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의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3월 28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정책 질의서’(이하 질의서)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녹색정의당의 답변을 발표했다. 노동, 민족화해, 사회복지, 생명윤리, 생태환경, 여성, 정의평화, 청소년 등 8개 분야 43개 객관식 5지 선다 문항에 대한 정당 답변에 따르면, 사형제도 폐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 탈핵 관련 현안,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등에 대해 각 정당의 정책적인 의견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형제도 폐지’ 동의 여부를 묻는 질의에 녹색정의당은 ‘매우 동의’, 더불어민주당은 ‘동의’라고 답한 반면 국민의힘은 ‘사형제도 존폐 관련 사회의 성숙한 합의가 필요함’이라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탈핵을 위한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 반대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이 ‘매우 동의’한다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매우 동의 안 함’이라고 답했다. 국내 어민과 국민 먹거리 안전을 위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은 ‘매우 동의’한다고 답했지만 국민의 힘은 ‘이미 방류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방류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음’이라고 답했다. 이어 ‘국제적 기준에 맞춰 안전하게 배출하는지 모니터링하고 주요해역과 수산물 방사능 안전 검사와 검증 강화가 필요함’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란봉투법, 즉 ‘사용자 범위 확대 및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가압류 제한 등에 관한 노조법 제2,3조’ 개정 재입법 추진에 대해서도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은 ‘매우 동의’했지만, 국민의 힘은 ‘동의 안 함’이라고 답변했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에 대해서도 녹색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매우 동의’ ‘동의’ 등으로 답했지만 국민의 힘은 ‘동의 안 함’이라고 답해 현안에 대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주교회의는 신자들이 복음의 가치에 따라서 올바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 위해 여러 사회 현안에 대한 각 정당의 정책과 견해를 묻는 질의서를 지난 2월 29일과 3월 6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개혁신당, 녹색정의당 등 4개 정당에 발송했다.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국민의힘(제출 순)은 마감 시한인 3월 27일까지 답변을 보내온 반면 개혁신당은 제출하지 않았다. 5지 선다형 질의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은 객관식으로 답변했고(‘핵무기 금지 조약’에 대해 녹색정의당은 서술형으로 답변), 국민의힘은 21개 문항에 대해 서술형으로 답했다. 주교회의 사무처는 각 정당에서 받은 결과를 각 교구에 보내 교구장 재량에 따라, 지역구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들의 정책 검증에 활용할 예정이다. 각 정당의 답변서는 주교회의 홈페이지(https://cbck.or.kr)에서도 내려 받을 수 있다. 가톨릭교회는 평신도들이 ‘정치’ 참여를 결코 거절하지 말아야 하며 경제, 사회, 입법, 행정, 문화 등 수없이 많은 여러 분야에서 조직적이고 제도적으로 공동선을 증진시켜야 한다고 가르쳐왔다(『평신도 그리스도인』42항 참조). 주교회의는 가톨릭 신자 유권자들이, 국민을 대표해 법안을 입법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책임을 지닌 국회의원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교회 가르침에 비춰 판단하고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정책 질의서에 대한 답변서를 발표했다.

전국 교구장 주교들은 20024년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아 일제히 메시지를 발표하고 “예수님의 부활 사건은 죽음과도 같은 현실이 끝이 아니라 하느님의 힘으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분단 현실과 세계 곳곳의 대립 분열이 이어지는 현실 안에서 부활의 희망과 신앙으로 하느님 나라를 이루어가자”고 당부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와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는 특별히 4월 10일 예정된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언급했다. 정 대주교는 “정치 지도자에 앞서 우리가 먼저 선거에서 민주국가의 국민으로서 권리를 잘 행사해 국민의 참 봉사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대주교는 “그리스도인은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모든 정략적, 선동적 목소리에 사랑과 용서와 화해의 목소리를 낼 뿐만 아니라, 지치지 않고 삶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는 “거룩한 파스카의 신비에 참여한 우리는 몸에 밴 죄와 악습, 이기주의를 내려놓고 새로운 삶으로 건너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고 전주교구장 김선태(요한 사도) 주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고통과 시련을 겪는 이웃에게 가까이 다가가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을 증언하자”고 호소했다. 주교들은 신앙인의 참된 풍요로움과 진정한 행복을 역설하고 가난한 삶에 대한 응시와 묵상 실천, 이웃과의 나눔을 요청했다. 춘천교구장 김주영(시몬) 주교는 “성체와 가난한 삶은 연결돼 있기에, 소비로부터 자유로울 때 예수님이 내 안에 들어올 수 있다”고 밝혔다. 대전교구장 김종수(아우구스티노) 주교는 “당장 우리의 관심과 도움 기도가 필요한 이웃에게 주님 말씀대로 선한 행동을 보이고, 이를 본 사람들이 하느님을 찬양하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부산교구장 손삼석(요셉) 주교는 교구 유튜브 채널을 통한 메시지 영상에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주님께서 축복과 은혜를 내리시어, 교구민들이 늘 행복하고 신앙인으로서 알찬 생활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청주교구장 김종강(시몬) 주교는 “예수님처럼 사랑 안에 살고 사랑으로 이뤄낸 인생은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이기에, 예수님을 따라 우리 자신의 파스카를 살아내자”고 밝혔다. 인천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는 ‘기억’을 역설하며 세월호 참사 10주기와 이태원 참사의 아픔을 상기시켰다. 이어서 “일상의 삶 안에서 함께 해주시는 하느님을 기억하는 것과 더불어 일상에서도 기억의 의미를 되새길 때 우리는 변화된 현재로 미래를 희망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탈종교 시대에 부활의 증인이 되어 고통받는 이들, 특히 어려움과 절망 속에 있는 이들에게 희망의 불을 지펴달라”고 요청했다. “부활하신 주님의 ‘샬롬’은 오늘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며, 이는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한 원주교구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는 “주님 부활은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모든 것의 시작이며 모든 것의 완성임을 선언한다”고 덧붙였다. 마산교구장 서리 신은근(바오로) 신부는 “고통, 억울함인 십자가를 알고 받아들이면 부활은 깨달음으로 다가온다”고 밝히고 “부활 시기에 다시 체험하며 만나야 할 사건”이라고 했다. 안동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구체적인 삶의 현장이 우리의 새로운 갈릴레아”라며 “모두가 마리아 막달레나와 주님 제자들이 고백한 부활 신앙을 우리 자신의 믿음으로 함께 고백하자”고 밝혔다. 제주교구장 문창우(비오) 는 “부활이 가르쳐주는 위대한 진리는 성령과 함께 부활의 힘으로 지금 여기서부터 새롭게 산다는 뜻”임을 역설하고 “한 개인만이 아니라 가정과 본당 공동체 전체가 이 부활의 삶에 참여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군종교구장 서상범(티토) 주교는 “나의 갈릴레아가 예수님의 갈릴레아와 가까이 있을 때 부활의 예수님을 만날 수 있고, 그분 기쁨과 사랑과 평화를 이웃과 나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충북재활원 보호작업장(원장 박미선 로사리아)이 운영하는 요셉베이커리. 3월 21일, 부활을 앞두고 쿠키와 빵을 굽는 손길이 바쁘다. 설거지와 반죽, 모양 만들기, 빵 굽기, 온도와 시간 체크, 포장까지 각각의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근로자는 모두 중증 지적장애인이다. 오븐 온도와 빵 굽는 시간을 체크하고 쿠키를 포장하는 단순한 일이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지적장애인들은 “내게 일을 맡겨줘서 좋다”고 말했다. 밀가루는 혼자서 맛을 낼 수 없지만, 다양한 재료와 정성스런 손길이 더해지면 맛있는 빵으로 재탄생한다. 이곳의 장애인들도 혼자서 할 수 없던 일들을 “할 수 있다”고 격려하며 함께해 준 사람들 덕분에 도전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다시 태어난 이들이 함께 일하는 곳. 요셉베이커리에는 매일 달콤한 부활의 향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 느리지만 오늘도 한 뼘 성장한 이들이 만든 빵 요셉베이커리에는 제빵기사 2명과 지적장애인 12명이 근무하고 있다. 빵 맛집으로 소문이 난 덕분에 전국에서 주문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하루 동안 완성되는 빵은 1000개에서 많게는 2000개 가량. 취재를 위해 찾은 3월 21일에도 부활을 앞두고 늘어난 주문량을 소화하느라 베이커리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소보로빵, 피자빵, 모카빵, 카스텔라 등 이곳에서 만드는 빵 종류만 20가지. 취재를 하는 1시간 동안 서너 가지 빵이 금세 테이블에 올라왔다. 제빵기사 2명이 소화하기 힘든 양이지만, 옆에서 성실하게 보조하는 지적장애인들 덕분에 요셉베이커리의 오븐은 27년째 온기를 잃지 않고 있다. 요셉베이커리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중증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다. 중증 지적 장애는 지능지수가 20~40인 경우로, 언어와 운동의 발달에 제한이 있다고 의학적으로 정의된다. 지적 장애 등급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한 기자가 본 요셉베이커리의 지적장애인들은 제 몫을 잘 해내고 있는 우수한 직원일 뿐이었다. 한창 바쁜 오전 시간, 오븐을 담당하는 직원은 빵이 잘 부풀었는지, 타지는 않았는지 뜨거운 오븐 앞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갓 베이커리에 들어와 훈련생인 직원의 업무는 오븐 온도와 빵이 들어가고 나오는 시간을 체크하는 일이었다. 단순할 것 같지만 한번에 대여섯 가지 빵을 만드는 동안 꼼꼼히 시간을 체크하는 일은 집중력이 필요해 보였다. 이를 알지 못한 기자가 짧은 질문을 던지자, 대답할 새 없이 시계와 시간표를 번갈아 보는 직원의 눈빛이 여간 날카로운게 아니다. 포장하는 일도 녹록지 않았다. 쿠키의 경우 깨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봉지에 쿠키를 넣는 게 쉬워 보여 시도했지만 얇은 쿠키는 손에서 금세 부서져 버렸다. “다섯 개를 한 번에 잡고 조심해서 넣어야 해요.” 이를 보다 못한 베테랑 직원이 조언을 건넨다. 요셉베이커리에서 재료 배합 등 섬세한 작업은 비장애인인 제빵기사가 담당한다. 지적장애인들의 업무는 반죽을 담고, 빵판을 닦고, 오븐에서 빵을 꺼내고, 포장하는 단순한 일들이다. 매일 같은 일을 하지만 능숙해질 때까지는 비장애인의 몇 배에 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날 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해 좌절하고, 오븐에 집중하지 못하고 빵을 태워 슬퍼한 시간들은 느리지만 그들을 성장하게 했다. 그 시간이 모여 요셉베이커리에서는 오늘도 맛있는 빵이 완성되고 있었다. ■ 부활을 향해 함께 가는 사람들 청주교구에서 운영하는 충북재활원(원장 김성우 이사악 신부)은 1954년 전쟁고아를 돌보는 보육원에서 시작해 1973년 지적장애인을 치료하고 교육하는 장소로 사업을 변경해 지금까지 장애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적장애인들이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되고자 1997년 충북재활원 옆에 세워진 보호작업장은 직업상담, 직업능력평가, 적응훈련, 취업알선, 생산품 판매 등 직업재활과 관련된 각종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요셉베이커리뿐 아니라 봉헌초와 전례초 만들기, 임가공 작업에 지적장애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보호작업장의 장애인들과 가장 가까이 소통하는 이들은 직업훈련교사다. 요셉베이커리를 담당하는 손창준 팀장은 업무가 수월하게 순환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직원들과 소통한다. 이날 손 팀장은 설거지가 끝난 직원에게 포장 업무를 지시했지만, 이야기를 듣고도 직원은 주방을 떠날 줄 모른다. 손 팀장은 당황하지 않고 다시 한번 업무를 지시한다. 복잡한 순서를 기억하거나 정확하게 소통하는 것이 어려운 지적장애인들에게 반복 훈련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손 팀장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반복해서 교육하면 언젠가는 해낸다는 것을 알기에 지적장애인들과 일할 때는 기다려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얼마 전 청주교구 가톨릭청소년센터 1층에 문을 연 요셉베이커리 카페 ‘유벤투스’에도 보호작업장 지적장애인들이 근무하고 있다. 지적장애인인 직원은 커피를 만들고 계산하고 서빙하는 일까지, 업무 전반을 능숙하게 수행했다. 간혹 작은 실수가 발생해도 함께 일하는 직업훈련교사는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이들이 홀로 일어설 수 있도록 이끌고 있었다.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며 커피를 좋아하게 됐다는 김민주(33)씨는 “커피숍 사장이 되고 싶다”는 꿈을 조심스레 전했다. 근사한 표현을 생각하지 못했지만 요셉베이커리가 ‘행복한 곳’, ‘소중한 곳’, ‘능력을 쌓아주는 곳’이라는 지적장애인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그들의 진심을 알기에 충분했다. 선입견 없이 지적장애인과 함께 걸어준 사람들 덕분에 요셉베이커리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이 가능해졌고, 이들의 동행은 부활이 우리 곁에 현실도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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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돕는 청년들, “힘들어도 사랑 실천 뿌듯해요”

“매년 인원이 줄면서 활동이 어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통받는 이웃에게 따뜻함을 안겨줄 수 있다면 못 할 게 없다고 생각해요.” 유입 청년 부족, 결혼·출산 등으로 인한 인원 유출…. 여느 청년 단체가 그렇듯 서울 수유동본당 청년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회장 윤강식 베드로·지도 신웅 바오로 신부, 이하 청년빈첸시오)도 코로나19 이후 운영난을 겪고 있다. 8명뿐인 활동 회원은 그럼에도 지난해 11월 25일, 추위에 떠는 상계동 달동네 이웃을 위해 직접 구매한 연탄 1000장을 다른 단체 청년들의 동참으로 집집마다 배달했다. 본당 청년빈첸시오는 소외된 이웃을 위해 청년들만이 할 수 있는 헌신을 펼치고자 20여 년 전 결성됐다. 연탄 봉사 외에도 거동이 불편한 신자들을 위한 교중미사 전후 차량 지원, 자모회와 함께 김치를 담가 독거 신자들에게 배달하는 김장 봉사 등 많은 활동을 펼쳐왔다. 코로나19 이후 인원이 10명 아래로 줄어 다른 활동은 중단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연탄 봉사만큼은 놓지 않고 있다. 한 장 3.5㎏ 남짓한 무거운 연탄을 한 사람당 수십 개씩 운반하는 헌신은 한창 생기 넘치는 청년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봉사기 때문이다. “옮길 때는 조금 힘들지만, 다 같이 ‘으쌰으쌰’ 웃으면서 힘을 내는 청년만의 활력이 있답니다.” 연탄을 살 기금도 땀 흘려 마련했다. 지난해 봄에는 본당 신자들에게 물품 기부를 받아 성당 마당 한편에서 바자회를 펼쳤다. 저녁 미사 후 열었던 일일 주점은 서빙과 주문, 계산, 음식 만들기, 주방 및 홀 세팅 등 8명 인원으로는 감당하기 빠듯한 큰 노력이 들었다. 여느 청년들처럼 회원들도 직장, 학업 등 사정으로 여유가 없고 몸도 마음도 지칠 때가 많지만, 위로가 필요한 이를 외면하지 않는 그리스도를 따르고 있다. 겨울이면 당연한 듯 보일러를 켜는 시대, 말 못 할 사정으로 추위에 무방비하게 놓인 이들을 직접 목격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았다”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회원들이 베푼 위로는 다시 회원들에게 돌아와 삶의 원동력이 된다. 이루나(엘리사벳·22) 회원은 “각자 살아가기 바쁜 현실이지만, 사회는 아직 따뜻한 사람이 많다는 것, 나도 누군가와 웃음과 고마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생각하게 되며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긍정적이 된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윤강식 회장은 “우리가 베푼다고 생각했던 사랑이 오히려 우리를 위로하고 있음을 체험하기에 연탄 봉사 외 다양한 활동을 다시 펼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힘든 시기를 겪어야 하는 청년 누구나 청년빈첸시오 활동에 동참하며 조금이나마 주님 안에서 위로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 2024 청년빈첸시오 카카오톡 오픈채팅 링크(https://open.kakao.com/o/sYCVBf3f)

종합

수원교구 이천본당, 80주년 맞이 ‘리-스타트’ 사업 마무리

수원교구 이천본당(주임 이상돈 에두아르도 신부)이 본당 80년의 역사를 담아 성당과 본당 공동체를 새롭게 시작하는 ‘우리 본당 새롭게, 리-스타트(Re-start)’ 사업(이하 리스타트 사업)을 마무리하고, 본당설립 100주년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본당은 리스타트 사업을 마무리하며 3월 24일 수원교구 교구장 대리 문희종(요한 세례자) 주교 주례로, 본당 80주년 역사관인 ‘히스토리관’과 피에타 광장 축복식을 거행했다. 리스타트 사업은 낡은 성당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본당의 지난 역사를 두루 재조명하고, 본당의 뿌리와 역사를 디딤돌 삼아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2020년부터 진행해온 사업이다. 본당은 1959년 건축된 옛 성당 건물부터 1993년 완공한 현 성당, 본당 부설 유치원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성당 부지에 여러 건물을 신축 및 증개축해 사용해왔으나 노후화와 안전 문제로 불편을 겪어왔다. 이에 본당은 교구 관리국과 건설본부의 승인을 얻어 안전상 문제가 있는 옛 성당과 종탑을 비롯한 건물들을 철거하고, 전면적인 개보수를 진행했다. 리스타트 사업으로 성당은 ‘오병이어의 기적’을 주제로 본당 신자뿐 아니라 지역 사회에 활짝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옛 건물을 철거한 공간에는 80그루의 나무를 심은 80주년 기념 정원, 새로운 종탑과 시계탑, 피에타 광장, 오병이어 기적의 문을 설치했고, 성당 담장을 낮췄다. 성당도 지하 라우렌시오홀, 1층 홀, 대성당에 이르는 내부에서부터 지붕에 이르기까지 개보수를 마쳤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본당이 옛 건물을 철거만 한 것이 아니라, 옛 성당에서 사용하던 십자가, 조형물, 고해소 문 등을 재사용해 새 공간을 꾸몄다는 점이다. 또한 1층에는 한국교회사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성당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실 ‘히스토리관’을 설치해 본당의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외적인 공사만이 아니다. 본당은 지역 복음화의 산실로 거듭나기 위해 프라하의 아기예수상 전 가정 순례기도, 전 신자 성경 통독, 묵주기도 100만 단 봉헌 등을 펼쳐왔고, 올해에는 신앙생활 33실천 운동을 통해 다양한 내적 쇄신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상징하기 위해 ‘이천 쌀의 성모상’을 만들어 성당 1층에 디자인화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상돈 신부는 “지금까지 외적 변화였다면 2024년은 내적 방향으로 기적을 만들어 가려 한다”며 “100년 기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영적 성장과 성숙을 해 나갈 것이며 지역 복음화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교구, 젊은이와 함께하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미사 봉헌

인천교구 청소년사목국(국장 최인비 유스티노 신부)은 3월 24일 교구청 성모순례지에서 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 주례로 ‘젊은이와 함께하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는 교구 청소년과 청년들이 본당 청소년·청년 미사에서는 함께하기 어려운 성지 주일 미사 전례를 체험하며 성주간의 의미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이날 미사에 참례한 청소년과 청년들은 성지가지를 들고 교구청 본관 앞에 모여 정 주교에게 성수로 가지를 축복받았다. 이어 가지를 들고 ‘호산나’를 부르며 성모순례지까지 5분가량 행렬을 펼침으로써 예루살렘에 입성하셨던 예수님을 기념했다. 정 주교는 강론을 통해 “성주간을 통해 예수님과 함께 수난의 길을 걷고 그분과 함께 죽고 부활하는 한 주간을 보내게 된다”며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십자가를 기꺼이 짊어질 수 있는 우리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주교님이 함께하는 전례에 참례하고 싶어 오게 됐다”는 이정환(스테파노·27·인천 간석2동본당)씨는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죽음을 깊이 묵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마음으로 이날 젊은이들이 모인 것만으로 큰 영적 힘을 얻었다”며 “미사 전례를 통해 우리와 함께해 주신 주교님과 신부님들에게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모퉁이 미사’ 시작

“‘오늘은 또 어떤 모습의 예수님이 오실까’하고 기대하는 사도직을 살고 있답니다. 늘 들려주고 싶었던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미사가 열린다는 건 참 기쁜 일이에요.”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소장 박상훈 알렉산데르 신부, 이하 센터)가 3월 21일 서울 노고산동 센터에서 봉헌한 첫 번째 ‘모퉁이 미사’. 이날 첫 초대 손님으로 함께한 조진선 수녀(예수의 소피아·성가 소비녀회)는 가난한 이들의 동반자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무료밥집 나눔을 하는 성가복지병원 ‘쉼터; Gaia’(이하 쉼터) 책임자인 조 수녀는 “때로는 공존하기 힘든 사람의 껍데기를 쓰고 오시는 예수님을 맞느라 힘들기도 하지만, 그를 넘어선 인간애를 체험하고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모퉁이 미사는 이렇듯 사회적 약자들, 또 그들과 동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로 기획됐다. 모퉁이 돌처럼 조그마한 만남이지만 소외된 이들, 그들과 현장에서 함께하는 이들의 그간 말할 길 없던 이야기를 통해 시대의 아픔, 가난한 이와 함께하는 삶의 기쁨을 나누는 미사다. 미사는 강론 없이 초대 손님의 이야기만을 온전히 경청한다. 미사에 초대되더라도 사제들 강론에 집중돼 발언권이 적었던 사회적 약자들과 동반자들이 더 밀접한 이야기를 들려줄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조 수녀는 “분열된 이 세상, 다양한 존재가 공존할 수 있길 꿈꾸며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도직 실천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나누고 싶었던 소명은 “배고픈 이에게 그저 밥만 주는 차원을 넘어 조건 없는 환대로써 치유를 가져다주는 일”이었다. “배고픈 예수님이 이렇게 사랑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오실 줄은 몰랐어요.” ‘진상’ 이웃들이 봉사자들에게 못되게 굴거나, 음식을 몰래 가져갈 때는 티격태격하기도 한다. 그래도 조 수녀는 “자본주의 그늘에 놓인 상처받은 영혼을 본다”고 말했다. 가난 때문에 흐려진 판단력, 돈 몇 푼 때문에 떠밀려 나가는 혐오성 시위…. “분열시키는 사탄의 전술에 희생된 이들을 사랑으로 섬길 뿐”이라고 조 수녀는 나눴다. “삐졌다가도 화해하고, 곧 사랑으로 답하는 그들의 예수님 닮은 진짜 심성”을 본 것이다. “어느 틈에 ‘내가 이분들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마음에 눈떴어요. 머리로 생각하던 사랑과 다른, 그 어떤 조건도 갈라놓을 수 없는 인간애였죠. 그 체험을 꼭 나누고 싶었어요.” 미사를 주례한 박상훈 신부는 “그간 조명되지 않던 더 다양한 이웃들, 또 그 동반자들이 미사에 모여 말 못 할 힘든 처지, 희망을 찾는 여정을 깊이 있게 나누며 연대의 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