 ‘선교용 신문 보내기 후원’를 선택하고 발송처를 ‘해외 선교지’로 택하면 된다. 가톨릭신문은 독자들의 값진 후원에 발맞춰 국내 대비 3~4배 가량 차이가 나는 배송료를 부담하며 해외 발송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선교용 우편물은 매주 화요일 오후 가톨릭신문 총무국 직원들이 직접 정성껏 포장해 보내고 있다. “복음이 필요한 곳에 가톨릭신문을 보내주세요. 여러분의 소중한 구독료는 가톨릭신문의 선교사업에 큰 힘이 됩니다.”

주요뉴스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세월호참사 10주기 성찰 좌담회’

인천교구 정의평회워원회(위원장 김지훈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이하 위원회)는 3월 20일 인천 십정동 교구 노동자센터에서 ‘세월호참사 10주기 성찰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는 한국사회가 참사 이후 10년간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기억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촉구를 넘어 어떠한 연대의 이정표로 자리매김했는지 성찰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좌담회는 ‘참사로 아직도 고통받는 모든 이를 위한 교회와 시민사회의 기억, 연대’를 다짐하는 기도로 시작해 4·16재단 박래군 상임이사, 나승구 신부(프란치스코 하비에르·서울 금호1가동본당 주임)의 발제로 이어졌다. 나 신부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추모미사와 시국기도회 봉헌,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단식에 동참하는 등 연대해 왔다. 박 상임이사는 ‘세월호참사로 바라본 사회적 참사에 대응하는 우리의 모습’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한국사회의 참사 대응 공식이 변화했다”고 역설했다. 진상규명 없이 형식적 수사, 피해자들에 대한 회유와 갈라치기만 있던 참사 이전과 달리 피해자들이 스스로 운동의 주체가 되고, 시민들이 서로 노란 리본을 나누며 진상규명·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법 입법을 추진하는 등 연대가 꽃피었다는 것이다. 또 “피해자들이 초기부터 ‘피해자의 권리’를 말하고, 다른 참사 피해자들과 연결망을 형성해 공동 활동을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시민 연대로 참사로부터 1년 반 뒤 발표된 4 ·16 인권선언은 추후 ‘피해자 권리 매뉴얼’,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1월에는 세월호뿐 아닌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대구 지하철 화재(2003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2011년) 등 피해자들이 모인 ‘재난참사피해자연대’가 구성돼 생명 존중, 안전사회를 한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나 신부는 참사가 던진 공감의 의미와 동반자로서의 교회의 역할을 살폈다. 나 신부는 “참사 이후 피해자들은 개인의 아픔을 사회적 주제로 내어놓았고, 그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 시민들이 말단 책임자 처벌로 무마하려는 정치공동체에 각성해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외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의 역할은 피해자들 고통의 자리에 함께 머무는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기억공간이 생겼을 때, 그 현장에서 피켓을 들거나 시민들에게 리본을 나눠주고, 기도하거나 옆에서 책을 읽는 등 함께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찾는 것이다. 끝으로 나 신부는 “‘충분히 보상받은 유가족들이 아직도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가해가 지금도 이어지지만, 교회가 변함없이 피해자들 곁을 지키다 보면 함께 나아갈 길이 열릴 것”이라고 희망했다. 김지훈 신부는 인사말을 통해 “참사가 일어난 그해 추모의 노란 리본을 달고 방한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말씀하셨다”며 “이 세상 마지막 날까지 아픔을 간직해야 하는 피해자들과 시민사회, 교회의 연대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대구대교구, 금호강에서 물의 날 행사

대구대교구 신자들이 금호강변을 걸으며 생태 감수성을 키우고, 희귀 야생동식물의 서식처인 대구 팔현습지에서 피조물과의 친교에 나섰다. 대구대교구 생태환경 및 농어민사목부(부장 임성호 베네딕토 신부)는 3월 23일 오후 ‘금호강아 반가워’를 주제로 물의 날(3월 22일)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에 참가한 대구·경북 각 본당 생태환경위원회 위원들과 본당 주일학교 어린이들, 수도자들은 대구 동촌성당에서 팔현습지까지 이어진 2.4㎞ 금호강 제방뚝길을 걸으며 ‘줍깅토킹’을 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팔현습지 옆 강촌햇살교에서 금호강 정화를 위해 친환경미생물과 황토를 버무린 흙공을 던졌다. 종착지인 팔현습지는 달성습지, 안심습지와 함께 대구 3대 습지 중 하나다. 원시 자연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멸종위기종 최후의 보루인 ‘숨은 서식처’(Cryptic Habitat)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팔현습지에서 참가자들은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프란치스코) 사무처장의 안내로 금호강 서식 동식물을 살펴보고 하식애(河蝕崖) 절벽 한쪽 모서리에서 알을 품고 있는 멸종위기종 수리부엉이 모습을 망원경으로 관찰했다. 담수생태연구소 채병수 박사는 ‘금호강 물고기’를 주제로 현재 이곳에 서식 중인 물고기들을 직접 보여주며 강의에 나섰다. 임성호 신부는 “지난해 낙동강에 이어 올해는 금호강에서 피조물들과 친교를 맺는 시간”이라며 “줍깅토킹을 하며 생태 감수성을 키우고 이웃과 선교 및 친교를 도모할 수 있으며, 결국에는 하느님을 찬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웃 돕는 청년들, “힘들어도 사랑 실천 뿌듯해요”

“매년 인원이 줄면서 활동이 어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통받는 이웃에게 따뜻함을 안겨줄 수 있다면 못 할 게 없다고 생각해요.” 유입 청년 부족, 결혼·출산 등으로 인한 인원 유출…. 여느 청년 단체가 그렇듯 서울 수유동본당 청년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회장 윤강식 베드로·지도 신웅 바오로 신부, 이하 청년빈첸시오)도 코로나19 이후 운영난을 겪고 있다. 8명뿐인 활동 회원은 그럼에도 지난해 11월 25일, 추위에 떠는 상계동 달동네 이웃을 위해 직접 구매한 연탄 1000장을 다른 단체 청년들의 동참으로 집집마다 배달했다. 본당 청년빈첸시오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청년들만이 할 수 있는 헌신을 펼치고자 20여 년 전 결성됐다. 연탄 봉사 외에도 거동이 불편한 신자들을 위한 교중미사 전후 차량 지원, 자모회와 함께 김치를 담가 독거 신자들에게 배달하는 김장 봉사 등 많은 활동을 펼쳐왔다. 코로나19 이후 인원이 10명 아래로 줄어 다른 활동은 중단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연탄 봉사만큼은 놓지 않고 있다. 한 장 3.5㎏ 남짓한 무거운 연탄을 한 사람당 수십 개씩 운반하는 헌신은 한창 생기 넘치는 청년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봉사기 때문이다. “옮길 때는 조금 힘들지만, 다 같이 ‘으쌰으쌰’ 웃으면서 힘을 내는 청년만의 활력이 있답니다.” 연탄을 살 기금도 땀 흘려 마련했다. 지난해 봄에는 본당 신자들에게 물품 기부를 받아 성당 마당 한편에서 바자회를 펼쳤다. 저녁 미사 후 열었던 일일 주점은 서빙과 주문, 계산, 음식 만들기, 주방 및 홀 세팅 등 8명 인원으로는 감당하기 빠듯한 큰 노력이 들었다. 여느 청년들처럼 회원들도 직장, 학업 등 사정으로 여유가 없고 몸도 마음도 지칠 때가 많지만, 위로가 필요한 이를 외면하지 않는 그리스도를 따르고 있다. 겨울이면 당연한 듯 보일러를 켜는 시대, 말 못 할 사정으로 추위에 무방비하게 놓인 이들을 직접 목격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았다”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회원들이 베푼 위로는 다시 회원들에게 돌아와 삶의 원동력이 된다. 이루나(엘리사벳·22) 회원은 “각자 살아가기 바쁜 현실이지만, 사회는 아직 따뜻한 사람이 많다는 것, 나도 누군가와 웃음과 고마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생각하게 되며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긍정적이 된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윤강식 회장은 “우리가 베푼다고 생각했던 사랑이 오히려 우리를 위로하고 있음을 체험하기에 연탄 봉사 외 다양한 활동을 다시 펼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힘든 시기를 겪어야 하는 청년 누구나 청년빈첸시오 활동에 동참하며 조금이나마 주님 안에서 위로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 2024 청년빈첸시오 카카오톡 오픈채팅 링크(https://open.kakao.com/o/sYCVBf3f)

종합

수원교구 이천본당, 80주년 맞이 ‘리-스타트’ 사업 마무리

수원교구 이천본당(주임 이상돈 에두아르도 신부)이 본당 80년의 역사를 담아 성당과 본당 공동체를 새롭게 시작하는 ‘우리 본당 새롭게, 리-스타트(Re-start)’ 사업(이하 리스타트 사업)을 마무리하고, 본당설립 100주년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본당은 리스타트 사업을 마무리하며 3월 24일 수원교구 교구장 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 주례로, 본당 80주년 역사관인 ‘히스토리관’과 피에타 광장 축복식을 거행했다. 리스타트 사업은 낡은 성당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본당의 지난 역사를 두루 재조명하고, 본당의 뿌리와 역사를 디딤돌 삼아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2020년부터 진행해온 사업이다. 본당은 1959년 건축된 옛 성당 건물부터 1993년 완공한 현 성당, 본당 부설 유치원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성당 부지에 여러 건물을 신축 및 증개축해 사용해왔으나 노후화와 안전 문제로 불편을 겪어왔다. 이에 본당은 교구 관리국과 건설본부의 승인을 얻어 안전상 문제가 있는 옛 성당과 종탑을 비롯한 건물들을 철거하고, 전면적인 개보수를 진행했다. 리스타트 사업으로 성당은 ‘오병이어의 기적’을 주제로 본당 신자뿐 아니라 지역 사회에 활짝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옛 건물을 철거한 공간에는 80그루의 나무를 심은 80주년 기념 정원, 새로운 종탑과 시계탑, 피에타 광장, 오병이어 기적의 문을 설치했고, 성당 담장을 낮췄다. 성당도 지하 라우렌시오홀, 1층 홀, 대성당에 이르는 내부에서부터 지붕에 이르기까지 개보수를 마쳤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본당이 옛 건물을 철거만 한 것이 아니라, 옛 성당에서 사용하던 십자가, 조형물, 고해소 문 등을 재사용해 새 공간을 꾸몄다는 점이다. 또한 1층에는 한국교회사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성당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실 ‘히스토리관’을 설치해 본당의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외적인 공사만이 아니다. 본당은 지역 복음화의 산실로 거듭나기 위해 프라하의 아기예수상 전 가정 순례기도, 전 신자 성경 통독, 묵주기도 100만 단 봉헌 등을 펼쳐왔고, 올해에는 신앙생활 33실천 운동을 통해 다양한 내적 쇄신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상징하기 위해 ‘이천 쌀의 성모상’을 만들어 성당 1층에 디자인화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상돈 신부는 “지금까지 외적 변화였다면 2024년은 내적 방향으로 기적을 만들어 가려 한다”며 “100년 기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영적 성장과 성숙을 해 나갈 것이며 지역 복음화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교구, 젊은이와 함께하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미사 봉헌

인천교구 청소년사목국(국장 최인비 유스티노 신부)은 3월 24일 교구청 성모순례지에서 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 주례로 ‘젊은이와 함께하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는 교구 청소년과 청년들이 본당 청소년·청년 미사에서는 함께하기 어려운 성지 주일 미사 전례를 체험하며 성주간의 의미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이날 미사에 참례한 청소년과 청년들은 성지가지를 들고 교구청 본관 앞에 모여 정 주교에게 성수로 가지를 축복받았다. 이어 가지를 들고 ‘호산나’를 부르며 성모순례지까지 5분가량 행렬을 펼침으로써 예루살렘에 입성하셨던 예수님을 기념했다. 정 주교는 강론을 통해 “성주간을 통해 예수님과 함께 수난의 길을 걷고 그분과 함께 죽고 부활하는 한 주간을 보내게 된다”며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십자가를 기꺼이 짊어질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주교님이 함께하는 전례에 참례하고 싶어 오게 됐다”는 이정환(스테파노·27·인천 간석2동본당)씨는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죽음을 깊이 묵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마음으로 이날 젊은이들이 모인 것만으로 큰 영적 힘을 얻었다”며 “미사 전례를 통해 우리와 함께해 주신 주교님과 신부님들에게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모퉁이 미사’ 시작

“‘오늘은 또 어떤 모습의 예수님이 오실까’하고 기대하는 사도직을 살고 있답니다. 늘 들려주고 싶었던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미사가 열린다는 건 참 기쁜 일이에요.”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소장 박상훈 알렉산데르 신부, 이하 센터)가 3월 21일 서울 노고산동 센터에서 봉헌한 첫 번째 ‘모퉁이 미사’. 이날 첫 초대 손님으로 함께한 조진선 수녀(예수의 소피아·성가 소비녀회)는 가난한 이들의 동반자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무료밥집 나눔을 하는 성가복지병원 ‘쉼터; Gaia’(이하 쉼터) 책임자인 조 수녀는 “때로는 공존하기 힘든 사람의 껍데기를 쓰고 오시는 예수님을 맞느라 힘들기도 하지만, 그를 넘어선 인간애를 체험하고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모퉁이 미사는 이렇듯 사회적 약자들, 또 그들과 동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로 기획됐다. 모퉁이 돌처럼 조그마한 만남이지만 소외된 이들, 그들과 현장에서 함께하는 이들의 그간 말할 길 없던 이야기를 통해 시대의 아픔, 가난한 이와 함께하는 삶의 기쁨을 나누는 미사다. 미사는 강론 없이 초대 손님의 이야기만을 온전히 경청한다. 미사에 초대되더라도 사제들 강론에 집중돼 발언권이 적었던 사회적 약자들과 동반자들이 더 밀접한 이야기를 들려줄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조 수녀는 “분열된 이 세상, 다양한 존재가 공존할 수 있길 꿈꾸며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도직 실천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나누고 싶었던 소명은 “배고픈 이에게 그저 밥만 주는 차원을 넘어 조건 없는 환대로써 치유를 가져다주는 일”이었다. “배고픈 예수님이 이렇게 사랑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오실 줄은 몰랐어요.” ‘진상’ 이웃들이 봉사자들에게 못되게 굴거나, 음식을 몰래 가져갈 때는 티격태격하기도 한다. 그래도 조 수녀는 “자본주의 그늘에 놓인 상처받은 영혼을 본다”고 말했다. 가난 때문에 흐려진 판단력, 돈 몇 푼 때문에 떠밀려 나가는 혐오성 시위…. “분열시키는 사탄의 전술에 희생된 이들을 사랑으로 섬길 뿐”이라고 조 수녀는 나눴다. “삐졌다가도 화해하고, 곧 사랑으로 답하는 그들의 예수님 닮은 진짜 심성”을 본 것이다. “어느 틈에 ‘내가 이분들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마음에 눈떴어요. 머리로 생각하던 사랑과 다른, 그 어떤 조건도 갈라놓을 수 없는 인간애였죠. 그 체험을 꼭 나누고 싶었어요.” 미사를 주례한 박상훈 신부는 “그간 조명되지 않던 더 다양한 이웃들, 또 그 동반자들이 미사에 모여 말 못 할 힘든 처지, 희망을 찾는 여정을 깊이 있게 나누며 연대의 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