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세상살이 신앙살이] (444) 돈의 목적이…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8-07-17 수정일 2018-07-18 발행일 2018-07-22 제 3104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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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수사님들과 대화를 하는 중에 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돈이라는 것이 참으로 요사스러워요. 우리가 수도원에서 한 달에 한 번, 용돈을 받잖아요. 그런데 어떤 때는 잘 써도 남을 때가 있지만, 또 어떤 때는 아껴 써도 모자랄 때가 있어요. 사실 용돈이 모자라면 난감할 때가 많아서….”

“맞아요. 청빈을 서원한 후 매순간 돈을 알뜰하고, 예모답게 쓰려고 하는데, 잘 안돼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나는 신학원에서 살고 있는 형제들에게 물었습니다.

“형제들은 학기 중에는 항상 용돈이 부족할 텐데, 그러면 어떻게 충당해?” 그러자 신학원에서 살고 있는 수사님이 말했습니다.

“정말이지 학기 중에는 알뜰살뜰 용돈을 아껴서 쓰지만 언제나 부족하더라구요. 그래서 너무 부족하거나 모자라면 경리 담당 수사님에게 말씀드려서 추가로 타다 쓰기도 해요.”

형제들 이야기를 들으며 옛날 내 모습이 떠올라 계속해서 물었습니다. “하기야,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 그런데 요즘 형제들은 먹고 싶은 것이 생기면 어떻게 해? 그럴 때도 경리 담당 수사님이 추가로 용돈을 주셔?”

“에이, 옛날에 신학원에서 살아 보셨잖아요. 먹고 싶은 것 있다고 그렇게 용돈을 잘 주나요!”

“그러면 어떻게 해?”

“음, 이런 경우가 있었어요. 학기 중에 신학교에 갈 때면 왕복 차비를 받거든요. 그런데 때로는 차비를 아낄 요령으로 일주일 동안 신학교까지 걷거나 뛰어다닐 때가 있어요. 거리가 많이 멀기는 하지만…. 그러면 한주간의 차비가 절약되고 자장면 값도 나오고. 그 후 하루 날 잡아서 중국집 가서 자장면을 사먹기도 하고.”

“아이고, 우리 형제들 그렇게 고생을 즐기며 사는구나!” “그런데 예전에 신학원장 신부님께서 우리가 차비를 아껴서 자장면 사 먹고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된 거예요. 그래서 어느 날, 우리들을 부르시더니 차비를 차비의 목적대로 안 썼으니 차비를 반납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따지듯 물었죠. ‘아니, 공식적으로 차비를 받은 것이고, 그것을 때로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우리 자유가 아니냐고!’ 그러자 원장 신부님이 하신 말씀이!”

“음, 그래, 들어보니 형제들 말도 맞네. 비록 차비는 받았지만, 신학교까지 운동하듯이 가면 건강도 좋아지고 차비도 절약하고. 그래, 좋네! 그런데 원장 신부님은 뭐래?”

“수도자는 살면서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돈에도 분명 목적이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내가 받은 돈이 차비에 써야 한다면 그 돈을 차비로 써야 한다고.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그 쓰임새에 맞게 사용될 때에 우리는 돈을 쓰면서도 청빈의 삶을 살 수 있다고. 암튼 그러면서 원장 신부님은 우리 차비를 뺏어 갔죠!” 그러자 신학원에서 온 다른 수사님이 말하기를,

“그런데 생각해보니 원장 신부님 말씀이 맞았어요. 우리가 받은 차비 속에는 그날 하루의 삶이 들어 있었더라고요. 사실, 자장면이 먹고 싶다는 이유로 차비를 아끼려고 신학교까지 뛰어가면 신학교 강의 때 마구 졸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서도 막 졸고. 진짜로 차비를 다른 데 쓰다가 결국은 하루를 온통 다 날려버린 경험이 있거든요.”

그렇습니다. 돈에는 분명 목적이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돈은 목적에 맞게 쓰면 삶에 큰 유익을 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돈 때문에 서서히 우리의 삶을 망친다는 것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