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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홍보국장 허영엽 신부, 「추기경 정진석」 발간

권세희 기자
입력일 2018-07-24 수정일 2018-07-25 발행일 2018-07-29 제 3105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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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시기, 하느님께 온전히 맡긴 삶의 흔적 담아
한국의 근현대사는 격동의 시기를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됐다. 일제강점기, 6·25전쟁, 급속한 경제성장을 거치는 동안 한국 사회의 변화와 함께 한국 교회도 시대적 흐름을 따라 이어져 왔다. 이런 역사 속에서 함께 호흡한 사목자가 있다. 정진석 추기경(전 서울대교구장)이다. 그의 삶의 일대기를 고스란히 담은 책 「추기경 정진석」이 발간됐다. 정 추기경은 그간 많은 저서를 내놓을 정도로 늘 집필 활동에 여력을 쏟아 왔다. 그의 삶의 흔적이 담긴 책이 출간됐다는 점이 새롭다.

「추기경 정진석」은 정 추기경이 걸어온 인생의 단면들을 시기별로 구성해 담았다. 이는 교계 신문에 연재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가 정 추기경의 구술과 여러 자료, 기록을 바탕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정 추기경의 삶의 회고를 통해 한국의 역사, 교회의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다.

허영엽 신부(오른쪽)가 7월 19일 서울 혜화동 주교관을 찾아 정진석 추기경에게 「추기경 정진석」을 선물하고 있다. 사진 최용택 기자

책은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가족들의 기도 소리를 들으며 잠들던 이야기,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며 흔들렸던 신앙 이야기, 6·25전쟁을 겪으며 죽음의 고비를 넘겼던 일, 사제가 되고자 마음을 다잡은 이야기, 최연소 주교로 서품된 후 겪었던 청주교구장 시절, 서울대교구장으로 사목하던 이야기 등 그의 삶 전체를 조망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책을 읽다 보면 정 추기경이 걸어온 인생을 눈앞에 그린 듯 생생하다.

책을 집필한 허 신부는 여는 말에서 “저는 정 추기경님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서 동시에 저의 할아버지, 아버지가 사셨던 근현대사를 느낄 수 있었다”며 “나라를 빼앗긴 일제 강점기, 동족 간에 총부리를 겨눈 6·25전쟁, 전후 복구 과정에서의 피눈물 나는 시대의 고통이 고스란히 몰려와 눈시울을 적셨던 적도 많다”고 밝혔다.

특히 「추기경 정진석」은 우리가 바라보고 따라 걸어야 할 ‘신앙’이 무엇인지 고민할 기회를 준다는 점이 뜻깊다. 그의 삶은 온전히 하느님에게로 향하는 삶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려운 일 앞에 마주했을 때 정 추기경은 겸손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하느님에게 의지한다. 모든 것을 맡기면 이뤄주신다는 믿음 아래 ‘야훼 이레’의 정신이 진하게 배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책에 실린 일화에도 이와 같은 내용이 드러난다. “실제로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다른 사람 같으면 밤을 지새워 고민하겠지만, 정 주교는 묵주를 쥐고 화살기도를 바쳤다”고 서술한다. 정 추기경의 삶을 통해 신자들에게 번뇌와 고민을 내려놓고 ‘온전히 맡기는 삶’이 무엇인지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책은 제1장 ‘어머니, 그리고 유년 시절’, 제2장 ‘6·25 전쟁의 혼란 속에서 보낸 청년 시절’, 제3장 ‘신학교, 사제서품, 그리고 로마로’, 제4장 ‘첫 한국인 청주교구장 되다’, 제5장 ‘서울대교구장이 되어 다시 서울로’ 등 6개의 장으로 묶였다.

한편 「추기경 정진석」 발간을 맞아 7월 19일 서울 혜화동 주교관에서 허 신부가 정 추기경에게 책을 선물했다.

정 추기경은 책을 받으며 “허 신부님께서 정리를 잘 해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하느님께서 더 없이 죄 많고 미천한 저를 용납하시고 보충해 주셔서 지금까지 살게 해주셨다”면서 “하느님께 받은 은혜를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도 하느님께서 은총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