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수녀복, 기도와 치유가 되다’ 전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21-04-06 수정일 2021-04-07 발행일 2021-04-11 제 3239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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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의 헌신, 기도방석과 치유베개로 부활하다
하느님의 일에 평생 바친 수도자들 낡은 옷에 새 생명
몰타 기사단 박용만 회장 기획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와 마리아 수녀회 10벌씩 기증
13일까지 서울 명동 요갤러리

기도방석. 수녀복 안감의 원단 재질 표시와 똑딱단추까지 살렸다.

치유베개. 수녀복 안감의 원단 재질 표시와 똑딱단추까지 살렸다.

폴리에스터 45%, 아크릴 55% 재질의 공업용 원단으로 만든 옷 두 벌로 수십 년을 사는 이들이 있다. 일생을 정결과 청빈, 순명을 지키며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사는 수녀들이다. 이들의 기도와 헌신의 여정을 평생 함께한 낡은 수녀복들이 기도방석과 치유베개로 다시 태어났다. 2019년 11월 첫 전시와 2020년 4월 앙코르전으로 세상에 따뜻한 감동을 전했던 ‘구르마, 십자가가 되다’에 이은 박용만(실바노) 오더 오브 몰타 코리아(Order of Malta Korea) 회장의 두 번째 신앙 프로젝트 ‘수녀복, 기도와 치유가 되다’를 통해서다.

첫 번째 프로젝트인 ‘구르마, 십자가가 되다’는 오랜 세월 동안 노동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해 온 실제 구르마(수레의 방언)를 해체해 그 목재와 철재로 십자가를 만들어 노동과 고통의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수녀복, 기도와 치유가 되다’ 프로젝트도 오래되고 낡은 물건에 새롭게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점이 첫 번째 프로젝트와 같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기획은 지난해 5월 시작됐다. 이어 같은 해 11월,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로부터 낡은 수녀복 10벌을 인수했고, 올해 1월 마리아 수녀회에서도 10벌을 받았다.

이렇게 모인 20벌의 수녀복은 유명 한복디자이너이자 ‘차이킴’으로 알려진 김영진 디자이너의 손끝을 통해 한 땀, 한 땀 정성을 더해 기도방석과 치유베개로 부활했다.

故 김옥순 수녀의 생전 수도복.

이번 전시에서는 기도방석과 치유베개와 함께 특별히 2019년 선종한 마리아 수녀회 고(故) 김옥순 원장수녀의 생전 마지막 수도복이 전시장 한 모퉁이를 지키고 있다.

‘이 수도복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가난한 이들을 섬기는 일을 최고의 행복으로 여겼던 한 수녀의 생전 마지막 옷입니다. 가장 가난했던 한국의 전쟁고아들을 품어 키우고 필리핀 빈민지역에서 25년을 헌신한 마리아 수녀회 수녀들의 영적 어머니, 고(故) 김옥순 미카엘라(1940~2019)의 삶의 흔적입니다’라는 문구가 관람객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또한 전시장에서는 제작 과정의 이모저모를 담은 동영상도 함께 상영 중이다.

수녀복 부활 프로젝트 진행 과정은 기획자이자 총연출자인 박용만 회장 지휘로 영상으로 기록했다. 박 회장은 영상 내레이션을 직접 맡아 이 프로젝트가 지닌 의미와 뒷이야기들을 전한다. 이번 전시의 의미에 대해 박 회장은 “수녀복 옷자락에 깃든 평생의 헌신이 이제 방석과 베개를 통해 누군가를 위한 기도와 치유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 프로젝트를 준비했다”고 말한다.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위원장 손희송 주교)와 따뜻한 재단(이사장 강신애)이 후원하는 이 전시는 4월 13일까지 서울 명동 디아트플랜트 요갤러리(관장 조성지)에서 열린다. 관람시간은 평일 및 토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 주일 오후 1~8시다. 휴관일은 없고 무료 관람이다.

※문의 02-318-0131 디아트플랜트 요갤러리

박용만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마리아 수녀회 수녀들. 디아트플랜트 요갤러리 제공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