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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인도 봄베이대교구 종교간대화위원회 탐방

인도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8-07-24 수정일 2018-07-25 발행일 2018-07-29 제 3105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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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 이슬람교 불교… 이웃들의 삶과 신앙 이해하려 노력

인도는 아시아의 축소판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종교와 문화, 민족들이 공존하고 있다. 인도는 2000여 개의 민족이 함께 살고 있으며, 이들이 믿는 주요 종교만 해도 힌두교, 이슬람교, 불교, 그리스도교, 자이나교, 시크교 등 다양하다. 헌법에서 인정하는 공용어도 힌디어를 포함해 22개나 된다. 이런 인도는 아시아 복음화의 열쇠인 삼중대화를 실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복음화를 위해 다양한 종교와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인도 봄베이대교구 종교간대화위원회를 찾았다.

“대화는 우리의 견해를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대화는 오직 영적·문화적 지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화를 하면서 우리의 신념을 포기해서도 안 된다. 바로 우리는 우리의 신앙을 확고하게 지키고 있는 가운데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선하고 신성한 것, 평화와 협력을 위한 방안을 식별해 내야 한다.”

인도 봄베이대교구는 2001년 교구 시노드를 열고 후속 문서 발표를 통해 위와 같이 교회의 선교활동에 대화가 중요하다면서 통합적으로 접근할 것을 강조했다. 봄베이대교구 종교간대화위원회는 시노드가 열리기 전인 1996년 고레가온의 성 비오 신학교 선교학 교수이자 예수회 줄리안 살다나 신부 주도로 설립됐다. 살다나 신부는 보편교회의 선교활동에 대화를 접목했던 주요 인물 중 한 명이다. 현재 총무는 세바스찬 마이클 신부다.

본당 내 종교간대화 분과 구성과 활성화, 타종교 이해를 위한 심포지엄 주최, 성탄 파티 등 봄베이대교구 종교간대화위원회는 다양한 종교와 문화, 민족으로 구성된 인도사회에서 대화를 통한 선교활동이라는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 건강한 사회를 위한 종교간대화

봄베이대교구에는 124개 본당이 있다. 봄베이대교구 종교간대화위원회의 주요 활동은 대교구 내 모든 본당사목회에 조직된 종교간대화 분과의 활성화다. 이를 위해 종교간대화위원회는 본당 신자들을 대상으로 타종교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신자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타종교인과 삶 안에서 대화를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종교간대화위원회의 노엘라 콜라코씨는 “본당 종교간대화 분과는 지역사회의 타종교와 함께 건강한 사회를 위해 행동에 나선다”면서 “다양한 종교를 가진 이웃들이 하나가 돼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당 종교간대화 분과는 여러 종교의 신자들과 함께 주변을 청소하고 나무를 심기도 한다. 또 상수도 문제 등 지역 주민들이 겪는 고충을 타종교 지도자들과 함께 봄베이시에 알리는 일도 하고 있다. 콜라코씨는 “이러한 활동은 종교와 크게 상관없이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본당 종교간대화 분과는 지역사회의 이웃 종교 축제에도 참여한다. 봄베이대교구 종교간대화위원회는 이를 ‘이웃종교 따라잡기’라고 부른다. 힌두인들이 축제를 할 경우, 본당 분과는 타종교인들과 함께 축제에 찾아가 이 축제가 자신들의 삶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함께 알아본다. 타종교의 다양한 축제에 찾아가 그 의미를 알고 함께 기념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사는 본당의 종교간대화 분과 봉사자들이 이끈다.

■ 봉사자 양성하는 BIRD 프로그램

각 본당 종교간대화 분과 봉사자들은 대부분 봄베이대교구 종교간대화위원회가 진행하는 BIRD(Basics of Inter-Religious Dialogue) 프로그램 수료자들이다. BIRD 프로그램은 봄베이대교구에 종교간대화위원회가 설립되기 전인 1992년, 현 총무인 마이클 신부가 시작했다. 사회학자이자 선교학자인 마이클 신부는 신자들에게 타종교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당시에는 자신이 소장으로 있는 인도문화연구소에서 열었다. 2000년 마이클 신부가 종교간대화위원회 총무를 맡게 되면서 BIRD 프로그램은 교구 정식 프로그램이 됐다.

BIRD 프로그램은 참가자에게 인도 내 주요 종교의 핵심 신앙과 활동을 소개한다. BIRD 프로그램은 다양한 종교의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서며, 참가자들은 힌두교와 이슬람교, 불교, 자이나교, 시크교 경전을 배우면서 다양한 종교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017~2018 BIRD 프로그램을 수료한 미셀 핀토씨는 “BIRD 프로그램을 통해 이웃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면서 “또한 타종교를 통해 우리 가톨릭 신앙이 얼마나 심오하고 풍요로운지 더욱 잘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본당에서 종교간대화 분과 활동을 하는 데도 큰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BIRD 프로그램은 매년 7월에 시작해 다음해 3월에 마친다. 한 달에 한 번 주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되며, 매달 한 종교씩 전문가 강의와 참가자들의 나눔으로 각 종교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수료자에게는 봄베이대교구장 명의의 수료증이 수여되며, 매년 평균 15명 정도가 BIRD 프로그램을 수료해 본당 종교간대화 봉사자로 양성된다. 현재 프로그램 수료자 중 120여 명이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인도 봄베이대교구 성 블라시오본당 종교간대화 분과 봉사자 셀리 페르난데스(오른쪽)씨가 2016년 10월 힌두교 축제를 찾아 힌두여신상 비아야아샤미에 인사하고 있다.

봄베이대교구 성 미카엘본당 주임 시조 신부(왼쪽에서 두 번째)가 2016년 이슬람 파재절을 맞아 지역 무슬림을 찾아가 축하인사를 건네고 있다. 인도 봄베이대교구 종교간대화위원회 제공

●봄베이대교구 종교간대화위원회 총무 세바스찬 마이클 신부

“이웃과 소통 않는데 어떻게 복음 전할 수 있나”

“인도인은 느낌과 감정을 중시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알리려는 우리의 소통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신학적으로 접근해서는 어려워요. 음악과 춤, 스토리텔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그래서 대화가 중요합니다.”

봄베이대교구 종교간대화위원회 총무 세바스찬 마이클 신부는 1992년 BIRD 프로그램을 시작한 인도의 종교간대화 전문가다. 마이클 신부는 “종교간대화를 위해서는 신자들 사이의 일상적인 만남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타종교 축제에 찾아가 축하하고 인사를 전하며 이웃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양한 종교의 사람들이 함께 가질 수 있는 공통의 관심사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이클 신부는 각 본당의 종교간대화 분과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종교간대화 분과 봉사자를 양성하는 BIRD 프로그램이 그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프로그램 운영이 쉽지는 않다. 본당 사제들과 신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클 신부는 “본당 신부들이 종교간대화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서 “따라서 자연스럽게 신자들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왜 우리가 다른 종교에 대해 배워야 하느냐?’라고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공존하는 인도에서 종교간대화, 문화와의 대화는 필수요소”라면서 “이웃들과 소통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복음의 가치를 알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마이클 신부는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삼중대화는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얽힌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난은 문화와 관련돼 있고, 문화와 종교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라면서 “온전하고도 통합적인 방법으로 삼중대화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는 결코 가난한 나라가 아니에요. 부의 재분배 구조에 문제가 있고,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은 아주 가난하고 부유한 사람은 아주 부유한 양극화가 심해진 것이죠. 세계 최고부자 10명 중 6명이 인도인인 것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어요. 교회는 인도사회의 온전한 발전을 추구하는 다양한 종교, 시민단체와 협업해 가난한 이들에게 힘을 북돋워줘야 할 필요가 있어요. 바로 삼중대화가 필요한 것이지요.”

마이클 신부는 말씀의 선교 수도회 소속으로 인도 마하라슈트라 주립 봄베이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봄베이대학교 부설 인도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인도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