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기획] 장애인 신자들, 폭염으로 미사 참례에 어려움 겪는다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18-08-07 수정일 2018-08-08 발행일 2018-08-12 제 3107호 6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열기가 그대로 휠체어에… 목숨 걸고 움직이는 거죠”
차로 10분 거리인데 60분 소요
이동 불편이 신앙생활 저해
‘카풀’ 등 비장애인 관심 필요

최고기온이 36도였던 지난 8월 5일, 뇌성마비 1급으로 거동이 불편한 안중민씨가 서울 우면동성당 앞마당에서 장애인 콜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최고기온이 36도였던 지난 8월 5일, 뇌성마비 1급인 안중민(요한사도·57·서울 우면동본당)씨는 주일미사 참례 차 서울 우면동성당을 찾았다. 이날 안씨가 집과 성당을 오가는 데 걸린 시간은 60분. 차로 10분이면 오갈 거리지만, 거동이 불편한 안씨는 장애인 콜택시를 기다리는 40여 분과 차 이동시간 10분 등 총 1시간이 걸렸다. 안씨는 “오늘은 운이 좋아 1시간이지, 2시간30분이 걸릴 때도 있다”며 “이렇게 더운 날이면 위에선 땡볕이, 아래에선 아스팔트 지면의 열기가 그대로 휠체어에 전달돼 그야말로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체장애인인 김영애(테아·51·대전교구 천안구룡동본당)씨도 최근 지체장애인 신자들의 모임인 바오로선교회 월례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서울 중구 명동 가톨릭회관에 다녀왔다. 김씨는 “충남 대전에서 서울 용산까지 편도로 1시간30분이면 도착하지만, 서울 용산역에 도착해 장애인 콜택시를 기다리는 데에만 2시간이 걸렸다”며 “무더위에 이렇게 돌아다니는 건 사실 너무 위험해서 목숨 걸고 간 거라고 보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장애인 신자들도 ‘이동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매주 미사 참례나 선교회 활동 등 신앙생활을 위해 어딘가로 이동해야 하지만, 거동이 쉽지 않은 이들은 다른 때보다 더 큰 불편을 감내해야만 한다. 실제로 지체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 등 장애인 신자들은 여름, 특히 그 어느 때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올여름은 자신들의 이동에 보다 취약한 환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지체장애인 신자 250여 명이 가입한 바오로선교회 강희영(엠마·59·서울 답십리본당) 회장은 “장애인들은 날씨 변화에 굉장히 민감해 요즘 아주 괴롭다”며 “비장애인과 같은 거리를 간다고 해도 움직임이 느려 더 많이 움직여야 하고 그 탓에 호흡에 무리가 온다”고 밝혔다. 전국 10개 교구 13개 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회를 총괄하고 있는 한국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협의회 양지수(미카엘·70·서울 성라파엘사랑결준본당) 회장도 “더위 때문에 생기는 애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이동이 힘들어 본당에 오고 싶어도 못 오는 분들이 여름에 가장 많다”고 얘기했다.

장애인 신자들의 ‘여름철 이동 불편’은 극단적으로는 ‘신앙생활 저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지체장애인 김미경(마리아·57·서울 홍은2동본당)씨는 “장애인들을 위한 저상 버스도 혼자 타기에는 육체적으로 불가능해 주로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는데, 콜택시는 이용자 수에 비해 차량 수가 적어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은 본당에 가려고 집 앞에서 3시간쯤 기다리다가 결국 못 가고 그대로 들어왔다”고 토로했다. 지체장애인 김용배(마르코·66·서울 잠실본당)씨는 “사회복지사로서 바오로선교회에서 다양한 나눔을 하고 싶었지만, 이동이 쉽지 않아 포기하고 지금은 본당 활동만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장애인 신자들의 여름철 이동 불편을 덜어줄 방법은 없을까. 한국가톨릭시각장애인선교협의회 담당 김용태 신부는 “일률적으로 제도화하거나 강요하긴 어렵겠지만, 신앙인으로서 이웃 사랑에 호소할 수는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본당마다 사정이 있어 장애인들을 위한 차량 운행 등을 의무화 할 수는 없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비장애인 신자들이 ‘카풀’(car pool·승용차 함께 타기)을 자청하는 등 장애인 신자들에 대한 관심을 통해 이들의 이동 불편을 조금이나마 감소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미다.

실제로 비장애인 김헌석(돈보스코·60·서울 중계동본당)씨는 자신과 같은 본당의 장애인 신자들을 위해 6년째 매주말 차량 봉사에 나서고 있다. 지난 8월 5일에도 시각장애인 신자 두 명을 ‘카풀’한 김씨는 “나로 인해 한 사람이라도 편할 수 있다면 그것이 신앙인으로서의 올곧은 삶이라고 판단해 시작하게 됐다”며 “처음엔 선행이라는 자기 만족감에 했지만, 지금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이웃 돌보기는 당연하다고 생각해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을 돕지 못해 부끄러운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올 초부터 매달 지체장애인 신자를 명동 가톨릭회관에 데려다주는 봉사를 하고 있는 비장애인 조성인(스테파노·50·의정부교구 퇴계원본당)씨도 “어차피 저도 오가는 길이라 이웃끼리 함께 왔다 갔다 하는 것”이라며 “몸이 불편해도 신앙생활에 열심인 이분들을 보면 각박한 일상생활에서 제가 더 따뜻함을 느끼고 치유 받는다”고 말했다.

서울 중계동본당 신자 김헌석씨가 8월 5일 자신과 같은 본당 시각장애인 신자에게 차량 봉사를 하고 있다. 김헌석씨 제공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