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모든 성화작품 교회에 봉헌하고 하느님 곁으로 떠난 방오석 화백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18-08-13 수정일 2018-08-14 발행일 2018-08-19 제 3108호 1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순교성인화, 김대건 신부 영정 등
한국적 아름다움 작품에 담아
지난달 29일 선종한 고(故) 방오석(마르가리타) 화백이 자신의 모든 작품을 교회에 맡기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국화의 전통을 고스란히 살린 ‘한국 성화’를 그려온 방 화백은 하느님 곁으로 가는 길에도 아름다운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조카 방학길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는 “고모님께서 남기신 뜻에 따라 작품들을 기증할 예정”이라며 “평생 하느님께 받은 탈렌트로 성화를 그릴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해 하셨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기증 작품 규모와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다.

방오석 화백의 ‘하늘에 오르시는 어머니’.

그의 작품은 단아한 선과 여백이 강조돼, 한국화의 아름다움과 성화의 깊이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사실적 표현으로 누구나 쉽게 감상할 수 있으며, 자연스레 묵상으로 이끄는 매력이 있다.

1938년에 태어난 방 화백은 1957년 한국순교 복자수녀회에 입회했다. 이후 미술적 재능을 발견한 선배 수도자들의 권유로 1963년 미술 공부를 시작했다. 동덕여대 회화과 졸업 후 한국 가톨릭 미술에 관한 연구로 이화여대 교육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1년 지병으로 24년 만에 수녀회를 나온 뒤에도 그림에 전념했다.

그의 손길은 교회 곳곳에 닿아있다. 서울 새남터본당의 중앙제대 103위 성인 부조와 성모자상, 순교 성인화, 김대건 신부 영정 등이 그의 작품이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하느님 나라의 한국의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를 출품했으며, 올해 2월 ‘한국 103위 순교 성인 초상화 제작자’로 임명돼 ‘김임이(데레사) 성녀’ 초상화 제작에 참여했다. 성녀 초상화는 결국 고인의 마지막 유작이 됐다.

해외에서 한국 성화를 전시하기도 했다. 2006년 초대기획전 ‘고요한 아침의 성모’(Madonnas of the Morning Calm Sacred Imiges from Korea)를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튼대학 내 로쉬도서관 7층 마리아도서관 갤러리에서 열었다. 그의 작품집을 우연히 접한 국제마리아니스트 수도자들의 추천으로 이뤄진 전시였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