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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한국청년대회] 인터뷰 / 대회 조직위원장 정순택 주교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8-08-13 수정일 2018-08-14 발행일 2018-08-19 제 3108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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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안에서 새로운 가치에 눈 뜨길”
교회가 언제나 함께한다는 믿음
청년들에게 전해주는 계기 되길
‘N포 세대’ 힘든 현실 속에서도
오히려 신앙을 중심에 놓을 때
진정한 행복 얻을 수 있어

서울대교구 주관 제4회 한국청년대회(Korea Youth Day, 이하 KYD) 조직위원장 정순택 주교는 이번 대회 주제 성구인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요한 6,20)에 대해 “교회가, 하느님이 청년들과 함께한다는 믿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KYD 조직위 차원에서 많은 고민을 거쳐 주제 성구를 결정했습니다. 오늘을 사는 청년들은 3포, 4포, 5포 세대에 N포 세대,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라는 말로 상징되는 것처럼 미래에 대한 보장이 없이 희망을 잃고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이야기한 정순택 주교는 과거의 청년들과 오늘날의 청년들을 비교, 설명했다.

“과거에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도 있었고 ‘형설지공’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노력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공감대가 우리 사회에 형성돼 있었습니다. 1980년대 학번 대학생들까지만 해도 학창시절에 낭만과 사랑을 추구하고 민주화 운동도 했지만 졸업 후에는 서울이든 지방이든 안정된 직장을 얻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요즘 대학생들과 청년들은 낭만이나 사랑과는 거리가 멉니다.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바쁩니다. 과거와 달리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기계화, 디지털화된 경제구조에서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후기 자본주의,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에 접어들며 자본주의 사회의 한계가 드러난 것입니다.”

정 주교는 젊은이들이 낭만과 사랑을 잃는 현실 속에서 오히려 신앙과 하느님이 보여주는 가치를 삶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는 사회 현실을 받아들이고 눈높이를 낮추라는 뜻이 아닙니다. 세상의 가치에 따라 행복을 추구하면 무한 경쟁과 갈등만이 끝없이 반복되고, 남을 이겨야 내가 행복할 수 있다는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참된 행복은 새로운 가치 기준에 눈을 뜰 때 얻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새로운 가치의 틀을 짜야 합니다. 세상적 가치를 좇으면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고 돈은 더 벌 수 있겠지만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행복하려면 하느님 안에서 새 가치체계에 눈떠야 한다는 사실을 청년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이번 KYD의 목표입니다.”

제4회 KYD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참가 연령을 만 16~39세로 확대했다는 점이다. 정 주교는 이에 대해 아시아청년대회(AYD)와 세계청년대회(WYD) 경향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2016년 폴란드 세계청년대회와 2017년 인도네시아 아시아청년대회에는 모두 10대들이 참가했습니다. 두 대회를 통해 10대들이 신앙을 체험하고 받아들이는 감수성과 임팩트가 20대 이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KYD에서는 처음으로 10대들까지 참가대상을 확대했고, 본당에서 활동하는 30대 후반 청년들이 많은 점을 반영해 상한 연령도 높였습니다.”

올해 KYD는 8월 11일 각 교구 참가자 환영식을 시작으로 12일 개막미사와 ‘길 위에서 만난 예수님’, 13일 ‘교구장과 함께하는 교리교육과 미사’, ‘수도원 전례체험’, ‘명동문화축제’, 14일 ‘청년콘서트’, ‘떼제 공동체와 함께하는 저녁기도’ 등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여러 프로그램을 구상하면서 청년들에게 영원한 생명이란 무엇인지를 전달하고 신앙은 머리로 터득하는 것이 아니라 전수된다는 의미를 깨우쳐 주는 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구장과 함께하는 교리교육과 미사’는 재미는 덜하겠지만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이 청년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고 청년들이 다시 세상에 파견된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수도원전례체험과 떼제 공동체와 함께하는 저녁기도 역시 신앙을 사는 공동체를 체험하는 시간이어서 올해 KYD의 핵심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동문화축제는 신자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정 주교는 제4회 KYD를 마치고 앞으로 청년사목의 방향 전환이나 새로운 제도 도입에 대한 준비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KYD 전국 참가자 수가 예상보다 적었습니다. KYD가 끝나고 청년, 청소년들이 교회에 바라는 점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들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평가하는 자리를 가지려고 합니다. 올 가을에 ‘오픈 청문회’ 형태로 청년, 청소년들, 사목자들의 의견을 듣고 2019년에는 그 결과를 연구해 청년, 청소년들의 현실적 고민에 교회가 응답하겠습니다.”

정 주교는 청년사목 활성화를 위한 성직자, 수도자의 역할도 당부했다.

“본당 사목자들이 보통 본당에 찾아오는 청년, 청소년만을 사목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본당에는 오지 않더라도 인근 학교와 병원, 청소년 관련 시설에서 생활하는 젊은이들에게도 찾아가는 노력을 해 주기를 바랍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