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 칼럼] (20) 교회는 ‘나쁜’ 주교들을 처리할 기관이 필요하다 / 토마스 리스 신부

토마스 리스 신부(예수회)
입력일 2018-07-31 수정일 2018-07-31 발행일 2018-08-05 제 3106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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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스턴대교구장인 오말리 추기경은 사제의 아동성추행과 관련해서 교회는 무관용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주교들을 조사하고 판단할 좀 더 명료한 규정과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시어도어 맥캐릭 추기경을 둘러싼 성추문이 불거지자 교황청 아동보호위원회 위원장 숀 오말리 추기경은 7월 23일 “성추행과 관련된 교회의 정책에는 여전히 큰 간격이 있다”고 인정했다.

미국 보스턴대교구장인 오말리 추기경은 사제의 아동성추행과 관련해서 교회는 무관용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주교들을 조사하고 판단할 좀 더 명료한 규정과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오말리 추기경의 이러한 언급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과연 누가 주교들을 위한 규정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교회법에 따르면 오직 교황만이 주교와 추기경의 거취에 관한 권한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미국 주교회의가 마련한 성추행 고발 관련 규정과 절차에도 주교는 없고 사제와 부제들만이 거론되어 있다. 맥캐릭 추기경 사건에서 보듯이 신학생과 사제, 수녀들을 성추행한 주교에 관한 무관용 정책이 필요하다. 이런 행위에 연루된 주교들은 주교직을 잃어야 한다. 교황은 이러한 규정을 바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누가 주교들을 조사할 수 있을까? 교회는 주교들을 조사할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미국의 주교들은 탐정이나 은퇴 경찰 등 전문지식을 가진 평신도를 내세워 성범죄를 조사했다. 교황청도 이를 따를 필요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뉴욕대교구가 맥캐릭 추기경을 다른 사제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조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줬다. 뉴욕대교구는 독립적인 법의학 전문가를 고용했고, 그가 조사한 결과물은 뉴욕대교구의 조사위원회에 제출됐다. 결국 뉴욕대교구 조사위원회는 맥캐릭 추기경에 대한 고발이 “신뢰성이 있으며 입증됐다”고 결론지었다. 이 결론은 교황청에 보고됐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는 맥캐릭 추기경이 이미 현직에서 은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현직 주교는 자신이 임명한 조사관에게 조사를 받으며 자신이 임명한 조사위원회 위원들의 심사를 받는다. 결론이 의심스러운 것은 자명한 일이다. 교구 밖 누군가, 대개는 교황청이 이러한 조사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누가 고발당한 주교를 판단할 수 있을까?

오직 교황만이 주교들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오말리 추기경의 아동보호위원회는 지난 2015년 6월 주교들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교황에게 보고할 새로운 교황청 재판소 설립을 제안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처음에 이 제안에 동의했지만 교황청 관리들은 생각이 달랐다. 주교들은 계속해서 신앙교리성과 주교성, 선교지의 경우 인류복음화성과 같은 기존의 조직 안에서 조사를 받아 왔다. 주교성과 인류복음화성은 주교 임명과 관련된 부서로 자신들이 선택한 주교에게 유죄를 선언하기 꺼린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교황청 아동보호위원회의 제안은 옳았다. 직접 성추행을 했거나 사제 성추행 혐의를 은폐한 주교를 조사할 교황청 기구가 필요하다. 오말리 추기경은 7월 24일 성명을 발표하고 성추행 사건의 신속한 재판과 관련한 교회의 기준과 정책의 적합성 평가, 그리고 주교와 추기경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 평신도와 피해자들에게 투명하게 알릴 것 등 세 가지 행동을 요청했다. 오말리 추기경의 제안은 훌륭하며 그를 믿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예수회 사제인 토마스 리스 신부는 1974년 사제품을 받은 이후 예수회 잡지 「아메리카」 등에서 정치와 경제, 교회에 관한 글을 써 왔다. 「인사이드 바티칸」 등 교회 조직과 정치에 관한 다양한 책을 펴내기도 했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기도 한 리스 신부는 「아메리카」를 포함해 여러 매체에 칼럼을 쓰고 있다.

토마스 리스 신부(예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