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대구 베트남공동체 설립 10주년 행사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8-08-13 수정일 2018-08-14 발행일 2018-08-19 제 3108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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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었던 이곳에서도 주님 찬미할 수 있음에 감사
공장에서 봉헌한 미사로 공동체 시작
이주민 삼삼오오 모여 10년간 성장
베트남신자 1000여 명 함께 기쁨 나눠

한국 사람들은 이들 대부분을 ‘이주노동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옆에 있는지 없는지 별 관심이 없었다. 이웃의 무관심, 먼 이국땅에서 하는 고된 노동만이 이들이 겪는 어려움이 아니었다. 월급이 밀려도 부당해고를 당해도 몸이 아파도 하다못해 세탁기가 고장나도 도움 받을 데가 없었다. 결혼이주민이나 이주민 2세가 아닌 이상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어를 배울 기회조차 얻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미사에 참례할 수 없는, 성사를 볼 수 없는 어려움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다 10년 전, 팜 반 비엔(요셉)씨가 일하던 공장에 몇몇 베트남 신자들이 함께 모여 미사를 봉헌했다. ‘대구대교구 베트남공동체’의 출발이었다. 대구 가톨릭근로자회관이 부산교구에서 사목 중이던 베트남인 사제를 초청, 미사 및 성사 생활을 지원해 준 덕분에 뿌린 씨앗이었다.

베트남 빈 교구장 응엔 타이 헙 주교와 대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이관홍 신부 등이 8월 12일 대구가톨릭대학교 유스티노 캠퍼스 성 김대건 기념관에서 대구대교구 베트남공동체 설립 10주년 기념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 10년 여정에 감사

대구대교구 베트남공동체(지도 짠 민짜우 신부, 총회장 호 꽝 동)는 8월 12일 대구가톨릭대학교 유스티노 캠퍼스 성 김대건 기념관에서 한국에서도 하느님께 찬미드릴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드리며 이웃을 사랑하고 봉사하는 공동체가 될 것을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설립 10주년을 기념하며 펼친 축제의 장이었다.

대구와 경주, 구미 지역 베트남공동체 신자 1000여 명은 총 3부에 걸쳐 축제를 진행, 공동체 역사 소개를 비롯해 한국에서의 생활을 묘사한 상황극, 베트남 전통춤 등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이며 흥겨운 시간을 이어갔다. 각 행사들은 베트남 신자들이 지난 2년여간 함께 논의하고 주일미사 2차 헌금을 알음알음 모아 마련한 장으로 의미를 더했다.

이날 미사에 앞서 교구 총대리 장신호 주교는 베트남공동체에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축복장을 전달하고, 지난 10년간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활발히 신앙생활을 해온 것처럼 앞으로 더욱 성실히 살아갈 것을 독려했다.

축제와 미사에는 경북 지역뿐 아니라 서울과 대전, 부산 등을 비롯해 전국 각 교구 이주사목 관계자들이 함께 해 인사를 전했다. 베트남 빈(Vinh) 교구장 응엔 타이 헙 주교와 도미니코수도회 베트남관구 응엔 득 화 신부와 함께 한 대화시간도 진행해 호응을 얻었다.

응엔 타이 헙 주교는 “10년 만에 이렇게 신앙공동체를 성장시킨 모습에 큰 박수를 보낸다”면서 “무엇이든 능동적으로 실천하는 베트남 젊은이들의 특징을 살려 언제 어디에 있든 더욱 열심히 신자답게 신자로서 살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한국교회이자 베트남교회의 공동체

10년 전, 어두컴컴한 공장 한 켠에서 35명의 이주노동자들과 결혼이주민들이 미사를 봉헌하면서 베트남공동체가 시작됐다. 구심점이 생기자 이주민 신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특히 교구 이주사목위원회와 가톨릭근로자회관은 이들이 정기적으로 전례와 모임을 진행하고 친교를 나눌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왔다. 또 신자, 비신자 구분 없이 이주민들을 위한 노동법률상담을 비롯해 긴급 의료, 주거, 금융, 행정,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맞춤식 사목 지원을 확대해왔다.

수도권 지역 이주노동자들이 영남권으로 이동하면서 베트남공동체는 더욱 커져갔다. 현재 구성원 80% 가량이 베트남 빈 교구 출신이며, 다른 나라 이주민 공동체에 비해 젊은이 비율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베트남공동체는 대구와 경주, 구미 세 곳에 각각 거점을 두고 있다. 또 베트남 내 출신 지역에 따라 북·남부, 광빈, 응에안, 하띤 등 4개 그룹으로 나눠 고국에 있는 이들 못지 않게 활발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덕분에 베트남공동체 예비신자교리반과 혼인강좌, 유아세례 비율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대구 지역에 상주하는 전담 사제가 없어, 의정부교구 이주사목을 맡았던 짠 민짜우 신부가 매 주말 대구와 경주, 구미를 방문해 미사와 성사를 지원한다.

베트남공동체 호 꽝 동(요셉) 총회장은 설립 10주년 인사말을 통해 “급변하는 현대 사회 문화, 경제, 전통, 교육 등 모든 면에서 우리는 대구공동체를 하나의 거룩한 유산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서 “앞으로도 패기 있고 능동적으로 신앙생활을 해 베트남교회의 문화를 한국에도 널리 전하는데 힘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념행사 중에는 응엔 타이 헙 주교와 응엔 득 화 신부가 베트남 신자들이 신앙생활에 관해 한 질문에 답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베트남공동체 신자들이 10주년 기념미사 봉헌을 위해 공동체 주보인 성모 마리아를 세운 꽃가마를 들고 제대를 향해 행렬하고 있다.

베트남공동체 신자들이 설립 10주년을 축하하면서 베트남 전통 춤과 노래를 선보이고 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