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이란 무엇인가.
사랑과 자비보다는 권력과 재물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회에서 과연 세상 사람들은 ‘가톨릭’이란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할까? 가톨릭 신앙을 믿는 사람들은 그 차이에 대해 어떻게 알아야 하며, 무엇을 믿고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 같은 질문에 대해 그리스도인조차 명쾌하게 답변하지 못할 정도로 이미 교회 안에 세속화가 상당부분 침투해 있다. 특히 요즘은 이른바 ‘카페테리아 가톨리시즘’(Cafeteria Catholicism)이라는 말도 있다. 가톨릭신자이면서도 자기 신념에 따라 낙태, 피임 등에 대해 교회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취사선택 하는 이들을 뜻한다. 그럴수록 우리는 세상에 혼재돼 있는 여타의 철학과 이념, 종교들로부터 ‘가톨리시즘’(Catholicism·가톨릭교회 사명 추구를 위한 내용과 양식)을 구분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리스도인으로서 일말의 흔들림 없이 올곧고 단단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대교구 로버트 배런 주교는 최근에 펴낸 책 「가톨리시즘」(전경훈 옮김/544쪽/2만7000원/생활성서)을 통해 신앙의 길을 올곧게 걷는 이정표를 제시한다. 제목이기도 한 ‘가톨리시즘’의 설명을 통해서다.
배런 주교는 가톨리시즘의 가장 큰 원칙이 ‘육화’(Incarnation)라고 설명한다. 육화는 바로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셨음을 뜻한다. 이는 하느님께서 우주 저 멀리 세상과 전혀 다른 곳에 계신 것이 아니라, 육체로 이뤄진 세상으로 우리 가운데 오셨음을 의미한다. 배런 주교는 특히 육화가 하느님뿐만 아니라 인간의 진리에 대해서도 알려준다고 밝힌다. 수많은 고대 신화의 전설에서 신들이 인간사에 개입해 공격과 파괴를 일삼는 모습과 달리, 사람이 되신 하느님은 당신 생명을 사람에게 나눠주시고, 그 결과 사람도 성부, 성자, 성령과 완전한 일치를 이루는 사랑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그 사랑으로 사람은 ‘신화’(神化), 즉 하느님처럼 될 수 있도록 불림 받게 되는 것이라고 배런 주교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