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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나는 큰 아이 입양 엄마입니다 (4) / 황보현

황보현 (빈첸시아·41·가톨릭생명사랑가족모임)
입력일 2018-07-24 수정일 2018-07-24 발행일 2018-07-29 제 3105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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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성보육원 입양담당 수녀님께선 입양을 결심한 우리 가족에게 부부의 의사보단 큰 아이 윤일이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존중하겠다는 말씀으로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그 대답으로 윤일이는 5살 정도의 남자동생이었으면 좋겠고, 축구를 잘했으면 좋겠단 고작 두 가지의 조건이면 무조건 승낙이라더군요. 그렇게 우리 가족과 맞춰진 아이가 지금의 막내, 2015년 5살이던 큰 아이 승빈이었습니다.

너무도 똘망하고 잘생기다 못해 눈이 부신 아이! 동적인 큰 아이에 정반대인 똑똑함이 철철 넘쳐, 바라보는 이들을 황홀하게 하는 아이! 그 아이가 지금 우리집의 피로회복제 막내 김승빈입니다.

큰아들 윤일이가 입양되던 해(2007년)는 입양특례법 해당 전이라 상담 후 한 달 만에 가족을 이룰 수 있었는데, 막내 승빈인 너무도 복잡한 특례법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국가시험도 2차는 필기 면제규정이 있는데 입양도 둘째 입양 시 서류면제 안 되나요? 안 되더군요!

엄지손가락 한마디가 훌쩍 넘는 각종 수북한 서류 준비와 검사들, 그리고 검사 결과를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제 생애 가장 잔인한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서류가 법원에 들어가야 가정체험 식으로라도 아이를 데려갈 수 있단 사실이었죠. 저희 가족은 주말을 이용해 아이와 이틀 밤을 보내고 다시 보육원으로 돌려보내는 가정체험으로 한 달간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와 생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맞벌이인 상황이라 주말을 이용해 이틀 밤을 보내고 헤어지기를 몇 번째. 첫 번째 가정체험 후 보육원으로 들여보내는 날. 녀석이 뒤도 안 돌아보고 훌쩍 보육원 이모 손을 잡고 따라 들어갑니다. 이틀간 퍼부었던 우리 가족의 사랑에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뒤끝 없이 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어찌나 야속하던지…. 아이가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곤 뒤돌아 가슴이 메어서 혼자 서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두 번째 가정체험 후 보육원으로 들여보내는 날. 보육원 이모를 따라가는 녀석이 자꾸만 뒤를 돌아다봅니다. 뭔가 우리의 사랑을 알고나 있다는 듯, 이렇게 또 이별하는 건가 의아해 하듯. 그리곤 끌려가듯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아파서 전 또 녀석이 안 보일 때까지 바라보며 손을 흔들다 한참을 펑펑 울었습니다.

세 번째 가정체험 후 보육원으로 들여보내는 날. 차 안에서 계속 “나 보육원 안 갈 거야”라며 바짝 긴장한 채 아이가 울먹입니다. 결국 보육원 정문 앞에서 들어가기 싫다고 대성통곡하며 뒤로 넘어가는 녀석 때문에 서로 붙들고 우느라 보육원을 통곡의 바다로 만들고야 말았습니다.

이 잔인한 이별이 너무도 가슴 아파 다음날 바로 모든 서류를 초고속으로 법원에 접수하고 내 아이를 더 이상 보육원이란 곳에 두고 올 수 없어 가정체험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보육원에 안 가도 돼. 이제 엄마, 아빠, 형이랑 우리집에서 오래오래 같이 살 거야. 알았지?”란 말과 함께….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황보현 (빈첸시아·41·가톨릭생명사랑가족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